[데스크 칼럼] 효심 깊어지는 5월의 노래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5.20 07:54

민병무 금융증권 에디터

민병무 데스크칼럼 사진

▲민병무 금융증권 에디터

5월에 가장 많이 부르는 노래 중 하나가 ‘어머니의 마음’이다. 원래의 곡명보다 그냥 5월 8일 어버이날의 노래로 더 잘 알려져있다. 향가 연구에 큰 업적을 남긴 국문학자 양주동 박사가 불교 경전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에 나오는 내용을 바탕으로 작시했다. 선율은 이흥렬 선생이 붙였다. 그는 동요 ‘섬집아기’, 가곡 ‘바위고개’ ‘꽃구름 속에’ ‘코스모스를 노래함’, 군가 ‘진짜사나이’의 작곡가로 유명하다. "낳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 기르실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 진 자리 마른 자리 갈아 뉘시며 / 손발이 다 닿도록 고생하시네 / 하늘 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요 /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 없어라" 처음엔 잔잔하게 부르지만 ‘하늘 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요" 부분에서 누구나 뭉클해진다. 저절로 목이 메이고 눈물이 핑 돈다. 부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울컥한다. 양주동은 중동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 중동고 교정에 시비가 세워져 있다. 3절까지 모두 적혀 있으니, 근처에 갈 일이 있으면 꼭 방문해 잠시 시심에 빠져도 좋다.

"높고 높은 하늘이라 말들 하지만 / 나는나는 높은 게 또 하나 있지 / 낳으시고 기르시는 어머님 은혜 / 푸른 하늘 그보다도 높은 것 같애" 윤춘병 작사·박재훈 작곡의 동요 ‘어머님 은혜’도 5월의 히트송이다. 올해 97세인 박재훈 목사는 ‘산골짝의 다람쥐’ ‘송이송이 눈꽃송이’ ‘펄펄 눈이 옵니다’ ‘엄마 엄마 이리와 요것 보세요’ ‘시냇물은 졸졸졸졸’ 등 우리 귀에 익숙한 동요를 많이 선물했다. 흥얼흥얼 콧노래만해도 해맑은 동심이 샘솟는 마법의 노래들이다. 그는 광복 후에도 어린이들이 일본 군가를 부르며 노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아 동요를 작곡하기 시작했다. 얼마전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함성, 1919’라는 오페라를 완성해 무대에 올렸다. 민족 지도자들의 애국, 신앙, 사랑에 관한 오페라를 쓰겠노라며 미국으로 건너간지 무려 40여년만에 꿈을 이뤘다. 대단한 열정이다.

성악과 가요를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스타일의 노래 2곡도 눈길을 끈다. 먼저 ‘아버지의 마지막 면도’. 클래식 공연 사업과 음악 전문지를 발행하고 있는 김종섭 시인이 노랫말을 썼다. 낱말 하나하나가 물기 잔뜩 머금은 이야기가 되어 흐른다. 성용원의 작곡 솜씨도 엑설런트다. 딱 꼬집어 한단어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참신하다. "열다섯, 첫 면도할 때 느껴지던 따뜻한 사랑 / 열일곱, 내 볼 만지며 수염 깎아주던 아빠의 손길 / 만개고랑 이루며 흐르는 세월 / 아빠 기대 사랑에 등 돌리고 / 자주 찾지 못하고 임종에 서야 / 난생 처음 깎아보는 아버지의 수염 / 용서해주세요 아버지 / 회환과 후회의 눈물이 / 비눗물 되어 면도하네 / 불초 용서해주세요 / 흐느끼자 바라보는 아버지의 눈엔 / 한줄기 흐르는 아버지의 눈물 / 불초 용서해주세요 / 흐느끼자 그윽히 바라보는 눈엔 / 한줄기 물기 흐르고 / 다튼 입술 여시고 미안하다 아들아 / 다튼 입술 여시고 미안하다 아들아/ 더욱 죄스런 마음 / 아버지 사랑해요" 샹송가수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바리톤 고한승이 독특하게 불렀다. 가슴이 먹먹하고 뜨거워진다.

소프라노 허숙진은 싱어송라이터다. 아름다운 목소리도 질투의 대상인데 곡을 만드는 재능까지 갖추었다. 그는 ‘엄마’라는 자작곡을 내놓았다. 어릴 적 어머니가 불러주던 노래에 대한 추억을 담았다. "어릴적 엄마품에 / 엄마가 불러주던 사랑의 노래가 / 아직도 난 기억이 나 / 엄마가 불러주던 옛사랑의 노래는 / 어린 내 마음에 파란 하늘이었네 / 엄마 엄마 내 사랑의 노래 / 어떤 사랑보다 아름다운 엄마의 사랑" 기타 소리에 얹혀진 편안한 발성이 귀에 쏙쏙 박힌다. 성악적 테크닉보다는 말하는 듯 노래해 포근하다.

5월이 가고 있다. 5월은 효심이 더 깊어지는 때다. ‘어머니의 마음’ ‘어머님 은혜’ ‘아버지의 마지막 면도’ ‘엄마’ 등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단순하고 분명하다. 떼돈 벌어 호강시켜주는 것보다 "어머니 별일 없으시죠"라고 전화 한통 걸거나, "아버지 저 왔어요"라며 시골집 대문을 들어서는 게 최고의 효도라는 사실이다. 지금 당장 번호를 누르거나, 이번주에 고향집으로 달려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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