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장애인 고용과 가치소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5.22 10:30

이운경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경북지사장


경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기업의 목적은 이윤 추구이다’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 보았을 것이다. 기업은 시장에서의 생존을 위해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이익을 남기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랫동안 이를 기업의 본질로 여겨왔다.

하지만 사회가 고도화되고 소비패턴과 구매기준이 다변화되면서 이제는 단순히 가격 경쟁력과 품질만으로는 기업의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시대가 열렸다. 이제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는 주제는 눈에 보이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뛰어넘어 사람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무언가, 즉 가치(value)로 변해가고 있다. 바야흐로 가치소비 시대가 열린 것이다. 가치소비는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추구하는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 성향을 일컫는다.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길은 비단 제품의 생산과 유통이라는 시장 원리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기업 역시 사회의 일원이라는 좀 더 넓은 관점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 역시 기업의 가치를 결정짓는 요소에 포함된다. 실제로 의인(義人)들을 표창하거나, 판매수익으로 문화재 복원을 지원하거나,공해 배출을 최소화하는 기업들의 행보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해당 기업에 호감을 느끼게 만들며 더 나아가 해당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하는 데에도 중요한 영향을 준다. 가치소비가 확산되면서 기업들도 경영활동에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추세다.

기업이 실천할 수 있는 사회적 책임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요즘같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시기에는 사회적 약자와 관련된 기업들의 행보만으로 세간의 화제가 되기에는 충분하다. 금년 초 SK그룹은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계열사 전체에 걸쳐 장애인 의무 고용률 달성을 실천하라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직무가 없다면 직무를 새로 만들어서라도 채용하라는 내부지시는 SK그룹의 사회적 책임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SK그룹 전체의 노력으로 수도권을 비롯해 각 지방의 SK그룹의 계열사들 사이에서도 장애인 고용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등 그 성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는 더 나아가 여전히 장애인 고용을 꺼리고 있는 다른 기업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SK의 이러한 노력에서 주목할 점은 사회적 가치 실현을 단순히 사회봉사와 같은 시혜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 실천이 곧 기업 가치, 기업의 이익이라는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장애인 의무고용률 충족은 기업의 사회적 가치 달성이라는 측면 이전에 50인 이상 사업장들은 민간기업과 정부(공공)기관을 막론하고 반드시 지켜야 할 법적 의무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장애인에게 적합한 직무가 없거나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고 부담금을 지불하는 식으로 장애인 고용 의무를 대신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회의 가치가 결국 기업이 중요시하는 가치와도 맞닿아 있는 시대의 흐름을 타고 많은 기업들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미 장애인 고용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우리 사회가 가치를 추구하는 공동체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장애인과 같은 취약계층도 능력과 의지만 있다면 누구든 일자리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땀흘려 일하고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이러한 장애인들의 열망을 이해하고 채용의 문호를 확대할수록 진로 선택 과정에서 안팎의 편견과 싸워야 하는 장애인들은 당당하게 살아갈 희망과 용기를 가지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한 긍정적인 에너지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를 다양한 계층을 포용할 줄 아는 인간미 넘치는 사회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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