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운명의 날’ 11개월 노사 갈등 마침표 찍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5.20 16:26

▲르노삼성자동차.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극심한 노사 분규로 경쟁력을 상실한 르노삼성자동차가 ‘운명의 날’을 맞았다. ‘2018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노조 조합원 투표가 펼쳐져 이 회사 앞날을 좌우할 전망이다. 찬반투표가 가결될 경우 노사 갈등을 봉합하며 전열을 재정비할 여력을 갖추게 된다. 부결될 경우 신차 물량배정을 받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르노삼성 노조는 21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열어 지난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이 회사 노조는 지난 15~16일 제29차 본교섭에서 밤샘 협상 끝에 접점을 찾았다. 지난해 6월 상견례 이후 11개월만에 뜻을 모으는 데 성공한 것이다. 대체적으로 사측과 노조가 한 발씩 물러나는 태도를 보였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노사는 우선 기본급을 동결하기로 했다. 대신 보상금으로 100만 원을 지급하고, 중식대 보조금을 3만 5000원 올리기로 했다. 성과급은 총 976만 원에 생산성 격려금 50%를 지급하기로 했다.

배치전환과 관련해서는 ‘전환배치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단협 문구에 반영한다’는 합의안을 도출했다. 앞서 노조는 단협의 외주분사와 배치전환 규정을 ‘노사 간 협의’에서 ‘합의’로 바꾸자고 요구했다. 사측은 전환배치를 합의로 바꾸는 것은 인사경영권 침해라며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합의 문구는 사측이 일정 수준 양보해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주·용역 전환과 관련해서는 ‘노사 일방 요구 시 분기별 1회 정기회의가 개최될 수 있도록 공동 노력한다’고 합의했다. 이 부분에서는 노조가 조금 양보했다는 분석이다.

노조 찬반투표에서 과반수 이상이 잠정합의안에 찬성하면 르노삼성은 지난해 임단협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된다. 이럴 경우 노사는 전열을 가다듬고 올해 임금협상에 천천히 돌입할 수 있게 된다. 양측이 화해하는 분위기 속에서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되는 만큼 ‘극한 대립’은 피하게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반대의 경우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위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노조와 갈등을 봉합한 이후 본격적으로 모기업인 르노 본사와 신차 물량 배정에 대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 내년에 나오는 크로스오버차량(CUV) ‘XM3‘ 등의 수출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르노삼성 부산공장 전체 생산량에서 북미 수출용 ’닛산 로그‘가 차지하는 비중은 50%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로그의 위탁생산 기간이 올 9월 끝난다.

양측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는 점도 부담이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해 6월 2018년 임단협 협상을 시작했지만 의견 차이가 워낙 커 갈등을 겪어왔다. 노조는 작년 10월 이후 총 62차례 부분파업을 벌였다. 누적 파업 시간은 250시간에 달한다. 생산 차질에 따라 사측이 입은 손실액은 3000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잠정합의안이 부결될 경우 후폭풍이 상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당장 이번 찬반투표는 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노조 내부에서 회사가 어려운 상태에서 파업을 계속하면 안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조성된 상태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노조 내부에서는 부분 파업에 대한 참여도도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상황을 낙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11개월간 갈등을 이어온 만큼 조합원들이 일정 수준 ‘보상 심리’를 지닐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르노삼성은 올해 1~4월 5만 2930대의 자동차를 국내외 시장에 판매했다. 전년 동기(6만 1538대) 대비 반토막 난 수치다. 노조 파업으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진데다 생산 효율성 저하를 우려해 르노 본사에서 로그 수출물량을 줄인 것이 영향을 미쳤다.

여헌우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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