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화력발전소 [사진제공=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권세진 기자] 세계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투자하고 있는 주요 금융사 중 하나인 일본 미쓰비시 UFJ 금융그룹(MUFG)가 석탄화력 투자에서 손을 떼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여전히 석탄화력발전에 대규모 투자를 해오고 있는 가운데 이번 발표가 나온 것이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의 미쓰비시 UFJ 금융그룹(MUFG)이 신규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오는 7월 1일 이후로 더는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이미 자금 지원 검토에 착수한 프로젝트들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MUFG는 세계 석탄 사업의 주요 자금처이다. 오일체인지(OCI)가 공동으로 작성한 ‘2019 화석연료 금융 보고서’에 따르면, MUFG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5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석탄화력 사업에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MUFG의 이번 결정은 환경과 사회적 가치로의 기본정책 전환에 따른 것이다. MUFG는 세계에서 가장 큰 자산은행 중 하나로, 이번 결정에 따라 석탄화력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지원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정부의 필요가 있다면" 예외규정 둬 우려도
문제는 MUFG가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역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발전소를 건설해야 하는 경우는 자금지원 중단에서 제외하겠다"고 MUFG 관계자가 말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7월 1일 이전에 고려하고 있던 투자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을 하겠다고 한 대목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26개국에 걸쳐 활동하는 기후변화분야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의 네트워크인 GSCC 관계자는 "일본과 국제 시민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이번 결정을 환영하는 한편, 석탄 발전 사업이 진행될 국가의 상황에 따라서 자금 조달을 계속할 수 있게 되는 등 정책의 허점을 우려했다"고 말했다.
◇ 세계 금융기관 ‘탈석탄’으로 가는데 우리나라 국책은행은 아직
한편, MUFG 이외에도 지난달 싱가포르 DBS은행이 앞으로 새로운 석탄 발전 사업에 대한 자금 조달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으며, OCBC은행도 현재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제외하고 더는 신규 석탄 발전소를 짓지 않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최근 해외 금융회사들은 ‘탈석탄’을 선언하면서 글로벌 트렌드와 지속가능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화력발전소에 2600억 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해온 것으로 드러나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산업은행의 경우 특히 환경파괴를 최소화 하겠다며 금융기관 최초로 녹색기후기금과 적도원칙에 동참했는데 이와 전혀 다른 행보여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파리기후변화협약 등 친환경에너지 확대 정책에 역행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 정무위원회 장병완 의원(민주평화당)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산업은행은 석탄·화력발전에 지난 8년 동안 총 1641억, 기업은행은 6년 동안 1096억원 금융대출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산업은행 발전투자의 11%, 기업은행의 43.99%에 달하는 규모이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측은 "적도원칙과 별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다"며 "지금 투자하고 있는 석탄발전소는 초초임계압 발전소와 대기오염 저감시설을 적용한 친환경석탄발전소여서 적도원칙을 훼손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7년 국립환경과학원의 ‘초초임계압 석탄화력발전소와 ‘LNG발전소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보고서’를 보면 두 발전소의 초미세먼지 배출량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와 비교했을 때 화력발전소가 4.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 의원은 "석탄발전은 이미 민간에서 충분한 이익을 통해 순익을 맞출 수 있는 산업"이라며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탈석탄’ 금융투자 대열에 합류하고 국책은행으로서 열악한 산업이나 신기술에 투자해 산업을 키우는 정책금융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