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6주간 대장정...출구조사서 여당 연합 과반넘는 '압승' 유력
모디 총리 파키스탄 공습 안보 전략 주효...2기 집권 확실시
주요 외신 "최악의 대기오염 개선은 아무도 제기 안 해" 지적
"빈곤한 대중들 경제성장 우선...환경문제 인지도 낮아" 분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유권자만 9억명에 달해 세계 최대 선거로 꼽히는 인도 총선이 6주 간의 대장정을 펼친 결과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여당 연합의 재집권이 유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안보를 내세운 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5년 더 인도를 이끌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그러나 주요 외신들은 이번 총선에서 인도의 대기오염 문제가 주요 화두로 떠오르지 않은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인도는 최악의 대기오염으로 악명이 높지만, 사회적으로 이에 대한 인지도가 낮고 개선을 하려는 의지도 부족하다는 평가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인도 바라나시 시(市) 외각에 위치한 투표소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유권자들(사진=AP/연합)



◇ 모디 총리 ‘안보 전략’ 통했다...여당연합 압승 유력

지난 19일(현지시간) 현지 언론 출구조사 분석결과에 따르면 모디 총리의 인도국민당(BJP)이 이끄는 정당연합 국민민주연합(NDA)은 연방하원 543석의 절반을 훌쩍 넘는 282∼315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모디 총리의 인도국민당(BJP)의 의석은 250석이 될 것으로 점쳐졌다.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가 주도하는 통합진보연합(UPA)은 70~132석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BJP의 의석이 의회 절반인 272석을 훌쩍 넘어 압승을 거둘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모디 정부 2기 출범은 기정사실화된 셈이다.

지난달 11일 시작된 이번 총선은 한 달 넘게 전국을 돌며 7차례 투표가 진행됐으며, 총선 공식 개표는 오는 23일이다. 공식 개표 결과가 나오면 람 나트 코빈드 대통령은 단독 다수당 또는 최다 의석을 확보한 정당 연합 중 1곳을 지명해 정부 구성을 맡기게 된다.

출구조사 예측대로 NDA가 과반의석을 차지하게 되면 모디가 다시 총리를 맡아 재집권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인도에서 총리직을 연임한 인물은 초대 총리인 자와할랄 네루(1947∼1964)와 그의 딸인 인디라 간디(1966∼1977, 1980∼1984), BJP 출신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1996, 1998∼2004), 네루-간디 가문이 이끈 인도국민회의(INC)의 만모한 싱(2004∼2014) 등 4명 뿐이었다.

모디 총리는 카스트 신분제 하위 계급인 ‘간치(상인)’ 신분으로 알려졌다. 차(茶) 행상을 하는 가난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그는 10대 시절 거리에서 차를 팔았지만 공부를 계속해 델리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구자라트대학에서는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7년 인도국민당의 아메다바드 지부 사무총장으로 정치에 입문한 그는 1995년과 1998년 구자라트주(州) 선거를 성공적으로 치르면서 당의 핵심전략가로 부상했다. 이후 2001년 구자라트 주지사에 올랐고 3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2009년 총선부터 인도국민당을 이끈 그는 2014년 총선에서 당이 승리하면서 총리에 올랐다.

지난해 중반까지 모디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 2014년에 버금가는 압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지난해 말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실업률이 45년 만에 최고치인 6.1%를 기록하면서 재선 전망이 불투명했었다. 실제 지난해 12월 ‘텃밭’으로 꼽힌 마디아프라데시 등 3곳의 주 의회 선거에서 참패했다.

하지만 지난 2월 14일 분쟁지인 인도령 카슈미르 지역에서 자살 폭탄 공격으로 인도 경찰관 40여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하면서 분위기는 바뀌었다. 모디 총리는 같은 달 파키스탄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지역 공습을 단행하면서 안보 이슈를 선거판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결국 정부에 대한 불만은 잦아들었고 모디 총리는 48년 만에 파키스탄 공습을 단행한 결단력 있는 지도자로 주목받았다. 특히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힌두교도를 의식해 힌두민족주의 성향을 자극한 것이 큰 힘이 됐다.

그러나 차기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매달 1000만명씩 구직자가 쏟아지는 노동 시장에선 일자리가 부족하고 인도 은행들은 부실 채권 문제로 고전 중이다. 힌두교 원리주의 성향인 모디 정부는 이슬람교인 등 소수 종교인들에 대한 탄압을 좌시하고 있어 인권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라는 지적이다.

나아가 모디 2기 정부는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인한 빈부 격차를 해소해야 하는 과제도 떠안게 됐다. 모디 총리는 농민 빈곤 해소를 위해 모든 농민에게 6000루피(약 11만2000원)를 매년 지원하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만약 모디 총리가 5년 임기를 더 하게 된다면 더 나은 경제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모디 정부가 주별 부가가치세 통일해 상품·서비스세(GST)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세제가 복잡하고 비효율적이라는 평가다. 이에 블룸버그는 이전처럼 사회기반시설만 짓고 정부 조직의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모디노믹스를 유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스모그가 가득한 인도 뉴델리의 모습(사진=연합)



◇ 정치·경제 안건이 최대 화두였던 인도 총선…‘대기오염 개선’은 찬밥신세


이렇듯 이번 총선에서 여당 연합이 ‘안보 표심’을 발판으로 승리를 거둔 가운데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왜 대기오염 개선은 인도 정치에서 중요하지 않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잇따라 보도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포브스는 "후보자들은 9억명에 달하는 유권자의 표심을 확보하기 위해 테러방지, 일자리 창출, 부패근절, 종교분쟁, 농업 인센티브 등을 주요 안건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대기오염 개선은 아무도 제기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인도는 ‘최악의 대기오염’으로 악명이 높지만 아무도 이를 문제삼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인도는 해마다 겨울이면 뉴델리 등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끔찍한 수준의 스모그에 시달린다. 추수 후 논밭을 태운 재, 경유차 매연, 폐자재 노천 소각 연기 등이 겹치기 때문이다. 특히 11월께 힌두교 디왈리 축제 전후로 폭죽 먼지가 무더기로 쏟아지면서 대기오염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곤 한다.

인도 의학연구위원회(ICMR)는 2017년 인도에서 대기오염 관련 질환 사망자 수가 124만여 명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시카고 대학은 인도 국민들이 대기오염으로 인해 최대 6년 조기사망한다고 진단했다. 또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해 발표한 대기오염 조사결과에 따르면 초미세먼지(PM 2.5) 기준 세계에서 대기 오염이 가장 심한 10개 도시가 모두 인도인 것으로 드러났다.

나아가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 뉴델리 지역에서는 최근들어 4일 넘게 초미세먼지 농도가 250㎍/㎥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올들어 최악의 대기오염이 지난 3월 우리나라에 기승을 부렸던 당시 서울 초미세먼지 농도가 130㎍/㎥ 수준에 육박한 점을 고려하면 인도의 대기오염 수준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인도국민당(BJP), 연방의회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 보통사람당(AAP) 등 현지 주요 정당은 최근 공개된 총선 공약에서 앞다퉈 대기오염을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특히 BJP는 2024년까지 대기 오염 수준을 2017년 수준의 30%까지 줄이기 위한 국가공기청정계획 (National Clean Air Programme, NCAP)이라는 5개년 계획을 가동하겠다고 어필하기도 했다.

그러나 블룸버그 자매사인 블룸버그퀸트는 "NCAP를 단순히 목표로 삼겠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인도 싱크탱크인 ‘인도정책연구소’는 "농업 및 주거지역을 배제하고 도시차원에서만 해결하려고 한다"며 "대기오염 발생원을 구체적으로 해결하려는 방안이 없기 때문에 NCAP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영국 BBC 방송은 "나렌드라 모디, 요기 아디티야나트, 라훌 간디 등 주요 후보자들은 선거가 시작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유세에 총력을 가했지만 정작 집회 현장에서 대기오염을 언급한 후보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특히 모디 총리는 지난 3월 인도에서 대기오염이 가장 심한 도시 칸푸르에서 유세에 나섰지만 대기오염 개선 관련 안건을 꺼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칸푸르, 뉴델리를 비롯한 인도 주요 도시는 인구 밀도가 높기 때문에 대기오염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국민들조차 대기오염 문제에 아무도 관심이 없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월 2일 서울시가 미세먼지로 흐릿한 모습(사진=연합)



◇ "대기오염 인지도 최저 수준...경제성장이 우선"

이렇듯 인도는 최악의 대기오염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대체 왜 대기오염 개선 관련 안건은 정치계에서 언급되지 않을까. 최근 진행된 호주 총선만 해도 기후변화가 후보자들 사이에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며 인도와 정반대되는 행보를 보였다.

포브스는 대기오염에 대한 사회적 인지도가 최저 수준에 달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인도 국민들은 대기오염으로 인해 피해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오염을 문제삼지 않는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퀸트는 "인도 정치계는 사회에서 주장하는 요구사항을 무시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기오염 개선은 아직 인도 국민들이 우선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계에서도 인기가 없는 안건이다"고 전했다.

인도 현지 언론에서도 대기오염을 심각한 문제로 다루지 않는다는 점도 또 하나의 이유로 거론됐다. 블룸버그퀸트에 따르면 인도 현지 언론과 소셜미디어는 대기오염에 대한 단기적인 증상만 집중적으로 다루고 대기오염에 따른 만성 건강악화는 별로 언급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대중들이 대기오염에 노출되어도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나아가 포브스는 "인도와 같이 빈곤한 국가는 경제 등과 같이 더 중요한 문제를 해결한 후에야만 대기오염 개선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즉 경제성장 초기에는 환경이 악화하지만, 부유해질수록 환경이 개선된다는 ‘환경 쿠즈네츠 곡선(Environmental Kuznets Curve)’이 인도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경제가 성장하면 대기오염 문제도 해결될 수 있기 때문에 인도의 정치계는 대기오염 개선에 직접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포브스는 "대기오염이 인간의 건강과 생산성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과학적인 근거들이 많아지고 있어 대기질 개선은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아닌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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