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美 국방부, 인도태평양전략보고서에서 "대만은 국가"
섀너핸 "중국, 약탈적경제 동원 다른나라에 강요" 맹비난
中, 러시아와 관계 격상..."무역분쟁 핵심은 미국의 욕심"
무역갈등 점입가경..."세계경제 고통" 분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왼쪽),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국제통화기금(IMF) 등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단순 무역을 넘어 외교, 문화, 군사 등으로 보폭을 확대하며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이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동을 앞두고 대만을 국가로 언급해 무역분쟁을 '군사적 분야'까지 넓히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중국은 무역분쟁으로 큰 피해를 입은 중국 자동차 시장을 살리기 위해 정책 완화를 추진하는 한편 양국 교역으로 미국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미국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대미 비난 수위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 미국 국방부, 대만을 '국가'로 표현...대중국 외교 흔들어

미국 국방부가 대만을 '국가'로 표현했다는 사실은 '인도태평양전략보고서'에서 처음 드러났다.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이달 1일 발표한 '인도태평양전략보고서'에서 민주주의 국가들과 동맹 관계를 강화하려는 미국의 노력을 기술하면서 대만을 '국가'(country)로 언급했다. 

보고서는 "싱가포르, 대만, 뉴질랜드, 몽골 등 모든 4개 '국가'(All four countries)는 전 세계에서 미국이 수행하는 임무에 기여하고, 자유롭고 공개된 국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지난 40년간 유지해온 대중국 외교의 근간을 흔든 것에서 한층 더 나아간 것이다. 미국 정부는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고 대만과 단교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후 대만과 교류를 강화하고 무기 판매를 확대하는 등 달라진 기조를 보였으며, 이번에 국방부 문서에서 대만을 '국가'로 언급함으로써 '하나의 중국' 원칙마저 뒤흔드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관료가 실수로 대만을 국가로 언급한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미리 준비된 문서에서 대만을 국가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대만 문제는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문제다. 중국은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는 세계 어떤 나라나 기업, 단체와도 절대 관계를 맺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 작년에는 세계 44개 항공사에 공문을 보내 대만이 중국과 별개 국가인 것처럼 인식될 수 있는 홈페이지 자료 등을 삭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모든 항공사는 이를 수용했다.

 
◇ 美국방부 장관대행 "中, 억압적인 세계질서 비전의 설계자"

특히 이번 보고서에는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부 장관대행의 공격적인 대중국 비판도 담겨 눈길을 끈다. 즉 대만을 '국가'로 인정한 것은 미중 무역분쟁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겠다는 미국의 치밀한 전략이 담겼다는 분석이다.

섀너핸 장관대행은 보고서 도입부에서 중국 공산당을 '억압적인 세계 질서 비전의 설계자'라고 정의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이 이끄는 중화인민공화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이 지역을 재편성하려고 하며, 이를 위해 군사 현대화와 영향력 행사, 약탈적 경제 등을 동원해 다른 나라에 강요한다"고 비판했다.

이와 달리 대만에는 군사장비를 계속해서 제공하며 군사적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자유시보와 중앙통신사(CNA)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미 의회가 워싱턴에서 개최한 안포 콘퍼런스에 참석한 랜달 슈라이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안보 차관보는 언론인터뷰에서 근래 중국의 위협이 계속 높아지고 있고 중국의 침략적 행동이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면서 미국은 대만관계법에 따라 대만에 계속 군사 장비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외교부는 이미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3차례 무기 판매를 진행했다. 대만 외교부는 이를 두고 "(대만에 대한) 확고한 지지 입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상대로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계속해서 으름장을 놓고 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프랑스로 출발하기 전 아일랜드 섀넌 공항에서도 기자들에게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는 (중국산 제품) 2500억 달러어치에 (관세) 25%를 받고 있다. 최소 3000억 달러에 대해 또다시 (관세를) 올릴 수 있다"며 "적절한 시기에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말 일본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 만난 직후 2주 안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할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 시진핑, 러시아와 밀착외교...대미비난 '지속'

중국도 미국의 압박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을 상대로 비난 수위를 높이는 한편 러시아와 관계를 격상하며 대미 연합전선을 형성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6일 발표한 '중미 경제무역협력에서 미국의 혜택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중미 무역에서 막대한 이윤을 취하고 있으며, 양국 무역의 흑자는 중국이 거두고 있지만 이익은 양국 모두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2일 '중미 경제무역협상에 대한 중국의 입장' 백서를 발표한 뒤 두 번째로 낸 대미 보고서로, 거세지는 미국의 대중국 무역 압박에 항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보고서는 "미국의 대중국 무역 적자는 미국의 대중국 수출 제한과 시장의 역할, 산업 경쟁력과 경제 구조, 무역 정책 등이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며 미국은 손해를 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미국은 관세 추징이 미국의 대중국 무역 적자를 줄일 수 있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면서 "2018년 미국의 대중국 무역의 실제 적자는 1536억 달러로 미국이 발표한 무역 적자의 37%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이같은 발언은 미중 무역분쟁의 핵심이 미국의 욕심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동시에 시 주석은 지난 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정상회담에서 에너지, 과학기술, 우주항공 등 분야에서 기술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두 정상은 약 3시간에 걸친 정상회담 이후 양국관계를 '신시대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내용의 공동성명 2건을 발표하는 등 양국 간 밀월관계를 대외적으로 과시했다.

특히 두 정상은 과학기술 분야 외에도 농업, 금융, 지방정부, 무역, 투자 등 영역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밖에 미중 무역분쟁으로 큰 피해를 입은 자동차 시장을 살리기 위해 각종 지원책을 동원했다. 중국의 경제 계획 총괄 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6일 소비 촉진 대책을 발표하면서 각 지방정부에 신에너지 차량을 대상으로 한 기존의 구매제한 정책을 모두 폐지하라고 지시했다.
    
현재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내 주요 대도시에서는 교통난 및 대기 오염 완화를 위해 매년 일정량의 번호판만 추첨 또는 경매 방식으로 주민들에게 제공하는데, 이를 모두 폐지해 자국민들의 신차 구매 촉진을 독려한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각 도시의 대기환경 개선, 도심 교통난 개선 등 상황에 따라 차량 구입 정책을 더욱 탄력적으로 운영하라고 지시했다.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신에너지 차를 중심으로 소비를 진작시켜 침체기에 빠진 자국 자동차 시장을 살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 피치 "무역분쟁 장기화로 전세계 고통" 경고

이렇듯 두 나라 간의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세계 경제가 고통을 받을 것이라고 계속해서 경고하고 있다. 

미국 CNBC방송에 따르면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의 제임스 매코맥 국가등급 부문 대표는 6일(현지시간) 러시아에서 열린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에서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에서 상반된 태도를 고착화하는 상황으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하며 장기전으로 굳어질 경우 세계 경제가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미중 무역분쟁으로 내년도 글로벌 총생산이 4500억 달러(530조원) 감소할 것으로 최근 추산했다. 비율로는 내년도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을 0.5% 떨어뜨릴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G20 회원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 경제규모를 가뿐하게 웃도는 수치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블로그에도 별도의 글을 올려 "무역갈등에 대해 큰 우려를 갖고 있다"면서 "우리의 시급한 우선순위는 현재의 무역 긴장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 송재석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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