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증권·이베스트증권 직원들 뒷돈 받고 1650억 깡통어음 판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6.12 08:28

중국 기업서 금품 수수...비리체크 내부통제 시스템 작동안해 사건 키워

▲서울 여의도 증권가.(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에너지경제신문=한수린 기자]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 사태와 관련해 증권사 직원이 중국 기업에서 뒷돈을 챙기고 어음을 발행해준 정황이 드러나면서 증권사의 모럴해저드와 내부통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이베스트투자증권 담당 직원이 중국 ABCP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CERCG로부터 가족계좌로 3억~5억원 가량을 받고 한화투자증권 담당 직원과 나눠 가진 혐의를 포착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관련 증권사들은 경찰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고, 사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5월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특수목적회사(SPC)인 금정제12차를 설립한 후 CERCG의 역외 자회사인 ‘CERCG오버시즈캐피탈’이 발행하고 CERCG가 보증한 1650억원 규모의 ABCP를 국내 금융사 9곳에 판매했다.

해당 ABCP는 현대차증권이 500억원으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이어 BNK투자증권이 300억원, KB증권과 KTB자산운용, 부산은행도 각각 200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ABCP 1650억원 전액이 부도처리되며 사태가 커졌다. 판매직후 CERCG가 지급보증한 달러화 채권이 디폴트 처리되면서, 국내에서 발행한 ABCP도 만기일 상환을 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대규모 부도 사태를 두고 증권사 간 소송까지 진행 중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상법의 빈틈과 증권사의 허술한 내부통제가 문제를 만들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ABS는 현금화하기 어려운 자산을 기초로 발행된 파생상품으로 유동성이 낮은 자산을 현재 가치만큼 쪼개서 채권을 만들 수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ABCP는 유동화 전문회사인 SPC가 매출채권, 부동산 등의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기업어음이다. 상법상 SPC를 통한 유동화는 공시의무가 없어 공개되지 않은 정보가 많아 비리 수단 등으로 악용될 수 있는 점이 지적되어 왔다.

또한 신용평가회사의 평가만을 활용해 해당 채권을 평가한 증권사의 시스템에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ABCP 발행 전 신용평가회사에서 CERCG 회사채에 대해 투자적격등급인 A0를 부여했고, 이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ABCP에 대해서도 신용평가회사 두 곳에서 모두 투자적격등급인 A20를 부여했다.

발행과 관련해 한화투자증권은 "내부규정상 유효한 신용평가등급이 있고 인수 즉시 전액 전문투자자에게 매출이 확정되어 있는 건에 대해서는 별도의 리스크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며 "독립적인 신용평가기관에서 투자적격등급의 신용등급이 부여된 것으로 보더라도 ABCP 발행은 정상적으로 진행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용평가사의 상환능력 평가만을 참고하는 것은 완전하지 않다"며 "신용평가기관의 위험통제는 신용위험의 관점에서 이뤄지는 만큼 이외의 잠재적인 위험의 통제와 유동화 시장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시장 참가자의 노력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태가 발생한 후에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증권사 내부통제 시스템도 지적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증권이 소속 직원의 비리를 사전에 감지하지 못한 점이 사건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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