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순의 눈] ‘화웨이 보이콧’ 신중해야 하는 이유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6.17 16:05

산업부 정희순 기자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트럼프 정부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우방국들에게 화웨이와 거래 중단 이른바 ‘화웨이 보이콧’을 대놓고 요구했다. 화웨이의 통신장비가 한국에서 사용되면 통신 분야에서 한미 군사안보에 지장을 준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해리 해리슨 주한 미국대사와 로버트 랩슨 주한 미국대사관 부대사, 미첼 모스 주한미국대사관 공보참사관 등이 잇달아 청와대와 국회 등을 찾아 ‘한미 동맹’을 언급하며 한국은 5G 기술에서 우방인 미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 정부는 물론 국내 통신업체 중 유일하게 화웨이 5G 장비를 쓰는 LG유플러스는 난처한 입장이 됐다. 더구나 LG유플러스는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국가 안보를 위해선 당장 화웨이와 거래를 끊어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온다.  

일단 한국 정부는 "(화웨이 보이콧은) 개별 기업이 선택할 일"이라는 입장으로 한 발 물러났다. 미국 측의 요구에 대해 수용 입장도, 불수용 입장도 밝히지 않은 것이다. LG유플러스는 화웨이 배제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화웨이 관련 이슈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에 따른 정치 이슈일 뿐 통신기술의 결함 등이 원인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우리 정부와 LG유플러스의 입장은 수출입 구조를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통신업계가 화웨이로부터 수입하는 통신장비는 5G 등 무선과 유선을 합쳐 연간 5000억 원 수준이다. 이에 비해 화웨이가 한국에서 수입해가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은 연간 12조 원어치가 넘는다.  

전체 무역구조를 봐도 중국 기업과의 거래 중단 문제는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 중국은 지난 2003년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4년 뒤인 2007년에는 수출과 수입 모두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 됐다. 미국의 보이콧 동참 요구를 우리 정부와 LG유플러스가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다.  

군사적 우방인 미국과 최대교역국인 중국. 어느 편에 선다한들 그것을 완전하게 옳은 선택이라고 확언할 수 있을까. 강대국의 패권 경쟁 속에서 우리가 살아남는 책략은 ‘이이제이(以夷制夷, 오랑캐로 오랑캐를 친다)’가 아닐까 싶다. 힘의 균형점을 찾는 고도의 전략이 필요한 때다. 혹시 아나, LG유플러스가 이번 일을 계기로 ‘만년 3위’의 설움을 극복하는 기회가 될지.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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