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오늘 北 국빈방문...美, 협상재개 메시지-대북제재 동시 발신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6.20 07:42

비건, "북미 유연한 접근 필요, 대화재개 조건 없다"...재무부 러시아 금융회사 제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P/연합)


오늘(20일)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의 최고지도자로는 14년 만에 북한 국빈 방문에 나서면서 북미대화 재개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 가운데 미국은 이달 말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무역담판을 벌일 시 주석을 겨냥해 대북압박 공조 이탈을 경고하는 동시에 북한에는 협상의 문이 계속 열려있음을 재확인하는 메시지를 동시에 발신했다.
 
미 재무부는 19일(현지시간) 오후 2시께 북한의 제재회피를 도운 혐의로 러시아 금융회사를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동부시간으로는 19일이지만 한국과 중국 시간으로는 이미 시 주석의 방북이 예정된 20일로 넘어간 시점이었다.
 
미 재무부가 타깃으로 삼은 건 러시아 금융회사 '러시안 파이낸셜 소사이어티'다. 북한 조선무역은행과 연계된 중국 내 회사에 은행계좌를 열어줘 국제금융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게 해준 혐의다.
  
지난 3월 21일 중국 해운사 2곳에 대한 대북제재 발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철회 트윗' 소동을 겪고 나서 잠잠하던 미 재무부가 시 주석의 방북에 맞춰 대북제재의 칼을 빼든 셈이다.
  
특히 한미 북핵수석 대표가 이례적으로 동시 공개강연에 나서 북한에 협상 재개를 촉구하고 나서 약 4시간만에 제재 조치가 발표된 점도 눈길을 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이날 오전 10시께 워싱턴DC의 싱크탱크 행사에 참석해 기조강연과 질의응답을 하며 북한에 유화적 메시지를 발신했으나 재무부의 제재 조치 발표로 이들의 대북메시지가 일정부분 퇴색을 면치 못하게 됐다.

이 본부장이 미국에서 공개강연을 한 것은 처음으로, 사전에 비건 대표 등을 통해 재무부의 제재 발표에 대한 언질을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비건 특별대표는 "북한과의 협상을 향한 문이 활짝 열려 있다. 너무 머지않은 미래에 실질적인 방식으로 대화를 재개하게 되기를 기대하고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미는 실무레벨에서 아직 협상을 재개하지 않았지만, 공개적으로든 비공개적으로든, 직접적이든 제3자를 통해서든 많은 의사소통이 있어왔다"고 밝혔다.

비건 특별대표는 "북한에서 일일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보내는 메시지에 대해 매우 신중하길 원한다"면서도 대화 재개의 전제조건과 관련, "조건을 제시하고 있느냐고 물었는데, 그렇지 않다"며 대화 재개의 전제조건은 따로 없다고 말했다.

이렇듯 비건 대표가 공개강연으로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과 대화재개에 전제조건이 없음을 강조하면서 북한을 적극 협상 테이블로 유인하려 한 뒤 곧바로 재무부가 북한 때리기에 나선 셈이라 협상파인 비건 대표의 메시지에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이 더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에서 전용기로 평양을 방문해 21일까지 1박 2일간의 국빈 방문 일정을 소화하게 된다.
  
중국의 국가 최고지도자가 방북한 것은 2005년 10월 당시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북·중 수교 이후 중국의 국가주석이 방북하는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후 주석에 앞서 장쩌민 전 주석이 1990년 3월과 2001년 9월 두 차례 북한을 찾았고 류사오치(劉少奇) 전 주석이 1963년 9월 방북했다.
  
시 주석 개인으로는 지난 2008년 국가부주석 신분으로 북한을 방문한 이후 11년 만이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친서를 보내는 등 북미 비핵화 협상의 재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8일 시 주석과 전화통화를 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북미대화 재개와 관련한 시 주석의 역할이 이번 방북에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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