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기간 10->5년, 수주금액도 추산 3조원보다 대폭 줄어들 듯
▲바라카원전.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문재인 정부의 첫 원자력발전 수출로 초미의 관심으로 모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정비사업이 단독수주에 실패하며 초라한 성적을 거두는데 그쳤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전KPS컨소시엄, 두산중공업은 24일 바라카원전 운영사인 Nawah Energy(이하 ‘나와’)와 정비사업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계약으로 바라카 원전은 원전 설계와 건설은 물론 운영과 정비까지 한국기술이 적용된 첫 번째 사례가 됐다.
다만 한수원의 고유 기술로 만든 한국형 원전 APR1400이 설치된 만큼 정비계약까지 한국이 모두 도맡을 것이란 기대와는 달리 단독수주에는 실패했다. 한수원과 나와는 이날 계약 내용을 공개하면서 정비사업을 수주업체에 일임하는 장기정비계약(LTMA, Long-Term Maintenance Agreement)가 아니라 나와가 전체 사업의 주도권을 잡고 정비사업자에게 서비스를 받는 장기정비사업계약(LTMSA·Long-Term Maintenance Service Agreement)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또한 이번 계약은 당초 10년∼15년으로 예상됐던 전체 사업 예상기간보다 적은 5년으로 축소됐다. 수주금액역시 단독수주 시 최대 3조원에서 3000억대로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나와는 계약을 통째로 한 업체에 주기 위한 경쟁입찰을 추진했지만 지난해말 돌연 이를 중단하고 여러 업체와 개별계약을 체결했다. 한수원·한전KPS 컨소시엄과 두산중공업 외에 어떤 업체와 계약을 맺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한국과 경쟁했던 미국이나 영국 업체에도 정비사업의 일부분을 맡긴 것으로 예상된다.
계약 기간은 5년이되 추후 합의에 따라 연장하기로 했고, 계약금액은 나와가 발행하는 역무지시서(task order)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이를 두고 "동업자에서 하청업체로 바뀐 격"이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한수원이 정비 관련 고위직을 나와에 파견해 바라카 원전의 정비계획 수립 등 의사결정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 새로운 성과다. 한수원 측은 "계약은 나와가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 외 어떤 업체와 계약을 했는지와 전체 수주액은 공개할 수 없다"며 "단독·일괄수주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추후 정비사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