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MA(장기정비계약), 원전수출하고도 하도급 받은 격으로 추락 ‘자초’
UAE측, 올 초 바라카 원전인력철수 문제 강력 제기
한수원, 정비계약 책임자인 UAE 사업센터장 올해 1월 교체
원전업계 "계약수주 앞두고 책임자 교체 이례적, 계약의지 있었나 의구심"
▲UAE 바라카 원전 전경.
한국 업체들의 아랍에미리트(UAE)바라카 원자력발전소 정비사업 수주 계약 범위와 기간이 당초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예상된 참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한수원이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연혜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올해 1월에 정비계약 협상을 책임지고 있는 UAE 사업센터장을 교체했다. 또 올 초에는 발주처인 UAE 원자력공사(ENEC)의 모하메드 알 하마디 사장이 김종갑 한전 사장에게 한국수력원자력(사장 정재훈 이하 ‘한수원’)의 일방적 바라카 원전 인력철수에 대해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계약 막바지에 신뢰를 저버린 결과 당초 기대보다 쪼그라든 계약을 맺게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장시간 추진되고 있는 계약수주를 앞두고 책임자를 교체하는 것은 이래적"이라며 "계약의지가 있었나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고 비판했다.
▲한수원은 올해 1월에 정비계약 협상을 책임지고 있는 UAE 사업센터장을 교체했다. |
당초 장비정비계약(LTMA)은 계약기간 10∼15년, 계약 규모 2조∼3조원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전해졌다. 한수원은 2016년 바라카 원전 운영계약을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정비계약도 마찬가지로 발주처가 정비사업을 한 업체에 일임하는 LTMA를 수주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장기정비계약은 2017년 돌연 경쟁입찰로 전환됐다. 한수원-한전KPS 컨소시엄과 미국 얼라이드파워(AP), 영국 밥콕과 3파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한수원 컨소시엄은 단독 수주인 LTMA계약이 아닌 발주처가 복수의 사업자들에게 정비계약을 맞기는 장기정비사업계약(LTMSA)을 맺었다.
그 결과 계약기간도 5년으로 줄었으며 수주액도 당초 기대보다 대폭 축소됐다. 한국 업체들이 사실상 하도급 계약을 맺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UAE는 해외업체와의 계약여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원전 업계에서는 한국이 불리한 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은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영향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원전은 건설·유지·보수·관리에 수십 년이 소요되는 장기 프로젝트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신고리 5·6호기, 해외에서는 바라카 원전을 끝으로 더 이상 수주 물량이 없어 산업 생태계가 붕괴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이같은 상황에서 UAE도 선뜻 15년 짜리 단독 정비계약을 맺는 것은 위험부담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더 큰 문제는 한국형 원전이 바라카 원전을 다른 국가가 맡게 되면 우리의 독자적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고 우려했다.
한편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한수원 컨소시엄의 단독 수주를 자신한 바 있다. 정 사장은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00%까진 아니지만 우리가 거의 수주할 것으로 본다"면서 "미국에서는 운영사와 정비사가 다른 사례도 종종 있지만 실제 다른 업체가 수주하면 운영사인 한수원은 물론 UAE에도 피곤한 일이 될 것이란 견해를 전달했다"고 말한 바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