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뉴 7시리즈 |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1977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BMW 7시리즈는 브랜드의 플래그십 세단이다. 넓은 실내공간을 제공하면서도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발휘해 1세대 모델부터 ‘대박’을 터트렸다. 12기통 엔진을 품어 운전자를 설레게 하기도 했고 획기적인 디자인 방향성을 제시해 세상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많은 이들의 ‘드림카’로 꼽히던 차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그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국산 럭셔리 세단과 S-클래스라는 강력한 경쟁 상대 탓이다. BMW코리아는 6세대 7시리즈의 부분변경 모델인 ‘뉴 7시리즈’를 선보이며 비장한 표정을 짓고 있다.
직접 만난 뉴 7시리즈는 6기통 3.0ℓ 엔진을 장착한 740Li x드라이브 모델이다. 서울 강동구에서 경기도 가평까지 약 200km를 달렸다. 우아한 느낌을 살린 ‘디자인 퓨어 엑설런스’(Design Pure Excellence)와 역동적인 분위기의 ‘M 스포츠 패키지’ 두 가지 외관을 제공한다.
전면부 키드니 그릴이 이전 모델보다 약 50% 가량 커져 인상이 확 변했다. 큼직한 라디에이터 그릴을 바탕으로 차체가 넓어보이는 효과를 내는 것은 글로벌 럭셔리 세단 신차들의 트렌드다. 보닛 상단에 BMW 엠블럼을 올려 웅장한 느낌을 잘 살렸다.
크롬 소재를 적재적소에 적용했다는 평가다. 전면부 아래쪽 등에 효과적으로 크롬 장식을 더해 이전 세대 모델과 차별화를 꾀했다. 후면부 L자형 리어램프는 날렵해졌다. 경쟁사의 다양한 모델들이 머리를 스쳐가긴 하지만, 확실히 눈길을 잡긴 한다.
실내는 넓은 공간, 엄선된 소재, 다양한 디자인 요소들이 어우러져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낸다. 최고급 가죽 시트, 대시보드 곳곳에 적용된 가죽 등이 시선을 잡는다. 주요 위치에 플라스틱이 적용됐는데 생각보다는 고급스러운 재질이 아니었다.
2열 가운데 있는 조작 버튼과 1열 좌석 뒤편에 자리 잡은 디스플레이 화면은 태블릿 PC를 그대로 붙여놓은 듯하다. 모니터는 스마트폰 화면을 그대로 재생하는 미러링 기능도 갖췄다. 차량 내에서 유튜브 영상 등을 활용하기 적합하다. 아이가 있는 부모라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엔진은 5500~6500rpm에서 최고출력 340마력, 1500~3500rpm에서 최대토크 45.9kg·m의 힘을 발휘한다. 2톤이 넘는 육중한 차체를 이끌기에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 스포츠카처럼 치고 나가는 맛은 없다. 그런 식으로 운전하라고 만들어진 차도 아니다. 페달을 밟으면 천천히, 고급스럽게 차체가 움직인다. 소음은 거의 없다고 표현할 수 있는 정도다. 속도를 내면 미세만 외부 소음이 유입되긴 하지만 엔진 소리를 효과적으로 잡아냈다.
낮은 엔진회전 영역에서 높은 토크가 발휘되다 보니 엔진을 가혹하게 다룰 일이 거의 없었다. 빠르게 달리다 추월 가속을 할 때도 힘든 기색이 없다. 2열 좌석에 앉으면 더욱 편안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다리를 쭉 뻗어도 무릎 아래 공간이 남는다. 1열 조수석을 9cm까지 앞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데, 이후 뒷좌석에 앉아보면 차량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과속방지턱 등을 넘을 때도 운전자·동승자에게 전해지는 충격이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7시리즈가 진화했다. 디자인도 바뀌고 기본기도 탄탄해져 경쟁력이 크게 향상됐다. 경쟁 차종들을 긴장시키며 국내 시장에서 럭셔리 세단의 새 기준을 써내려갈 것으로 기대된다. BMW 측은 뉴 7시리즈를 중심으로 올해 럭셔리 클래스 라인업을 완성하고 관련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BMW 뉴 7시리즈 740Li x드라이브의 가격은 1억 6200만~1억 6450만 원이다. (개소세 3.5%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