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하나금융 첫 도입…올해 출범한 우리금융까지 매트릭스 조직 가동
효율성 높은 조직체제로 필요성 부각…통일된 그룹 전략 이행에 유리
[에너지경제신문=송두리 기자] 금융그룹사 계열사들이 결집하고 있다. 금융지주사가 계열사별로 흩어졌던 공통 부문을 통합하는 이른바 ‘매트릭스 조직’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매트릭스 조직은 계열사마다 공통으로 적용되는 부문을 묶어 함께 업무를 수행하는 형태로, 사업부문(총괄)제로도 불린다. 계열사별 장벽을 없애고 그룹사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서는 하나금융그룹이 2008년 금융권에서 처음 도입했는데, 최근 들어 신한금융그룹을 중심으로 지주사들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며 잇따라 적용하고 있다.
◇ 하나금융서 2008년 가장 먼저 도입…10년 뒤 신한금융이 ‘원 신한’으로 촉발
▲하나금융그룹 신사옥.(사진=하나금융) |
하나금융에 따르면 현재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가 큰 자산관리(WM) 부문과 투자금융(IB) 부문에서 매트릭스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개인금융, PIB(PB+IB), 기업투자금융(CIB), 창업벤처투자, 부동산금융, 퇴직연금 총 6개 부문에서 ‘협의회’를 운영하며 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를 모색 중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현재 매트릭스 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그룹.(사진=신한금융) |
▲퇴직연금 사업부문제 조직도.(사진=신한금융) |
금융권 한 관계자는 "조 회장이 무엇보다 원신한과 매트릭스 조직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향후에도 특정 사업부문을 매트릭스 조직으로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KB금융도 ‘원펌 KB’ 매트릭스로 실현…우리금융 ‘사업총괄제’로 발빠른 전환
▲KB금융그룹.(사진=KB금융) |
KB금융에서는 KB국민은행, KB증권, KB국민카드, KB손해보험 등 KB금융의 주요 계열사들 간 겸직 체제를 통해 주요 사업부문을 매트릭스 조직으로 운영하고 있다. 앞서 CIB, 자본시장, WM, 보험 부문에 매트릭스 체제를 도입한 후 지난해는 디지털 부문을 총괄하는 디지털혁신부문을 비롯해 개인고객부문, SME부문 또한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흩어졌던 계열사별 사업을 더욱 하나로 모으는 데 집중했다.
올해 5월에는 WM부문에 연금사업부문 그룹 컨트롤타워를 두며 그룹 결집을 강화했다. WM부문 아래 ‘연금본부’와 ‘연금기획부’를 새로 만들었다. 연금본부는 그룹 전체 연금 고객에 대한 사후관리와 은퇴·노후 서비스, 부가서비스 강화 등의 업무를 지휘한다. 연금기획부는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KB증권, KB손보 4개사를 겸직하면서 연금제도 서비스 기획, 연금고객 사후관리 업무 등을 함께 수행한다. 이와 함께 국민은행은 기존 ‘연금사업부’를 ‘연금사업본부’로 격상하고, 연금사업본부 아래 연금기획부와 마케팅 등을 담당하는 연금사업부를 뒀다. KB증권과 KB손보는 기존 연금사업 조직에 연금기획부를 신설했다.
▲우리금융그룹.(사진=우리금융) |
▲사진=우리금융그룹. |
아울러 경영기획총괄 산하에는 퇴직연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연금기획부를 신설했다. 연금기획부는 향후 확대될 그룹사인 증권·보험업 퇴직연금사업자 편입에 대비해 사업총괄체계를 사전에 공고히 하는 역할도 하게 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사업총괄제를 도입해 사업포트폴리오 확충에 대비한 그룹사간 협업체계 기반을 확립하게 됐다"며 "그룹사간 유기적인 협력을 도모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하고, 체계적인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해 고객 서비스 역량을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 NH농협금융도 "도입검토 중"…BNK금융도 매트릭스 구축해 시너지 노려
▲NH농협금융그룹.(사진=농협금융) |
그러다 최근 금융그룹들이 조직 구조를 바꾸자 다시 한번 검토 작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이번 검토는 말 그대로 검토지 다음 단계로 진행되지는 않았다"며 "매트릭스 조직을 다른 금융지주사들이 도입하고 있는데, 그 조직 유형이 농협금융에 맞는 지 검토하는 것일 뿐 추가적으로 논의된 내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BNK금융그룹.(사진=BNK금융) |
BNK금융 측은 "김지완 회장 취임 후 WM, CIB, 디지털, 글로벌을 4대 핵심 부문으로 정하고, 지주 중심의 경영체제를 구축했다"며 "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매트릭스 조직으로 개편을 했으며, 사업부문간 융복합 시너지가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효율성·경쟁력’ 부각되는 매트릭스 조직 "변하는 금융환경 대응 장치"
매트릭스 조직은 외국 금융그룹에서는 일찌감치 도입했다. JP모간체이스 등은 2000년대 초반부터 이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정체성 혼란과 명령체계 혼선 등의 단점이 부각되며 금융그룹사들에게 정착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린 편이다. 금융지주사가 부문의 컨트롤타워을 맡으면서 지주 권한이 강해지는 점도 우려되는 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에는 매트릭스 조직의 필요성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금융그룹의 공고화가 이뤄지면서 금융그룹에서 강조하는 핵심 전략을 그룹 차원에서 일관되게 밀고가는 게 중요한데, 계열사별로 비슷한 업무가 흩어져 있으면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매트릭스 조직이 제대로 안착된다면 빠르게 업무 수행을 할 수 있고, 계열사별로 발생하는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막을 수도 있다.
특히 금융그룹들이 해외진출을 본격화하기 시작하면서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내는 데도 유리하다고 인식된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해외 사업에서는 은행, 증권사 등 각 계열사가 따로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은행과 증권, 은행과 카드 등 협업을 통해 진출을 하는 게 효과적"이라며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별 장점만을 취해 업무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조직체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기존에는 계열사 특징을 살려 회사 전략에 따라 사업부문을 추진했다면, 이제는 그룹 전략하고 계열사들이 같은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매트릭스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며 "새롭게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