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아테온. |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수입차 시장의 고속 성장을 이끌었던 ‘디젤차’의 인기가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선두 업체였던 폭스바겐과 아우디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데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도 가솔린 위주로 라인업을 재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관련 업계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입차 디젤차 등록 대수는 3만 2981대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6만 4694대) 대비 거의 반토막났다. 이에 따라 점유율도 46.2%에서 30.2%로 낮아졌다.
디젤차에 대한 수요는 가솔린·하이브리드 쪽으로 흘러 들어갔다. 특히 수입 하이브리드차 판매는 작년 상반기 1만 2169대에서 올해 1~6월 1만 6561대로 36.1% 뛰었다. 이 기간 전체 수입차 시장(10만 9314대) 규모가 22% 쪼그라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라는 분석이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수입차 시장의 ‘고속 성장’을 견인한 것은 디젤차였다. BMW 520d, 폭스바겐 티구안 등이 매번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꿰차며 고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수입차 시장 내 디젤차 점유율은 2014년 67.8%, 2015년 68.8%에 달해 압도적이었다.
2016년부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그 해 디젤차 점유율은 58.7%로 내리막길을 걷더니 2017년 47.2%, 지난해 41% 등으로 급감했다. 5년여 전만 해도 국내에서 팔리는 수입차 10대 중 7대가 디젤 모델이었지만, 현재는 10대 가운데 3대만 디젤 엔진을 품고 있는 셈이다.
‘디젤게이트’와 인증서류 조작 사태 이후 폭스바겐과 아우디가 디젤차를 팔지 못하고 있는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폭스바겐이 아테온 디젤 등을 판매하고 있긴 하지만 현재 아우디 전시장에서 디젤 라인업은 만나보기 힘든 상태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로 ‘디젤 세단’의 우수성을 알렸던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도 최근 라인업을 가솔린과 친환경차 위주로 구성하고 있다. 국산차의 경우 스포츠유틸리타차량(SUV) 시장 성장 등에 힘입어 디젤차의 점유율이 크게 빠지지는 않고 있어 비교된다.
운전자들 사이에서 ‘수입 디젤차’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지난 2015년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로 경각심이 생겨난데다 지난해 BMW의 디젤차량 화재 사태까지 더해져 이미지가 나빠진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벤츠·재규어랜드로버 등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전면에 내세우고 볼보는 ‘내연기관차 생산중단’을 선언하고 있어 수입 디젤차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는 힘들 것"이라며 "‘디젤 세단’이라는 이미지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온 수입차 브랜드들은 다른 동력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