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5당대표 청와대 회동...수출규제 '2대2'로 나뉜 해법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7.18 18:29

대일 대응책 두고 '강경론 vs 온건론' 야 4당 대표 해법 엇갈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5당 대표를 초청한 ‘정당대표 초청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바른미래당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문재인 대통령, 자유한국당 황교안,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성기노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5당 대표들이 청와대 본관에 모여 회동을 가졌다. 문 대통령이 여야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회동하는 것은 1년 4개월 만에 처음이라 이날 회동에 국민들의 관심이 많이 쏠리고 있다. 특히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임명 강행, 정경두 국방부장관 해임건의안 제출 논란 등으로 6월 임시국회도 공전될 위기에 놓인 어수선한 상황속에서 청와대 회동이 어렵사리 열려 그 결과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진다.

일단 출발은 산뜻하지 못했다. 여야 5당 사무총장이 문 대통령과 5당 대표들의 회동에 앞서 사전 합의문 조율에 나섰으나 의견을 모으는 데는 실패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합의문과 관련해 보도가 많이 나오는데 (회동 직후 대변인들이) 공동 발표하는 선에서 의견이 모였다"고 밝혔다. 윤 사무총장과 자유한국당 박맹우·바른미래당 임재훈·민주평화당 김광수·정의당 권태홍 사무총장 등은 이날 오전부터 합의문 등을 두고 논의를 벌여왔다.

하지만 한국당은 합의문을 작성하는 데는 난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의 내부 분위기가 여전히 강경 일변도로 기울어져 있어 합의문 내용 조율보다 합의문을 발표하는 것 자체에 거부감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정권의 실정을 부각시켜야 하는 야당으로서는 손 쉽게 문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면서 들러리를 서지 않겠다는 기류가 강했다. 당 내부 분위기 탓에 정부·여당에 동조하는 모양새를 보이는데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들은 18일 오후 4시부터 청와대에서 일본의 경제 보복 대책 등을 논의하기 위한 회동에 들어갔다.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청와대 본관에서 환담을 10여분간 한 뒤 곧바로 회담을 시작했다.

먼저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국민들께서도 걱정되는 시기에 대통령이 여야 대표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는 모습을 보시는 것만으로도 희망을 가지시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더 나아가 꼭 필요한 일에 대해서 초당적으로 합의하고 공동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드린다면 국민이 든든해 할 것이고 정부와 기업의 협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지금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은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에 대해 당장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이며 또 근본적으로는 우리 주력 제조산업의 핵심 소재 부품들의 지나친 일본 의존을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가 함께 지혜를 모아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더 크게는 지금의 한일 간 갈등을 조기에 해소하고 양국 간 우호 협력 관계를 회복해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까지 함께 논의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했다. 또 "지금 경제가 엄중한데 가장 시급한 것은 역시 추가경정예산을 최대한 빠르게 그리고 원만하게 처리하는 것"이라며 "추가경정예산이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그렇게 협력을 해 주시고 더 나아가서 소재 부품 문제에 대한 어떤 대책, 그 예산도 국회에서 충분하게 반영시켜주시기를 당부를 드린다"고 했다.

이에 야 4당 대표들은 일본과 갈등을 풀기 위해 대일 특사 파견을 한목소리로 제안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대일 특사 파견을 서둘러야 한다"며 미국에 대해서도 "대미 고위급 특사 파견 등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이낙연 총리 같은 전문성과 권위 있는 특사를 보내 현안 해결에 물꼬를 터 달라"고 했고, 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정부 특사와 함께 민간 특사가 필요하다"며 "(과거)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기획했던 최상용 전 주일대사 같은 분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특사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일본도 (한국에 특사를) 파견하는 상호 교환 조건이 전제될 때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5당 대표를 초청한 ‘정당대표 초청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두 사람이 국정현안을 가지고 머리를 맞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연합)

이날 정당 대표들은 한목소리로 이번 사태의 책임이 일본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한·일 갈등을 풀어야 한다며 다양한 제안을 내놓았다. 황교안 대표는 문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가장 핵심적인 것은 양국 정상 간에 해결해야 한다. 조속히 양국 정상이 마주 앉아야 한다"며 "(양국 정상간)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황 대표는 그러면서 "지금 정부가 별다른 대책 없이 말로 국민감정에 호소하고 있으나 말과 감정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도 했다.

손학규 대표도 "한·일은 끊을 수 없는 관계"라며 "반일 감정에 호소하거나 민족주의적 대응으로 해결할 사안이 아니다. 우리는 일본이 방향 전환할 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손 대표는 한·일 정상회담과 함께 한·일 관계에 관여해온 원로, 외교관, 전문가로 구성된 범국가 대책회의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반면 평화당 정 대표와 정의당 심 대표는 일본 측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주문하면서 황·손 대표와 온도차를 보였다. 야 4당의 해법이 ‘2 대 2’로 갈린 것이다. 이날 심 대표는 가장 강경한 대일 ‘항전’ 의지를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일본이 한국을 안보파트너로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정부는 한일정보보호협정 파기를 진지하게 검토하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대일특사 파견 주장에 대해선 "특사파견의 조건이 있다. 최소한 특사 상호 교환이 전제될 때 신중한 검토가 이루어져야한다고 생각한다"고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우리의 일방적인 특사 파견보다 상혜 교환의 호혜성을 주장한 것도 특이한 점이다.

심 대표는 특히 "지금 한일 간에는 승자가 없는 위험한 전쟁이 진행 중"이라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가 중요한 이 때, 우리는 이웃나라와 확전을 원치 않지만 아베 총리의 도발이 계속된다면 단기적으로는 긴장 관계를 감수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그 버르장머리를 고쳐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발언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버르장머리’ 발언을 연상시킨다. 1995년 김영삼 대통령은 일본 관료들의 역사 망언과 관련해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며 대일 관계에 강경하게 맞선 바 있다. 한일관계는 싸늘하게 식어갔고, 그 과정에서 1998년 IMF 위기가 터졌다. 당시 한국정부는 한·일 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외환위기 경고등이 켜지자 IMF로 가기 전 마지막 수단으로 일본에 도움을 요청했다가 싸늘하게 거절당했고, 결국 IMF 구제금융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 속시원히 질렀지만 결국 그 후유증을 우리 스스로가 감내해야만 했던 것이다. 

한편 정동영 대표는 "장기전으로 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경제 전쟁으로 접어들기 전에 협상을 통한 해결로 가야한다"면서도 "(사태 해결을 위해) 여야 정파를 넘어서 한길로 가야 한다. 여의도에는 정쟁이 있지만 지금 이 자리에는 애국이냐 매국의 길이냐 두 개만 있다"고도 했다. 심상정 대표는 "한국을 안보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일본에 대해 한·일 안보군사협정 폐기를 검토해야 한다"며 "일본을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해 국제사회에 (우리의) 노력을 각인시켜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 경제 전쟁이 제가 보기엔 쉽게 안 끝난다. 어차피 한 번 건너야 할 강이고 넘어야 할 산"이라며 "기업도 노력하고 정부도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초당적 대응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날 문 대통령과 여야5당 대표의 회동은 그 자체만으로 일본에 강력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해법을 두고서는 차이점도 나와 이에 대한 접점이 필요해보인다. 그래서 이해찬 대표는 마무리 발언에서 앞으로 여야 5당 대표가 자주 만나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며 형식보다 여야의 초당적인 협력체제 구축이 우선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문 대통령이 여야 5당 대표들과 회담장인 인왕실로 입장할 때, 문 대통령의 오른편에 한국당 황 대표가 서서 나란히 걸었다. 황 대표의 오른쪽에는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문 대통령 왼쪽에는 평화당 정 대표가 자리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그 뒷 줄에서 따라갔다. 회담장 원탁 테이블 좌석은 문 대통령 왼쪽에 황 대표가 앉았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형식상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회동이지만, 청와대에서 그동안 일대일 회동을 요구해온 황 대표를 제1 야당 대표로서 예우한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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