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교역질서 흔들기' 트럼프-아베, 무역전략 공통점과 차이점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7.20 09:58

'미국 우선주의' 트럼프, 중국 상대 관세부과 압박-협상 양면전략 활용

아베, '정치적 도구'로 한국 활용...막무가내 주장에 '반일감정' 부추겨

미국, 글로벌 경기둔화 속 나홀로 경제성장...트럼프 전략 '통했다'

일본 전문가들 "한국 수출규제 제무덤파기"...규제효과 '글쎄'

▲(사진=AP/연합)



"모든 국가가 무역을 왜곡하는 정책을 피해야 한다. (관세 사용은) 국제무역, 투자와 성장에 비용이 많이 들고 일반적으로 외부 불균형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 (7월 17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연례 대외 보고서 중 일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행보는 무역을 '곤봉'(압박수단)으로 전환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따라하는(모방하는) 것으로 보인다." (7월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 보도 중 일부)


국제통화기금(IMF)이 관세를 무기 삼아 글로벌 교역 질서를 흔드는 '무역전쟁'의 위험성을 강력하게 경고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상반된 무역전략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부과 압박과 협상 카드를 적재적소에 사용하며 중국을 옥죄는 반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오는 21일 실시되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잡기 위해 한국을 상대로 '막무가내식' 전략을 펼치고 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중국이 펼쳤던 불공정한 무역 질서를 바로 잡기 위해 중장기적인 시나리오를 세우고 이를 차분히 이행하고 있지만, 아베 총리는 어설프게 '트럼프 대통령'을 따라하며 불필요하게 양국 간의 감정 싸움만 부추기는 것이다.


◇ 오랜기간 '칼' 갈아온 트럼프, 무역분쟁 목적-대상 '뚜렷'

세계 1위 경제대국인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을 상대로 펼치는 '무역분쟁'은 그 성격과 목적, 대상이 뚜렷한 점이 특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전쟁을 통해 대중국 무역적자를 줄이고 중국과의 패권전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뚜렷하게 강조하며 그것을 지켜주지 않으면 추가 관세 부과로 중국을 위협에 빠뜨릴거라고 끊임없이 경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3월 22일 '중국의 경제침략을 겨냥한 대통령 각서'에 서명하며 무역분쟁에 '서막'을 알린 뒤 관세부과(채찍)와 협상(당근)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전 세계 경제를 흔들고 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1일부터 2000억 달러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던 때인 지난해 12월 1일 양국 정상은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만찬 회동을 갖고 미국 측의 관세 부과를 유예하는 '무역전쟁 휴전'을 이끄는데 성공했다. 그러다 지난 5월 미중 간 고위급 무역협상이 진행 중이던 상황에서 돌연 중국과의 협상에 불만을 표출하며 2000억 달러(약 235조6000억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로 인상했다.

이를 두고 계속해서 신경전을 벌이던 양국은 지난달 말 일본 오사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추가 관세부과 중단과 협상 재개에 합의하는데 성공했다.

잠시 화해무드로 돌아가던 양국 간 무역협상의 분위기가 바뀐 것은 항상 그랬듯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시발점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15일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산 제품 전시회에 참석해 "나는 한때 그(시진핑)가 좋은 친구라고 말하곤 했다"면서 "아마도 이제는 그렇게 가깝지 않다"라고 말했다.

중국이 미국 농산물을 구매하기로 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며 언제든지 '추가 관세' 카드를 떠낼 수 있다고 압박한 것이다.  

▲(사진=AP/연합)


◇ '미국 우선주의' 소기 성과...세계 경기둔화 속 미국만 나홀로 '호황'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 멕시코 등 국가를 가리지 않고 '관세' 칼날을 휘두르는 탓에 글로벌 경제가 출렁이고 세계 교역질서가 혼란에 빠지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IMF를 비롯해 전 세계 경제전문가들, 심지어 미국 내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분쟁'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그의 발언 및 행동 하나 하나가 글로벌 경제나 무역질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전략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IMF는 지난달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6%로 0.3%포인트 높였다. 트럼프 행정부가 촉발한 전방위적인 무역갈등 탓에 글로벌 성장둔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례적으로 지난 4월 공식 전망 이후 두 달 만에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지난달 블로그에서 "몇 주 이후면 미 경제는 역사상 최장기간 확장세를 기록하게 된다"면서 "강력한 민간수요와 정책조합이 끌어낸 중요한 성취"라고 호평했다. 

최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글로벌 경기 둔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이달 말 기준금리를 인하하겠다고 시사했지만, 미국의 경제상황은 여전히 탄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6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4% 늘어나면서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자동차와 휘발유, 건축자재, 음식 서비스 등을 제외한 핵심 소매판매도 0.7% 증가했다. 핵심 소매판매는 국내총생산(GDP)에 반영되는 지표다. 연준이 주목하는 물가지표인 '근원 소비자물가'는 지난달 0.3% 올랐는데, 이는 작년 1월 이후로 최대 상승 폭이다.

연준의 경기동향 보고서인 '베이지 북'에도 낙관론이 담겼다. 베이지 북은 "지난 5월 중순부터 이달 초까지 미국 경제가 완만한(modest) 속도로 성장했다"면서 "무역 불확실성의 부정적 충격에 대한 폭넓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완만한 경제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했다.  베이지 북은 12개 연방준비은행 관할지역의 흐름을 평가한 것으로,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때 기초 자료로 쓰인다. 

▲(사진=AP/연합)


◇ 아베의 '막무가내식' 트럼프 따라하기...예의도, 목적도 '전무'

이렇듯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대상으로 양면 전략을 동시에 활용하는 가운데 아베 총리가 한국을 대상으로 벌이는 수출 규제는 그야말로 '막무가내식'이다. 우리나라에 대한 예의는 물론 수출 규제의 목적과 전략도 없이 단지 '선거'에 승리하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 우리나라를 이용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참의원 선거의 후보등록과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4일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경제적인 보복을 감행했다.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기판 제작 때 쓰는 감광제인 리지스트, 반도체 세정에 사용하는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의 대 한국 수출시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간 한국에 수출할 때 한번 포괄적인 허가를 받으면 3년간 개별 품목에 대해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포괄허가'를 부여했는데 그것을 폐지함으로써 개별 제품을 수출할 때마다 경제산업성에 수출허가를 신청해 심사를 거쳐 허가를 받도록 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선거용이기는커녕 보복조치도 아니라고 딴청을 피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지지율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보수 유권자들을 여당의 편에 묶어 두려는 '득표 전략'의 하나로 경제보복 카드를 꺼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실제 자민당은 유권자들을 만날 때 한국에 대한 보복을 선거에 활용할 생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더 나아가 일본은 고위 인사들을 중심으로 명확한 근거 제시 없이 한국 정부의 대북제재 위반을 시사하는 등 무책임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 정부가 우리 정부에 대한 수출 규제 배경으로 불화수소 등 전략물자의 대북 반출 의혹을 제기하는가 하면 화학무기 원료가 한국을 통해 북한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울러 일본은 지난 12일 우리 정부와 가진 마라톤회의에서 의도적으로 우리나라를 홀대하며 한국 내 반일 감정을 부추겼다. 일본은 당시 사실상 창고같은 회의실에서 우리 정부와 만나 악수나 인사도 하지 않았다. 

일본은 회의의 격도 국장급에서 과장급으로 낮추고 인원수도 회의 전날 저녁 돌연 5명에서 2명으로 줄여 통보하기도 했다.

경제산업성 10층에 위치한 회의 장소의 뒷면에는 '수출관리에 관한 사무적 설명회'라는 글을 프린트한 A4 용지 2장 크기의 종이만 달랑 붙어 있었고, 참가자들이 앉은 테이블에는 회의 참가자들의 이름표 조차 없었다. 

회의 장소도 평소에는 창고로 쓰이는 장소인 듯 테이블과 간이 의자가 한 귀퉁이에 쌓여 있었고, 바닥에는 기자재 파손 흔적이 있을 정도로 정돈되지 않았다.

▲(사진=연합)


◇ 일본 전문가들도 "한국 수출규제 스스로 무덤판다" 비판

이같은 일본의 행보에 일본 전문가들도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지 전기전자 분야 전문지인 EE타임즈에 따르면 유노가미 다카시(湯之上隆) 미세가공연구소 소장은 최근 이 매체에 게재한 기고문을 통해 일본 정부가 지난 4일 단행한 대한(對韓) 수출 규제 강화 조치가 한국과 일본 기업에 미칠 영향을 상세하게 분석했다.

그는 규제강화 대상 3가지 품목 가운데 한국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제품으로 '불화수소'를 꼽았다. 불화수소는 반도체 제조의 10% 이상 공정에서 사용되는 것이어서 재고가 없어진다면 로직반도체, 디램(DRAM), 낸드(NAND) 플래시 메모리 등 다양한 반도체 제조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유노가미 소장은 "한국이 불화수소의 조달처를 중국 등으로 돌리더라도 분량이나 사양 문제로 바로 일본산 불화수소를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1~2년 있으면 일본제 불화수소가 없어도 중국제나 대만제 불화수소로 각종 반도체가 제조될 수 있을지 모른다"고 내다봤다.

특히 "한국은 반도체 메모리와 유기EL 제조에 필요한 소재와 장치에서 가급적 빨리 일본을 배제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일본의 반도체 소재·장치 제조사는 삼성, SK하이닉스, LG전자 등과의 사업 기회를 잃어버릴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 송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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