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신재생E 소비량 561Mtoe로
14.5% 늘었지만 석탄도 1.44%↑
신흥국 아직 화석연료 의존 높아
블룸버그 "기후변화 대응 미흡"
안전 두려움에 원전 꺼려하지만
전문가 "믿음 준다면 최적 선택지"
▲신고리1(우)원전과 2호기(좌) 전경. |
태양광, 풍력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탄소배출량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에 대한 수요가 함께 늘면서 신재생에너지만으로 탄소배출량을 줄이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것보다 원자력발전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한 이후 원전을 점차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에너지 수요, 2010년 이후 최고치…화석연료 소비 견인
영국 에너지기업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가 최근 발간한 ‘2019 세계 에너지 통계 보고서 (BP 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2019)’에 따르면 지난해 신재생에너지에 의한 에너지 소비량은 561.3 Mtoe(석유환산 100만톤)으로, 전년 소비량인 490.2 Mtoe 대비 무려 1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소비량은 2017년 이후 사상 최대치로 늘었지만 전체 에너지 소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4.05%에 불과해 탄소배출량은 오히려 전년 대비 증가했다.
이는 글로벌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면서 석탄, 천연가스, 석유 등의 화석연료 소비량도 덩달아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계 에너지 소비량은 1만3864.9 Mtoe로 전년 대비 2.9% 늘어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문별 글로벌 에너지 소비량 추이. |
에너지 수요를 견인한 것은 중국, 미국, 인도였다. 이들 3개국은 전체 에너지 소비 증가량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지난해 에너지 소비량이 전년 대비 3.5% 증가하며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미국의 에너지 소비량은 내리막길을 걸었지만, 날씨에 변동성이 커지면서 지난해 에너지 수요도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비정상적으로 덥거나 추운 날이 많아지면서 냉방과 난방을 위한 에너지 사용량이 증가한 것이다.
특히 에너지 중에서도 천연가스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천연가스의 경우 소비량이 전년 대비 5.3% 증가하는 등 전체 에너지 소비량 증가분의 약 45% 차지했다. 석탄 수요는 2016년까지 3년 연속 감소했지만, 2017년 이후 상승세로 전환하는 등 지난해 글로벌 석탄 소비량은 전년 대비 1.4% 늘었다. 한국의 지난해 석탄 소비량도 전년 대비 2.32% 증가했다.
또한 석유 소비량도 전년 대비 1.2% 늘면서 화석연료에 대한 수요가 완만하게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화석연료에 대한 수요가 늘자 지난해 글로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년보다 2% 증가한 338억 9080만톤을 기록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최근 7년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천연가스, 석탄, 석유의 지난해 소비량은 각각 3309.4 Mtoe, 3772.1 Mtoe, 4662.1 Mtoe를 기록한 가운데 이는 신재생에너지의 소비량(561.3 Mtoe)보다 월등히 많아 탄소배출량이 증가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BP의 스펜서 데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저탄소 에너지로의 전환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져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량은 최근 몇 년 이내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며 "이러한 현상은 파리기후협약 달성을 위한 실제 이행률이 예상보다 한참 뒤떨어지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도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면서 탄소배출량도 늘었다는 것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 세계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방증이다"고 꼬집었다. 블룸버그는 "청정한 대체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석탄은 1986년이나 지금이나 전체 발전비중에서 약 40%를 꾸준히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을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점은 희소식이나, 신흥국 중심의 전력수요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기엔 아직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의 로버트 레이피어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시장에 탈원전 바람이 불면서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은 올해 또는 내년이면 원전을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렇듯 신재생에너지의 확산은 축하할 만한 일이지만 화석연료의 성장을 억제하기에는 아직 한참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으로 인해 정작 전력이 필요할 때는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체르노빌·후쿠시마에도 "탄소배출 감축수단으로 원전 늘려야"
▲1965-2018 글로벌 원전 발전량 추이(단위 : 테라와트시(TWh) |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원자력 발전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레이피어 연구원은 "원전은 대규모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원전이 불러일으킬 수 있는 참사에 대한 두려움이 아직까지 대중에게 남아있다"고 전했다. 과거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등의 원전사고가 앞으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대중에게 심어줘야만 원전 비중을 늘려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글로벌 원전 발전량은 2701 테라와트시(TWh)로 집계됐는데, 이 중 미국이 850TWh로 가장 큰 비중(31.4%)을 차지했다. 이어 프랑스가 15.3%, 중국 10.9%, 러시아 7.6%, 한국 4.9% 순이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지난 10년 동안 원전 발전량이 10% 가량 증가했다. 중국은 2030년까지 해상 원전을 포함해 전체 원전 발전 용량을 현재 대비 4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원전 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20년부터 2030년까지 화석연료에 의한 1차 에너지 소비량을 20%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2배 가량 감축할 계획이다.
그동안 원전 발전량은 2010년까지 완만하게 상승세를 보였지만,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해 직격탄을 맞으면서 2012년 원전 발전량은 2010년 대비 10% 가량 급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원전 발전량은 2012년 이후 다시 반등에 나섰지만, 2010년과 비교하면 아직까지 발전량 자체는 적은 편이다. 실제 일본, 중국, 스위스, 파키스탄, 대만,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에서 지난해 원전 발전량이 전년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 원전 발전량이 전년대비 68.9% 증가하는 등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해지만, 후쿠시마 사고 이전과 비교하면 아직 전체 규모는 미미하다.
반면 한국, 벨기에, 남아프리카의 지난해 원전 발전량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감소했다. 100% 탈원전을 선언한 독일의 경우 지난해 원전 발전량은 과거 2017년과 동일하다. 독일은 원전 발전비중이 높은 상위 10위 국가에 속한다.
이렇듯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글로벌 원자력 산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쳤음에도 불구하고 원전이 이산화탄소를 감축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레이피어 연구원은 "앞으로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대중에게 심어질 수 있도록 원전이 설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떠한 경우에도 원전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할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앞으로 신재생에너지가 매년 증가하는 글로벌 전력수요를 모두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며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원전을 배제한다면 이에 합당한 결과가 뒤따를 것이다"고 경고했다.
이어 "원전을 완전히 거부하면 글로벌 탄소 배출량은 증가할 것"이라며 "기후변화에 대한 영향을 걱정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비싼 대가를 지불하게 되는 셈이다"고 덧붙였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과거 보고서를 통해 "노후 원전을 폐기하면 전기료가 인상되고 탄소배출량이 늘어날 것"이라며 "원전 수명 연장은 다른 선택지에 비해 경제적이고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원자력 없이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