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업 재산 현금화 조치, 한일 상황 최악으로 갈 수 있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7.23 15:09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 특별대담

"한중일 글로벌 분업구조 복원…소재·부품산업 중장기 육성"

"정부·기업 참여한 재단 조성해 피해자 보상방안 강구 해법"

▲한일관계 전문가인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과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 원장(오른쪽)이 23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초청으로 마련된 ‘한일관계를 통해 본 우리경제 현황과 해법 특별대담’을 하고 있다. 진행을 맡은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 "한국 내 압류된 일본기업 재산을 현금화하는 조치는 한일 관계를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할 수 있다. 특별법을 통해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참여한 재단을 조성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보상하는 것도 방안이다. 일본 수출규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외교적 노력 외에도 대내적으로 소재부품산업 육성을 위한 중장기 전략과 함께 최저임금과 근로시간의 일괄단축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으로의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

한일관계 전문가인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 원장이 23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의 초청으로 마련된 ‘한일관계를 통해 본 우리경제 현황과 해법 특별대담’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윤 전 장관은 2009년 2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정책책임자로 경제위기를 속도감 있게 헤쳐 나가면서 한국의 경제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는 국제 사회의 평가를 받았고, 윤 전 원장은 2013년부터 4년간 외교 관련 국내 최고의 싱크탱크의 수장으로 최장기 재직했다.


◇ "日기업 재산 현금화 조치 안돼"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이 23일 열린 ‘한일관계를 통해 본 우리경제 현황과 해법 특별대담’에서 한일 관계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윤덕민 전 원장은 "한일관계를 악화시킨 직접적 이유는 한국 사법부 판결"이라면서 "2010년 헌법재판소는 한일간 입장차이에도 불구, 정부가 한일 기본협정에 따라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 않는 것을 부작위에 의한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고, 대법원도 2018년 10월 확정 판결을 내리면서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을 뒤엎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또 "한일관계가 악화되는 구조적 원인은 몇 몇 분야에서 한국이 일본을 역전하는 상황이 나오면서 발생한 일본내 위기 의식과 전후 세대가 핵심 지지층인 아베 정권의 수정주의 역사관에서 찾을 수 있다"면서 "대법원 판결을 존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 내 압류된 일본기업 재산을 현금화하는 조치를 취할 경우 일본 경제보복이 격화되고, 한일 경제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전 원장은 "하루빨리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외교채널을 가동해 한일 양국이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대법원 판결을 존중해 피해자의 개인청구권은 유효하다는 점을 인식하되, 국가간 조약으로 개인 청구권을 현실적으로 일본에 강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책임지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특별법을 통해 정부와 함께 기업들이 참여하는 재단을 조성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보상하는 것도 묘안"이라면서 "이렇게 함으로써 일본 기업이 도의적 책임을 느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길을 열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 "한중일 동북아 경제공동체 조성해야"

윤증현 권태신 윤덕민

▲23일 열린 ‘한일관계를 통해 본 우리경제 현황과 해법 특별대담’에서 참석자들이 대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

윤증현 전 장관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대외 신인도 저하와 국내 경제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은 자명하다"면서 "단기적으로 글로벌 분업 구조의 조속한 복원이 필요하고, 중장기적으로 부품소재산업의 육성을 위한 기초과학분야나 원천기술의 육성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는 유동성의 위기로 금융과 외환의 정상화를 통해 극복할 수 있었던 반면,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실물경제의 약화와 겹치면서 복합적인 위기로 이어져 그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 대외적으로는 일본과의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일본의 수출규제를 철회시키는 노력이 우선시되어야 하고, 대내적으로는 소재부품산업 육성을 위한 중장기 전략의 추진과 함께 현 경제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정책 전환과 관련해 윤 전 장관은 최저임금과 근로시간의 일괄단축, 정규직 전환의 재검토 등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장기적 관점으로 그는 "동북아 지역은 글로벌 분업 체제가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여건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중일 동북아 경제 공동체를 구상해 보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특별대담 진행을 맡은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일본의 조치에 대해 갑작스럽다는 여론이 있지만 지난 4월 전경련에서 개최된 한일관계 진단 세미나에서도 집권당인 자민당이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언급이 있을 만큼 오래 전부터 심각한 상황을 알리는 신호가 여러 번 있었는데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아쉽다"면서 "일본 수출규제로 우리 기업과 한국경제가 엄중한 시기를 맞게 된 만큼, 이번 대담이 대내외 위기극복의 경험을 되새기고 미래를 위한 해법을 모색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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