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경제갈등 등 정세불안이 이어지자 안전자산인 달러와 금, 은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엔화도 가파른 상승세다.
1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일본의 2차 보복과 미중 관세전쟁이 맞물리면서 종가기준으로 지난달 31일 달러당 1,183.1원에서 이달 5일 1,215.3원으로 단기 급등했다. 이후 외환 당국의 개입 경계감과 단기 고점 인식에 주춤, 9일에는 1,207.6원까지 내렸다.
주요 5개 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던 시기인 지난달 31일에서 8월 2일 사이엔 13억5천500만달러(1조6천128억6천900만원) 감소했다가 이달 2∼8일엔 8억2천400만달러(9천974억5천200만원) 증가했다.
한동안 하향 안정화했던 원/달러 환율이 이달 들어 전 고점을 돌파하자 달러를 보유했던 투자자들이 환차익 실현에 나섰다가 환율이 잠시 주춤한 틈을 타 추격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원/달러 환율이 올해 들어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들어선 4∼5월에 한차례 달러 사재기 열풍이 불었다.
당시 미중 무역 전쟁으로 국내외로 불안 심리가 퍼졌고 정부가 화폐 단위를 바꾸는 '리디노미네이션'을 추진한다는 루머까지 돌아 안전자산인 달러가 강세를 떨쳤다.
이 영향으로 달러 예금 잔액은 4월말 334억1천100만달러에서 6월말 378억9천900만달러로 두달 사이 44억8천800만달러나 급증했다.
엔화도 최근 들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7월 1일 100엔당 1,068.14원에서 이달 9일 1,144.96원으로 한달여 사이 76.82원 올랐다.
하지만 개인이 투자할 수 있는 엔화 상품이 많지 않은 데다가 엔 예금의 금리가 거의 없다시피 해 엔 예금 잔액의 변동은 크지 않다.
금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일 KRX금시장의 1g당 금 가격은 5만9천550원(1돈당 22만3천313원)으로 2014년 3월 시장 개설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금 가격은 지난 2일 이후 6거래일 연속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금 가격의 고공 행진은 이달만의 현상이 아니다. 금 가격은 달러와 마찬가지로 4월 이후 우상향 행보를 보였다.
금값 상승에 맞물려 금 사재기 움직임도 있었다.
국민·우리·하나·농협은행의 골드바 판매액은 3월 34억5천만원에서 4월 87억7천300만원, 5월 171억9천600만원으로 다달이 두배가량으로 급증했다.
6월엔 89억1천200만원, 7월엔 73억6천900만원으로 최근 들어 판매액이 꺾이는 모습이지만 연초 판매액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모습이다.
금과 함께 은도 가격이 오르고 있다. 한국금거래소의 은 한 돈 가격은 지난달 1일 2천330원에서 이달 9일 2천740원으로 한달여 사이 17.6% 급등했다.
실버바의 판매는 골드바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며 6∼7월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으나 가격 오름세가 이어지자 다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농협은행은 현재 실버바를 판매하지 않았으나 고객들의 문의가 많아지자 이달 말부터 실버바를 팔기로 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달러나 금 등 안전자산이 단기간에 많이 오른 만큼 현시점에서 투자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