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상황 심각한데···車 업계는 임단협 ‘가시밭길’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8.15 09:33

▲현대자동차 노조가 지난달 30일 울산공장 노조 사무실에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관련 파업 찬반투표 개표를 하고 있다. 투표 결과 과반수 이상이 파업을 지지했다. 노조가 올해 파업하면 연속 8년째다.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무역전쟁, 한국-일본의 갈등 등 경제 상황이 심각한 가운데 자동차 업계는 또 다른 고민거리를 두고 끙끙 앓고 있다. 불확실성이 높아져 수출길이 막히고 내수 경쟁은 치열해져 가지만 ‘노조리스크’에 노출돼 기초 체력이 떨어지고 있다. 현대·기아차, 한국지엠, 르노삼성 등 완성차 업체들은 본격적인 올해 임금 및 단체 협상을 앞두고 초긴장 상태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사측과 오는 20일까지 사측과 성실히 대화를 나누겠다고 최근 밝혔다. 이 회사 노조는 이미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중지 결정과 조합원 파업 가결 등을 통해 파업권을 확보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이 기간 노사가 접점을 찾기는 힘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노조는 20일까지 성과가 없을 경우 회의를 통해 파업 여부 등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사측을 압박하겠다는 의미로 19일부터 공휴일·주말 특근은 거부한다고 이미 선포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교섭이 난항을 겪자 지난달 교섭 결렬을 선언한 바 있다. 노조는 기본급 12만 3526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과 당기 순이익 30%를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기아차 노조 역시 일단은 파업 대신 추가교섭을 선택했다. 이달 말까지 사측과 집중교섭을 한 뒤 26일 파업여부를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작년 ‘군산공장 폐쇄’ 사태로 홍역을 치렀던 한국지엠 역시 올해 임금 교섭을 앞두고 폭풍전야다. 한국지엠 노조는 14일 인천시 부평구 본사 앞에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 회사 노조는 지난 8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에 따라 합법적으로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했다. 13일에는 사측과 8차 단체교섭을 진행했으나 입장 차이만 다시 확인했다.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달 9일부터 24일까지 7차례 단체교섭을 진행했으나 사측이 기본급 인상 등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는 기본급 5.65% 정액 인상, 통상임금의 250% 규모 성과급 지급,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 원 지급 등을 제안한 상태다.

사측은 회사 경영상황이 정상화되지 않았다며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격려금 지급 등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6000억 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5년 연속 적자다. 매출은 13년만에 10조 원 아래로 떨어졌다. 르노삼성자동차는 강성 성향 노조 집행부가 들어선 이후 회사가 존폐기로에 선 모양새다. 지난해 극심한 진통 이후 겨우 갈등을 봉합했지만, 올해 교섭 역시 순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르노삼성 노조는 기본급 인상, 별도 수당 지급 등 요구안을 내놨다. 다만 시장에서는 노조의 요구가 ‘너무 지나치다’고 평가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노조와 소모전을 벌인 탓에 공장 생산량이 반토막날 처지에 놓였다. 지난 6월 어렵게 노사 상생선언을 하고 QM6 등 신차를 앞세워 반전을 도모하고 있지만, 올해 임단협에서 또 시끄러운 상황이 연출될 경우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노사 상생협력의 모범생으로 분류되는 쌍용차는 올해 역시 무분규로 임금협상을 타결했다. 2010년 이후 10년 연속이다. 대내외적으로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에 노사가 공감해 상호 협력하고 있는 것이다. 쌍용차는 티볼리, G4렉스턴, 렉스턴 스포츠, 코란도 등 국내에 내놓는 신차마다 ‘대박’을 터트리며 순항하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투쟁이 시작되진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자동차 노조의 고질병을 고치지 못하면 우리 경제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이달 초 "안팎의 어려움을 감안해 노조는 파업을 자제하고 (현대·기아차, 한국지엠 등) 사측은 전향적으로 협상에 임해 해결책을 찾아달라"고 언급한 것도 그 궤를 같이한다는 분석이다.


여헌우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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