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분의 1 확률을 뚫어라"…머나먼 신약개발의 길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8.19 10:59
[에너지경제신문 이나경 기자] 제약바이오기업에게 신약개발은 숙명이다. 동시에 신약개발 과정에서의 실패는 병가지 상사다. 신약개발에 있어서 성공과 실패는 항상 붙어 다닌다. 신약개발은 한번 성공하면 최소 연간 조단위 성과를 가져다 준다. 세계인을 상대로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약개발 성공은 잭팟에 비유된다. 많은 자본과 시간을 투입해 신약 물질을 개발했더라도 기술수출에 이어 전임상과 3단계의 임상을 거치는 과정에서 무산되기가 일쑤다. 사람의 생명을 담보하는 만큼 조금이라도 위해성이 발견되면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취소라는 딱지를 받아든다. 그만큼 신약개발은 멀고도 험하다. 그렇다고 실패하더라도 ‘쪽박’을 차지는 않는다. 적어도 제약사 입장에선 말이다. 주식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수조원대에 달하는 기술수출 성공만으로 주가가 폭등한다. 그러다 중간에 임상과정에서 개발이 중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순간 주가는 폭락한다. 주식투자자입장에서 보면 신약개발은 말 그대로 하이 리턴,하이 리스크 투자 상품이다. 그만큼 신약개발 관련 주식투자에 신중해야 하고 투자자의 무한 책임도 감수해야 한다.


◇ 신약개발 성공까지 평균 12.5년 소요…머나먼 신약개발의 길

신약개발 과정

▲신약개발 과정 (사진제공=한미약품)


19일 업계에 따르면 신약개발 과정은 크게 연구단계와 개발 단계로 나뉜다. 연구단계는 기초 탐색을 통해 개발대상 물질을 선정하고 개발단계에 들어가 임상실험을 진행한다. 임상실험은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전임상실험과 사람을 대상으로하는 임상실험으로 이뤄진다. 또 임상실험은 1상,2상,3상 3단계로 진행된다. 임상실험 절차에만 평균 12.5년이 걸린다. 때문에 제약업계에선 신약물질이 실험을 거쳐 최종 판매까지 이뤄지는 것을 ‘1만분의 1의 확률’로 본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기초 연구개발(R&D)에서 확보된 5000~1만개 수준의 신약후보물질 화합물 중 전 임상단계를 통과하는 것은 250여개에 불과하다. 이어 임상단계까지 도달하는 것은 5개, 임상 3단계를 거쳐 최종 신약승인 허가를 받고 상용화에 성공하는 것은 고작 1개에 불과하다. 이는 임상실험은 단계를 거칠수록 대상과 조건이 까다로워지기 때문이다. 신약개발은 시간만 많이 소요되는 것 뿐 아니라 엄청난 투자를 필요로 한다.


◇ 신약개발 성공 땐 천문학적 편익 얻어

이런 험난한 과정에도 불구하고 제약·바이오업체가 1%도 안되는 성공확률에 도전하는 것은 한 번 개발에 성공하면 엄청난 편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패하더라도 최소한의 노하우를 축적하는 것도 한 요인이다.

제약업계는 하나의 신약물질을 개발해 임상 등의 과정을 거쳐 제품화될 경우 품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수익이 최소 1조 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전무는 "국내 제약사가 보통 신약개발을 위해 투자하는 평균 비용이 5000억에서 2조가 넘어간다고 하지만 신약개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순이익은 최소 조 단위"라며 "해외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개발된 블록버스터급 신약의 경우는 몇 십조 단위로 그 가치가 올라간다"고 전했다. 개발된 신약이 지구촌 전체 환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해당 기술이 제2의 신약개발로 이어지는 확장성까지 감안하면 편익은 천문학적 수준으로 늘어난다.

그런데 국내 제약바이업체들은 개발한 신약기술을 토대로 제품화까지 가지않고 중도에 글로벌 제약기업에 신약기술을 수출하는 방식을 쓴다. 그 이유는 임상 등 최종 개발까지 막대한 추가투자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데다 임상 등의 결과에 대한 공신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경우 신약기술 연구개발에 매출액의 10∼20%를 투입한다. 이렇게 하더라도 수출된 신약기술이 임상을 거쳐 제품화될 경우 얻는 편익이 엄청나다.

신약 기술(라이선스) 계약은 대부분 마일스톤 방식으로 이뤄진다. 마일스톤은 개발 단계별 기술료를 받는 방식으로 계약 체결 후 받는 계약금, 개발 단계별 성취도에 따라 받는 단계별 기술료로 구성된다. 계약금은 신약물질 개발에 투입된 원가와 일정 이익이 반영된다. 기술 수출에 실패하더라도 제약업체의 경영에는 직접적인 타격이 그리 크지 않다는 얘기다. 이어 전임상, 임상, 허가신청 ,허가완료 등 추가 개발 단계별로 성공보수격인 기술료를 받는다.한미약품이 글로벌 제약사인 얀센에 수출했던 비만·당뇨치료 신약기술의 경우 이런 방식으로 체결한 계약금이 총 9억15000만달러(약 1조700억원)에 달한다..

그리고 신약이 출시되면 그 후부터는 제품의 매출액에 비례해 일정수준의 로열티를 받는다. 기술 수출 비용은 수출한 치료제가 전 세계 시장에서 갖는 독점권한과 임상 진행 단계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이렇게 성사된 기수수출이 신약개발에 성공해 시장에 안정적으로 상용화까지 된다면 회사의 수익은 천문학적 수준으로 올라간다.

p_10

▲신약 라이선스 계약은 대부분 마일스톤 방식으로 이뤄진다. (사진제공=한미약품)

◇ 묻지마식 주식투자, 신약개발에 발목…"성공확률 따져 신중히 투자해야"

제약바이오업체의 천문학적인 액수에 달하는 신약기술 수출은 분명 주식투자자들에게 호재다. 하지만 수출 후 제품화까지의 성공확률이 낮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신중해야 한다. 특히 현행 공시제도는 신약기술 수출계약을 체결하면 계약금은 물론 확정되지 않은 미래수익인 마일스톤까지 포함해 명시하도록 규정함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지나친 기대감을 키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신약 기술 수출에 대한 투자자들의 지나친 기대는 제약사 입장에서도 큰 부담이 된다"며 "기술수출이 실패할 경우 회사는 온갖 비난을 받는 등 기업이미지까지 타격을 받는게 현실" 이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는 "투자자들이 신약기술 수출이 안고있는 불확실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며 "신약개발의 이러한 위험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묻지마식 투자는 제약·바이오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된다"고 지적했다.

이나경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