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 특조위 ‘발전사 수직통합’에 업계·전문가 "말도 안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8.21 17:57
-‘김용균 특조위, 발전사 수직 통합 제시는 논리 비약’
-정규직화, 수직 계열화 해도 위험...사고 해결 안돼
-정부 추진 ‘에너지 전환 정책’ 과도 어긋나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정부 측에서 전력산업 선진화를 위해 추진한 발전사 분리를 원점으로 돌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에서 발생한 고(故)김용균 씨 사망사고와 관련, 특별조사위원회는 근본 해결책으로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함께 전력산업 ‘수직 통합’을 제시했다. 김 씨가 안전수칙을 다 지켰음에도 사고가 발생한 것은 구조적인 문제인 만큼 하청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발전기업들을 통합해 관리해야 한다는 논리다.

다만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같은 해결책은 책임회피이자 논리적 비약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결과를 이같이 낸다면 굳이 몇개월 씩 특조위를 구성할 필요가 없었다고 생각된다"며 "안전 수칙 준수는 책임론에서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구조적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일단 문제를 봉합해야 하니 나온 답"이라며 "정규직화는 정부로부터 힘을 받으려는 프레임이며, 발전사 수직계열화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발전사 관계자 역시 "정규직화와 수직 계열화를 해도 현장의 위험과 사고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설비개선은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개선이 필요한 것이지 단시간 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면서 "사고가 난다면 정규직이 당하거나 비정규직이 당하느냐 그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 전력산업 수직통합, 현 정부 에너지전환 정책과 정반대 방향

무엇보다 전력산업 수직통합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전환 정책과 반대되는 방향이라 논란이다. 현 정부는 원자력과 석탄화력 등 중앙집중형 발전체제를 탈피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분산형 전원, 에너지프로슈머 확대를 강조해 왔다. 효율적인 에너지전환을 위해서는 한전을 비롯한 발전사들이 독점하다시피 한 구조를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고를 계기로 갑자기 수직통합을 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와 업계는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국내 전력산업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해 발전과 송배전 모두 한전 독점체재로 운영돼 왔다. 그러다 김대중 정부 시절 추진된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따라 발전부분에서 경쟁이 도입된 상태다. 당초 배전과 판매 부문도 여러 회사로 분할해 민영화를 추진하기로 했으나 노무현 정부 들어 더 이상 진전이 없었다. 그 후에도 경영 비효율과 가격왜곡 같은 부작용을 초래, 경쟁체제 도입을 통해 자연독점적 폐해를 줄이고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현 정부가 에너지전환을 추진하면서 전기요금 개편 등 관련 논쟁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박광수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전력산업구조 개편의 당초 취지는 경쟁체재를 도입해 소비자에게 보다 많은 편익을 제공하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직통합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현재 전력시장이 이번 사고의 경우처럼 문제가 생길 때마다 단기적인 처방에 급급해 구조가 왜곡됐기 때문"이라며 "다양한 분석을 통해 효율적인 대안을 찾아야 하는데 정부 측 특조위에서 이번 사고의 해결책으로 발전사 수직통합을 제시한 것은 논리 비약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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