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도서] 쉬어가도 괜찮아, 치앙마이니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8.24 09:38
쉬어가도 괜찮아, 치앙마이니까_표지 앞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일 년 내내 바짝 마른 햇빛의 냄새가 가득한 도시 치앙마이를 구석구석 살펴볼 수 있는 신간이 나왔다.

반복되는 일상이 지치고 따분한 사람들에게 낯선 도시에서 살아보는 여행이 좋다. 지금 당신이 처한 상황에서 몇 발짝 떨어져서 관조하듯 지켜보면 분명히 기가 막힌 해결책이 보일 거라는 것이다. 다만 그런 마법 같은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사실 살아보는 여행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냥 맛있는 음식 먹고, 좋은 거 보러 쏘다니고, 힘들면 잠깐 앉아 쉬어라. 그러다가 해가 지면 밤거리로 나가 맥주 한 잔을 목구멍으로 상쾌하게 넘기면 그만.

이 책은 치앙마이에서 두 달을 살아본 저자가 ‘치앙마이 두달살이, 별거 없네?’를 깨닫는 현실 자각 에세이이자, ‘치앙마이 두달살이, 그래도 한 번쯤은…’이라고 말하는 본격 살아보기 여행 권장 에세이다.

"되는 일 하나 없고 자존감은 바닥을 치던 어느 날 밤, 한국의 전원을 모두 끄고 치앙마이로 떠났다."

저자는 어느 날 문득,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치앙마이로 떠났고 마침내 깨닫고야 말았다. 이곳이 바로 지상낙원이며 영혼이 통하는 소울 시티임을. 치앙마이는 어느 곳에서나 여유가 넘친다는 것을. 사람들의 얼굴에는 늘 미소가 만연하고 뭐든지 서두르는 법이 없다. 오죽하면 이곳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이 ‘사바이 사바이(천천히 천천히)’라고. 아무리 성격 급한 사람이라도 여유 세포가 깨어난다.

물가가 저렴해 단돈 4000원으로 맛있는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고, 대략 한 달에 40만 원이면 쾌적한 콘도를 렌트할 수도 있다. 머리 위에서는 따뜻하다 못해 강렬한 햇볕이 하루 종일 내리쬔다. 주변을 둘러보면 온통 왕성한 생명력을 뿜어내는 초록빛 식물 천지다. 우울할 틈이 없다. 불쾌할 이유가 없다. 매일매일이 즐겁고 행복한 이유만 수십 가지인 도시가 바로 치앙마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3박 4일도 아니고, 7박 8일도 아니고, 무려 59박 60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것을 ‘여행’이 아니라 ‘일상’이라고 부른다. 바쁘게 랜드마크를 돌며 인증샷 남기는 특별한 ‘여행’ 말고, 마트에서 신선한 재료를 사와 따뜻한 밥을 지어 먹고 동네를 산책하는 평범한 ‘일상’. 두달살이를 하는 동안은 일정에 쫓길 필요가 없다. 아니, 일정 자체가 무의미하다. 열심히 찾아간 가게가 오늘따라 문을 닫아도,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는데 하필이면 폐업을 해도, 택시 기사가 말도 안 되는 길로 잘못 들어서 1시간을 날려도 짜증을 낼 필요가 없다. 오늘 못 가면 내일 가면 되고, 내일 못 가면 모레 가면 되기 때문이다. ‘다음에 다시 오지, 뭐’가 가능한 유일무이한 여행이랄까.

저자는 낯선 도시에서의 ‘여행’이 아닌 ‘일상’을 꿈꾸는 사람, 치앙마이가 어떤 도시인지 궁금한 사람, 내일 말고, 오늘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 가끔은 일상의 환기가 필요한 사람에게 이 책이 적합하다고 추천한다.


제목 : 쉬어가도 괜찮아, 치앙마이니까
저자 : 단아
발행처 : 니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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