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자 연구원이 마이크로 LED 개발 라인에서 유리 배선검사기에 기판을 올려 검사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에너지경제신문=이종무 기자] 산업기술 유출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놓고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여전하다. 기업은 첨단 기술이 유출될 경우 최대 수조 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지만, 유출자에게는 벌금이나 집행유예 등 처벌 수위가 상대적으로 너무 낮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제2·제3의 산업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산업기술 유출에 대한 근본적인 양형 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솜방망이 처벌이 산업기술 유출 키워"

2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22일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전 삼성디스플레이 연구원 조 모(54)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LG디스플레이 임원 김 모(56)씨, 협력업체 임원 박 모(60)씨에 대해서는 벌금 500만원으로 확정 판결했다. 함께 기소된 LG디스플레이·협력업체는 무죄가 선고됐다.

이와 관련, 법원의 유죄 취지 판결에도 불구하고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유출된 기술 가치에 비해 턱없이 낮은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지적한다.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첨단 기술의 경우 기술 개발에만 수 년에 걸쳐 수백억~수천억 원이 투입되고 개발된 기술 가치는 수조 원에 이르는 경우도 있는 데 비해 관련 처벌 수위는 너무 낮다"고 말했다. 이어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소송 기간이 길어져 관련 기술이 이미 넘어간 뒤여서 처벌의 실효성도 떨어진다"고 토로했다.

산업기술 유출 사건과 관련한 솜방망이 처벌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2017년엔 A 씨가 과거 자신이 몸담았던 중소기업의 이 분야 관련 제조장비 설계 도면 등을 경쟁사에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지만, 법원은 이 기업이 설계 도면 유출에 대한 보안 장치와 내부 규정이 미흡했다는 점 등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 "양형기준 강화해 근본적 차단을"

삼성디스플레이는 앞서 지난해에도 기술 유출 피해를 입었다. 삼성디스플레이 협력사 톱텍이 스마트폰 OLED 패널 3차원(3D) 흡착 공정 기술, 이른바 ‘갤럭시 엣지’에 적용된 곡면 OLED 제조 기술과 장비를 삼성디스플레이 최대 경쟁사이자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제조업체 BOE에 팔아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주장하는 추정 피해액만 6조 6000억 원에 달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한 이 기술과 장비는 6년여 간 엔지니어 38명이 투입돼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개발됐다. 현재 이 사건은 수원지방법원에서 재판중이다.

산업기술 유출은 당장 기업에게 막대한 손실을 안긴다. 최악의 경우 시장 지배력·경쟁력을 약화시켜 도산으로 몰아가는 중대 범죄다. 특히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국가 핵심 기술을 가진 기업이 무너지면, 해당 기업은 물론 국가 경제와 국가 경쟁력에 타격을 주게 된다. 즉, 기술 유출은 ‘매국’과 같은 셈이다.

하지만 기술 유출 시도가 늘고 지능화하는 것은 이런 사건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는 원인이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 사법연감에 따르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혐의 사건의 1심 ‘무죄율’은 2017년 말 기준 27%로, 전체 형사 사건 평균 3%에 비해 9배 가량 높다. 경찰청 자료를 보더라도 2015∼2017년까지 검찰이 기소한 기술 유출 사건 103건 가운데 실형이 선고된 것은 3건에 불과했다.

최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 법이 강화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실효적인 판례를 남기는 것과 함께 더 근본적으로는 양형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법조계 관계자는 "아직 우리 사회가 기술 유출 범죄의 심각성을 간과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양형 기준으로는 사실상 국부를 유출하는 행위를 예방하는 효과가 크지 않다. 기술 유출 행위로 인해 얻게 되는 이익이 해당 행위가 적발됐을 때 받는 처벌보다 크다면 기술 유출 행위를 근절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산업기술  해외 유출·시도 적발 추이
연도 건수
2013 29
2014 31
2015 30
2016 25
2017 24
2018 13
자료=국가정보원

기술 유출 재판 결과
구분 비율(단위: %)
집행유예 54.4
벌금 34.9
무죄 6.8
징역 2.9
선고유예 1
2015~2017년 기준.  자료=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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