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준평 김이슬 변호사, Hwang Hong & Co. Claire Kim Attorney at Law
노사문제에 있어 사용자 측과 노동조합 측 모두가 반드시 숙지하고 있어야 할 중요 노동법 사항이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노동조합에 대한 운영비 원조 금지 규정(이하 ‘운영비원조금지조항’)이다. 이는 쉽게 말해 회사가 노조 측에 금품 등을 제공할 수 없도록 제한한 규정이다.
그런데 조만간 노동조합도 기업으로부터 운영비를 합법적으로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31일 입법예고한 자료에 따르면, 그간 노조의 자주적인 운영 또는 활동을 위해 운영비 원조를 금지했던 조항은 일정 범위 내의 운영비 원조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개정된다.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겠다는 취지다.
그간 우리 법이 측에 운영비 원조를 금지했던 이유는 이 행위가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저해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우리 법은 근로자의 후생자금 또는 경제상의 불행 기타 재액의 방지와 구제 등을 위한 기금의 기부와 최소한의 규모의 노동조합사무소의 제공을 제외한 일체의 운영비 원조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며 금지했다. 노조가 사측으로부터 한 번 원조를 받기 시작하면, 이후로는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대법원은 앞서 판결에서 "노동조합이 사용자로부터 최소한의 규모의 노동조합사무소와 함께 통상 비치되어야 할 책상, 의자, 전기시설 등의 비품과 시설을 제공받는 것은 허용되지만, 통신비, 전기·수도요금 등 사무실유지비, 사무용품을 지급받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물론 일각에선 이 엄격한 제한 규정이 우리나라 노동조합의 현실을 매우 열악하게 만든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그런데 지난해 5월, 헌법재판소가 이 같이 운영비 원조를 금지하는 법률 조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노사가 우호적이고 협력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서 대등한 지위에서 운영비 원조를 협의하는 것은 근로 3권이 추구하는 집단적 노사자치의 이상에 부합하는 것이며 노사의 자율적인 단체교섭에 맡길 사항까지 국가가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자주적인 활동의 성과를 감소시키는 것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헌법재판소는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저해하거나 저해할 위험이 현저한 경우가 아닌 행위로 △운영비 원조 행위가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요구에 의해서 이루어진 경우 △노동조합이 사용자의 노무관리업무를 대행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서 이루어진 경우 △노동조합이 그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경제적 기반을 확보하기 위하여 사용자로부터 일정한 정도의 지원을 받는 경우 등을 언급했다.
이번에 입법예고 된 개정안에는 이 같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반영됐다. 노동조합의 자주적 운영을 침해할 위험이 없는 범위 내의 운영비 원조 행위는 부당노동행위의 예외로서 허용한 것이다. 사용자와 노동조합 양측 모두 운영비 원조를 서로에게 우호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활용한다면 노동조합은 안정된 경제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고 사용자 역시 노동조합과 보다 협력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운영비 원조가 노사 간 신뢰를 회복하고 국내 기업들이 겪고 있는 노사간 불협화음을 해결해 나갈 교두보가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