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지금 일본 여행간다고 하면 돌 맞아요."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초기 당시 불매 운동의 기류에 대해 한 취재원은 이같이 말했다. 정치나 트렌드 변화에 둔감한 사람도 반일 열기를 감안해 일본 여행 상품 취소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번 불매운동은 기존 불매운동과는 다르다는 의미였다.
이 같은 기류는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화됐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장기전이 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은 더 복잡해지고 정교해졌다. 단순히 일본 브랜드와 기업을 찾아내는 것을 넘어 일본 기업의 투자가 들어간 회사, 일본산 원료가 들어간 브랜드 등 타깃을 넓혀나갔다. 심지어는 이를 기업이 아닌 일반 개개인에도 적용해나갔다. 일본 패션 브랜드인 유니클로 매장을 방문하는 사람을 촬영해 개인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계정에 올리는 가하면 직접 매장에 들어가 제품 구매를 방해는 등 직접적인 제품 구매 단속으로 진화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의 긴장감도 높아졌다. 불매운동의 불똥이 튈 수 있어서다.
불매운동으로 소비자의 힘을 보여주는 것은 옳은 일이다. 그간 일본 기업들은 한국 시장에서 활동하면서도 현지 소비자들을 무시한 마케팅 활동을 펼쳐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니클로다. 한국인들에게 아픈 역사인 일제강점기 시대의 상장인 욱일기를 빈번하게 마케팅 활용해 논란이 됐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서 수년 간 연매출 1조 원을 기록하며 우위를 점해온 만큼 불매 여파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봤다. 결과는 달랐다. 가열된 불매 운동의 여파로 매출은 최근 최대 70% 급감했다. 기업의 성장은 소비자에 달려 있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유니클로의 본사의 사과 역시 불매운동의 순기능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불매운동은 불매에 대한 열기가 가열된 만큼 수위 역시 과격해졌다. 일본 여행을 다녀오거나 일본 제품을 구매하는 이들을 비난하면서 사진을 촬영해 공개하는 등 불매운동에 참여하지 않은 이들에게 낙인을 찍는 행동으로 진화했다. 이 같은 행동은 일본과의 경제 전쟁 중인 만큼 한국인이라면 불매운동으로 모두 단결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불매운동은 자율적으로 참여해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