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산업은행) |
[에너지경제신문=이유민 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산업은행-수출입은행 합병 발언에 수은이 반발하고 나섰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앞서 이 회장은 취임 2주년을 맞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문제를 꺼냈다. 이 회장은 "정책금융이 많은 기관에 분산돼 있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 정책금융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산·수 합병론’을 제시했다. 그는 "앞으로 면밀히 검토해 산은과 수은의 합병을 정부에 건의해 볼 생각"이라며 "산은과 수은이 합병함으로써 훨씬 더 강력한 정책금융기관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업금융 지원과 구조조정 등 분야에서 두 기관의 기능은 일부 겹친다. 이를 합쳐 인력과 예산을 효율화하고 ‘규모의 경제’를 구현하겠다는 게 이 회장의 구상이다. 그는 합병 필요성을 역설하면서도 "정부와 협의가 안 된 사견"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실제로 각 기관을 감독하는 금융위원회나 기획재정부와 사전 교감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파문이 이는 것은 이 회장이 금융권의 대표적 ‘친문(친문재인) 인사’로 꼽히고 있어 그의 발언이 갖는 무게감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에서다.
수은은 이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을 탐탁치않아 하는 분위기다. 두 기관의 역할이 다를 뿐더러 국제금융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반대 논리도 벌써 나온다. 수은 관계자는 "수은이 축적해 온 대외거래 전문성이 침식될 우려가 있다"며 "오히려 산은의 대외금융 부문을 수은에 넘기는 게 효율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특히 수은이 산은에 합쳐질 경우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공적 수출신용기관(ECA) 지위가 위협당하고, 자칫 수출 보조금 지원 대출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CA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 유일하게 허용되는 중장기 수출금융 기관으로 수은이 산은에 합쳐지면 유럽과 일본 등 경쟁국에서 이를 문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수은 관계자는 "독일의 경우 기존의 기관에서 ECA를 분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수은 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이 회장에 대해 "현 정권에 어떤 기여를 해 낙하산 회장이 됐는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정책금융 역할에 대해 이래라저래라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비난했다.
한편, 두 은행은 서울 여의도공원 서편에 나란히 본점을 두고 있으며, 6개로 구획된 부지 중 중소기업중앙회관을 사이에 두고 산은이 4개 구역, 수은이 1개 구역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