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원유시설 피폭' 국제유가 11년 만에 최고치로...'100달러' 전망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9.17 07:20

WTI 14.7% 급등, 브렌트유 걸프전 이후 일일 최대 폭 올라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美증시 투자심리도 '위축'

▲(사진=연합)


세계 최대 원유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원유시설 2곳이 드론(무인기)의 공격을 받으면서 국제유가가 10% 넘게 폭등했다. 전문가들은 생산 차질이 계속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1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14.7%(8.05달러) 뛴 62.9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WTI는 장중 15.5%까지 올랐다. 이를 두고 로이터통신은 2008년 12월 이후 약 11년 만의 '퍼센트 기준, 하루 최대폭'의 급등이라고 설명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11월물 브렌트유도 오후 5시10분 현재 배럴당 13.05%(7.86달러) 상승한 68.0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휘발유 선물 가격도 13%가량 뛰었다고 CNN은 전했다.
    
일간 LA타임스는 "캘리포니아주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3.5~4달러 선에서 5달러 선으로 급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라고 내다봤다.
    
브렌트유는 전날 밤 약 20% 폭등하기도 했다. 이는 1990~1991년 걸프전 이후 하루 장중 최대폭의 급등이다.

지난 14일 드론 공격으로 사우디의 아브카이크와 쿠라이스의 원유 설비가 가동을 멈추면서 사우디는 하루 평균 570만 배럴가량의 원유 생산이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사우디 하루 산유량의 절반이자, 전 세계 산유량의 5%에 해당한다.
    
사우디의 시설복구가 얼마나 걸릴지와 미국 등의 보복공격 여부에 따라 유가가 더 큰 폭으로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 원유시설의 공격 배후를 자처한 가운데 미국은 후티 반군을 지원하는 이란을 배후로 의심하고 있어 미국과 이란 간의 갈등도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를 통해 "범인이 누군지 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면서 "우리는 검증(결과)에 따라 장전 완료된(locked and loaded) 상태"라며 군사 공격을 감행할 준비가 돼 있음을 시사했다.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는 약 한 달간 기존 수출 물량을 유지할 수 있는 재고를 확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전날 이번 사태가 국제 유가에 끼칠 영향을 고려해 미국의 전략비축유(SPR) 방출을 승인했다. 

다만 사우디 생산시설의 생산 차질이 수주간 계속되면 국제유가는 당분간 급등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투자자들에게 보낸 노트에서 현재의 사우디 생산 감소가 향후 6주간 이어지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75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이터통신은 사우디의 정상적인 생산 복구까지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어게인 캐피털'의 존 킬더프는 군사적 충돌로까지 사태가 격화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이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42.70포인트(0.52%) 하락한 27,076.82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9.43포인트(0.31%) 내린 2,997.9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3.17포인트(0.28%) 하락한 8,153.54에 장을 마감했다.

유가 폭등으로 에너지 기업주가 강세를 보였지만 전반적인 투자 심리는 위축됐다.
    
이번 공격으로 중동 지역 무력 충돌 우려가 한층 커진 점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억눌렀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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