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피폭에 국제유가 폭등…국내 기름값도 10월 초 상승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9.17 15:49

WTI 11년만의 일일 최대치 14.7% 상승 62.90달러 마감
사우디 생산 감소 6주간 이어지면 75달러 상승 가능성
국내 2∼3주 뒤 반영…정유업계 원유수급 안정에 ‘올인’


국제유가, 사우디 원유시설 공격에 폭등

▲세계 최대 원유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원유시설 2곳에 대한 드론(무인기) 공격과 관련해 생산 차질이 우려되면서 16일(현지시간)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14.7%(8.05달러) 폭등한 62.9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국제유가는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에 반영되기 때문에 국내 기름값은 10월 초쯤 뛸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17일 경기 성남 대한송유관공사 본사로 들어가는 탱크로리.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 세계 최대 원유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원유시설 2곳에 대한 드론(무인기) 공격과 관련해 생산 차질이 우려되면서 국제유가가 폭등했다. 국제유가는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에 반영되기 때문에 국내 기름값은 10월 초쯤 뛸 것으로 전망된다.


1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14.7%(8.05달러) 뛴 62.9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2008년 12월 이후 약 11년 만의 ‘퍼센트 기준, 하루 최대폭’의 급등이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11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13.05%(7.86달러) 상승한 68.08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는 전날 밤 약 20% 폭등하기도 했다. 이 또한 1990~1991년 걸프전 이후 하루 장중 최대폭의 급등이다.

지난 14일 드론 공격으로 사우디의 아브카이크와 쿠라이스의 원유 설비가 가동을 멈추면서 사우디는 하루 평균 570만 배럴가량의 원유 생산이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사우디 하루 산유량의 절반이자, 전 세계 산유량의 5%에 해당한다. 사우디의 시설복구가 얼마나 걸릴지는 물론 미국 등의 보복공격 여부에 따라 유가가 더 큰 폭의 급등을 지속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투자자들에게 보낸 노트에서 현재의 사우디 생산 감소가 향후 6주간 이어지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75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이터통신은 사우디의 정상적인 생산 복구까지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미 대통령은 전날 미국의 전략비축유 방출을 승인했다. 우리 정부 역시 전날 산업통상자원부 주영준 에너지자원실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가 국내 시장과 소비자 가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매일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필요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국제사회와 공조해 수급이 악화될 경우 정부와 민간이 보유하고 있는 약 2억 배럴의 전략 비축유 일부를 방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2억 배럴은 국내에서 180일 정도 소비할 수 있는 분량이다.

국제유가에 대한 변동성이 커지면서 국내 산업계도 대비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아람코 원유시설 파괴로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정유업계는 안정적인 원유 수급을 위해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람코가 절반 이상의 지분을 가진 에쓰오일은 "사우디산 원유는 대부분 장기계약(최대 20년) 형태로 도입 중이고, 사우디 정부도 자체 비축유로 수급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 "국내 석유수급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폭등하면 정유업계의 재고평가 이익과 정제마진 상승에 따른 이득을 볼 것이란 이야기도 있지만 이는 단순한 시각"이라면서 "원유를 안정적으로 수급해야 하는 정유업계에 수급 불안정은 가장 큰 타격이고, 이에 따른 원료가격 상승은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재고평가 이익은 국제유가가 상승할 때는 정유사에게 득이 되지만 반대로 국제유가가 하락할 때는 손해로 작용해 1년 단위로 이를 환산하면 큰 의미가 없다. 또한 유가 불안정으로 소비자가 소비를 줄이면 정유사에는 손해"라면서 "정유업계는 사우디가 빠른 시일 내에 복구를 완료해 원유수급에 차질이 없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국내 유가와 관련해서 그는 "국제유가는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에 반영되기 때문에 이번 사우디 원유시설 파괴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은 10월 초쯤 국내에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유가상승에 따른 원료가격 상승으로 원가부담이 늘어나는 피해가 있다"면서도 "원유수급이 불안정하면 이에 따른 대체재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원유를 2차 가공해 판매하는 석유화학 업계는 장기적으로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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