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서민형 아닌 '국민형' 안심전환대출 정책 시급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9.19 18:07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

조남희


현재 접수를 받고 있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에 대한 관심이 높다. 서민들의 이자부담을 줄여주고,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출 갈아타기 정책상품이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이라고 볼 수 있다. 소득요건은 부부합산 연소득 8500만원 이하다. 대출 한도는 5억원 이하며 담보인정비율(LTV) 70% 이하, 총부채상환비율(DTI) 60% 이하라는 기준이 적용된다.

금융당국은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을 마치 서민을 위한 정책인양 대대적으로 생색내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금리 상황에서 무리하게 시행할 필요성도, 시급성도 없는 대책이라고 본다. 굳이 20조원의 채권을 발행하면서 시장금리를 왜곡시키고 서민들의 은행대출을 정부의 대출처럼 주택금융공사 대출로 대출 갈아타기 해주는 정책이 과연 필요한지 의문이다. 이 시점에서 은행이 갖고 있는 대출을 왜 굳이 금융공기업이 대출을 떠안고, 공기업만 비대하게 만드는 점도 올바른 정책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요즘 금리를 보면 다소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 국민이 기존 대출조건 하에서 갈아타기 하도록 정부 규제를 풀어야 할 상황이라 할 수 있다. 9·13 부동산대책 등으로 인한 강력한 대출 규제를 내놓으며, 갈아타기를 하지 못하게 장벽을 놓은 것이 정부이기 때문이다. 이 장벽을 일정조건에서 풀면, 서민형 운운하는 오늘의 서민형 안심대출이 필요없다고 볼 수 있다. 국민형이 있는데 왜 서민형 운운하며 서민을 위하는 척 하는지 모르겠다. 정부의 규제완화가 시장도 왜곡시키지 않고, 대부분의 대출자가 금리인하 상황의 혜택을 보도록 하는 정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국민 대다수가 과거 어느 때보다 어려워지고 있건만, 정부는 이런 상황에 대한 깊은 인식 없이 서민대책 운운하며 안일하고, 과거정책을 모방하거나 퍼주기 일관의 정책만 펴고 있다. 시장의 변화에 의해 자연적으로 국민 전체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야말로 정부 부담과 개입 없이 국민들이 이익을 볼 수 있는 길일 것이다. 이를 무시하고 정부의 인위적 개입만이 능사인 것처럼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정부의 정책 시야가 좁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번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은 정부가 얼마나 금융시장의 상황이나 정책감각이 없는가를 그대로 보여준 것 아닌가 싶다. 정부는 국민 대다수 이익이 무엇인지는 판단하지 않고 인기영합적 사고로 정책을 제시한 것이다. 정부의 경직된 정책시행이 아니라면, 유연한 사고의 규제완화만으로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대부분 대출자들이 연 1.5% 내외의 낮은 대출 이율을 적용 받아 한해 10조원 이상의 이자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수 년 동안 계산해 보면 최소 30조원 이상의 대출이자 부담을 개인들 소득으로 전환해 주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생산적인 정책을 왜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청와대가 이런 정책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는 것도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가계부채대책과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대출을 억제하기 위한 강력한 LTV, DTI 등의 정책을 펴오고 있다. 청와대와 금융위원회가 시장상황에 대한 정확한 시장변화 의미나 이해가 부족한 것도 모자라, 정책방향도 잘못 진단하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 현명하고 전략적이고 스마트한 정부라면, 시장의 상황 변화에 따라 국민 전체의 이익이 되는 정책을 1차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이런 정책에도 불구하고 소외되는 계층이나 지원할 계층이 있다면 2차적으로 정교한 정책을 모색하는 것이 정부의 바람직한 정책방향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서민형 대책보다는 국민형 대책이 먼저라는 정책 사고의 변화가 필요하다.

송두리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