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 소강국면...돼지고기 가격폭락에 농가는 '한숨'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10.16 07:51

17일 아프리카돼지열병 한 달, 15만여마리 살처분
바이러스 생존력 강해 안심하긴 일러...멧돼지 방역 주력

▲서울 한 마트의 정육코너.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이달 9일을 마지막으로 일주일간 확진 사례가 나오지 않는 가운데 농가는 돼지 살처분과 돼지고기 가격 폭락 등 이중고에 신음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지난달 16일 경기도 파주에서 의심 신고가 들어온 것을 시작으로 김포, 연천, 강화 등 경기·인천 접경 지역에서 퍼져나갔다.

오는 17일이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확진된 지 1개월을 맞는다. 
    
지금까지 총 14차례 발생한 이 질병은 국내 초유의 발병답게 강화도 내 모든 돼지를 살처분하고, 파주·김포·연천의 전 개체를 수매·살처분하는 '초강력 소거'의 전례를 남겼다. 

정부는 긴급행동지침(SOP) 상 범위 500m를 뛰어넘어 발생 농장 반경 3㎞까지 돼지를 살처분하고, 중점관리지역과 발생·완충 지역으로 구분해 관리하는 등 방역에 역량을 집중해 대응해왔다.
   
특히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집중 발생한 파주·김포·연천에 대해서는 관내 모든 돼지를 일단 수매하되, 이를 거부하거나 도축에 적합하지 않은 개체는 모두 살처분하는 소거 작전까지 돌입했다. 감염 위험이 상존하는 강원도 접경지역에 대해서도 희망 농가를 대상으로 수매 신청을 받고 있다.
    
이 같은 강력한 조치에 힘입어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이달 9일 연천을 마지막으로 일주일간 잠잠한 상태다.
    
지난 한달간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살처분된 돼지는 모두 15만4548마리에 달한다.

양돈 농장을 중심으로 한 '집돼지' 감염은 소강 국면에 있지만 최근 야생멧돼지에서 잇따라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중점 방역의 대상이 바뀌었다. 

야생 멧돼지에서는 지금까지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총 6건 검출됐고, 14일 6번째 폐사체는 민통선 이남에서 발견돼 이목을 끌었다.
    
당국은 당초 멧돼지를 상대로 한 총기 사용을 금지했다가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된 후 엽사와 군을 투입하고 총기 사용을 허용했다.

기세가 수그러든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이 상태에서 그대로 꺾인다고 하더라도 경기 북부의 농장에서 다시 돼지 소리가 들리려면 최소 6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 긴급행동지침에 따르면 발생 농장은 이동제한 해제일로부터 40일이 경과하고, 단계별 요령에 따라 이뤄지는 60일간의 시험을 무사통과해야 다시 입식(돼지를 들임)할 수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잠복기 4∼19일을 고려해 통상 21일간 이동제한 조치가 내려지는 점을 생각한다면 최소 121일간 추가 발생이 없어야 하는 셈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사태가 한 달째 이어지면서 국내 양돈 농가는 살처분 같은 직접 피해를 넘어서 가격 폭락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이달 14일 현재 1㎏당 3030원에 그쳐 지난달 평균 4791원보다 36.8%나 급락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가격 3911원과 비교해도 22.9% 낮다.
    
돼지고기 소매 가격(냉장 삼겹살) 역시 1㎏당 1만9천170원으로 2만원 선이 무너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 가격은 2만240원이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이후 일시이동중지명령과 권역화 통제 조치 등 여러 가지 조치를 내리다보니 도매시장과 경매장에서 가격이 급등락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부는 롯데마트, 이마트 등 대형마트와 한돈 인증점 등에서 할인 판매 행사를 펼치고, 단체급식에 돼지고기가 들어가도록 관련 기관·단체와 협의할 방침이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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