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정의 눈] "ESS 조사위가 할일, 민간이 다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10.17 14:58

지난 14일 ESS(에너지저장장치시스템) 대책이 한 민간기업으로부터 나오고 "조사위가 할 일을 (민간이) 했다"라는 평가가 나왔다. 23건의 화재가 발생하는 동안 ESS업계는 정부로부터 속시원한 답변을 들은 바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1차 조사위)를 설치하고 원인조사를 벌였다. 약 5개월간의 조사 끝에 1차 조사위는 ▲배터리 보호시스템 미흡 ▲운영환경관리 미흡 ▲설치 부주의 ▲통합보호·관리체계 미흡 등 4가지를 직·간접 화재원인으로 꼽았다. 또 일부 배터리셀의 제조상 결함도 발견됐으나 이는 화재 원인으로 확인되지는 않았고 화재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조사위의 화재원인 발표는 오히려 ESS업계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조사위의 발표는 화재가 날 수 있는 상황을 열거한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조사위의 발표 이후에도 상황은 종결되지 않았다. 3건의 화재가 추가로 발생했다.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않은데 따른 당연한 결과였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목마른 기업이 우물을 팠다. 더 이상 산업이 붕괴되는 것을 지켜볼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고 회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신규 시장에 외면당해선 안된다는 채찍질도 작용했으리라. 그러나 화재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만큼 불충분한 수준의 대책이 나왔다. 그 대책은 현재 상황에선 최선이지만 장기대책이 될 순 없었다.

17일 국회에 따르면 산업부는 최근 2차 조사위 조사단 구성을 위해 각 의원실에 공문을 보냈다. 1차 조사위 대책 발표이후 발생한 화재 3건(예산·평창·군위)에 대해 국회 추천 인사 등이 참여하는 조사단을 구성해 운영하겠다는 취지였다. 2차 조사위는 전기·배터리·소방 등 관련분야 산·학·연 전문가 뿐만 아니라 국회·관련업체 등이 추천하는 인사도 포함시켰다. 2차 조사위는 전기안전공사와 민간위원 중에서 호선된 위원이 공동단장을 맡으며 20명 안팎으로 꾸려진다.

조사위가 구성되지만 그래도 ESS업계는 미덥지 못하다. 일부 의원실에서는 "보좌진, 의원 등 국회 인사는 전문분야에서는 일반인과 다를 바 없다"며 "1차 조사위는 불성실한 조사를 해 ESS업계에 피해를 끼쳤다. 산업부가 2차 조사위마저 비전문가를 포함해 구성하는 것을 보니 이번 2차 조사위도 부실한 조사를 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조사위가 할 일’은 조사위가 해야 한다. 정부는 조사위에게서 민간의 자구책보다 못한 수준의 대책을 듣고자 5개월 간 예산을 지원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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