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자유한국당은 보수의 절대가치로 돌아가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10.17 18:20

윤덕균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윤덕균 한양대 명예교수

최근 조국으로 빚어진 국론분열 사태에서, 주된 책임은 여당인 민주당에 있지만 제일 야당인 자유한국당도 자유롭지 못하다. 왜냐하면 강한 야당이 여당의 독선을 막는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계속된 실정(失政)에도 자유한국당이 민심의 외면을 받는 상황이 계속돼 여당의 안하무인의 독선의 빌미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지적을 의식한 자유한국당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가 이달 4일 혁신안을 통해 당이 미래 정당, 청년 정당으로 가기 위해 꼰대, 기득권, 웰빙 정당 이미지부터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위는 한국당을 혁신하기 위한 3대 비전과 이를 실천하기 위한 세부 과제를 담은 45쪽짜리 혁신안(案)을 마련해 지도부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혁신안에 따르면 특위는 우선 한국당의 3대 비전을 △국민과 함께(People) △경제를 세우고 정책으로 강한(Policy) △열린 정당·인재 정당·미래 정당(Process) 등 이른바 ‘3P’로 제시했다. 또 투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웰빙 정당, 강남 우파 이미지 탈피’가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당내 화합·통합 기반을 확립하기 위해 ‘계파적 분열주의를 배격하고 싸움질하는 정당 이미지를 타파해야 한다’고도 했다. 존재감 큰 야당이 되기 위한 ‘국민 대토론회’, ‘청년토론 슈퍼스타K’ 등 행사도 구상했다. 이중 중점을 두고 제안한 것은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에 대한 기능 조정 의견이다. 여연에 전문 연구 인력을 중심으로 7명만 남긴 후 나머지는 전문가 등 외부와 협조체계를 갖출 것을 제안했다. 또 여연과 별도로 독일 아데나워 재단 같은 연구재단 설립 방안도 내놓았다. 그러나 아무도 특별위의 혁신안이 성공하리라고 믿지 않는다. 내용이 구태의연하기 때문이다. 혁신방안에 친박·비박 어느 쪽도 동의하지 않는다.

혁신안이 누구에게도 감동을 주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민주당과 짝퉁보고서이기 때문이다. 보고서 어디에도 ‘생즉필사 사즉필생’의 사무여한의 각오가 보이지 않는다.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一日不作 一日不食)’라는 금언을 남긴 백장 스님은 스승 마조에게 물었다. "부처의 본뜻은 어느 곳에 있습니까" 이에 마조가 답했다. "바로 자네의 목숨을 내던진 곳에" 열반에 있다고 답한다. 한국당의 살길을 마조에게 물었다면 ‘목숨을 내 던진 곳에’ 즉 ‘열반에’라고 답했을 것이다. 보수가 보수의 근본적 가치 이외에 모두가 열반에 들어야 한다. 황교안 대표의 대선의 꿈이 열반에 들어야 하고 당권장악의 의지도 열반에 들어야 한다. 친박도 열반에 들어야 하고 비박도 열반에 들어야 한다. 유도 금메달리스트인 김재범 얘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죽기 살기’로 했다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은메달을 땄고, 2012년엔 ‘죽기로’해서 금메달을 땄다고 했다. 불가에서는 사람이 죽는 것을 열반이라 하나 한국당의 열반의 의미는 보수의 절대가치를 깨쳐서 보수의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면 보수의 절대가치는 무엇인가? 진보의 절대 가치가 ‘평등’이라면 보수의 절대 가치는 ‘자유’다. 기업과 시장의 자유를 통해서 인간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진보가 ‘공정한 분배’라면 보수는 ‘고도 성장’의 추구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개발독재에 안주해 경제자유를 지상의 선으로 여기지 않은 업보가 있다. 평등을 추구하는 진보를 종북 세력 내지는 빨갱이로 몰고 경제개발에 전력투구해 경이적인 성과를 이루면서 개발독재로 집권의 명분을 축적하는 안이한 길을 택해 왔다. 그리고 국민의 공평논리에는 ‘경제민주화라든지, 증세 없는 복지라든지’ 사탕발림으로 국민을 현혹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사탕발림은 통하지 않는다. 이제 보수 가치에 충실한 정책 개발로서 정정당당하게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보수의 절대 가치를 연구하는 여연의 구조혁신이 필요하다. 구태의연한 3P로 한국당의 비전을 제시할 것이 아니라 보수 가치에 충실한 실천 가능한 강령을 제시하는 것이다.

보수적 가치에 충실한 국정의 기본은 첫째, 작은 정부다. 진보가 추구하는 큰 정부에 반해서 작은 정부를 추구한다. 둘째, 기업하기 좋은 나라다. 세수를 줄이고 법인세를 낮춰줌으로서 기업을 살리는 정책이 우선이다. 셋째, 효율적 정부다. 공무원의 수와 규제의 수는 비례한다. 불필요한 공무원 숫자를 줄임으로서 정부 규제를 없애고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보장한다. 넷째, 완전한 시장경제다. 가능한 범위 내에서 경제는 시장의 자율적 보이지 않는 손에 맡긴다. 다섯째, 공평교육과 수월성 교육의 병진이다. 공교육은 기본적으로는 공평교육을 추구한다. 그러나 일정부분 사교육의 수월성교육을 통해서 일당백의 인재를 양성한다. 여섯째, 과학기술 우선주의다. 보수의 우월적 가치는 자유로운 연구 활동을 보장하는 과학기술에서 나온다. 일당백의 인재들이 연구개발에 매진할 수 있는 국가 시스템을 만든다. 일곱째, 기회균등이다.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회균등을 보장한다. 그를 위해서 기초생활, 기초의료, 기초교육의 책임은 철저히 수행한다. 그러나 그 이상의 게으름에 관대해서는 안 된다. 여덟째, 당명 교체다. 꼰대의 이미지를 벗어나려면 당명에서 전체주의적 성격이 강한 한국을 제외하는 것도 대안이다. 예를 들면 자유민주당이라면 어떨까?

국가를 위해서도 진보를 위해서도 보수는 살아야 한다. 그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이달 7일 발표한 최근 성인 200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이 1.9%포인트 하락한 38.3%, 자유한국당은 2.7%포인트 오른 33.2%로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다. 이러한 여세를 몰아가기 위해서는 자유한국당의 환골탈퇴는 국가의 지상명령이다.

에너지경제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