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전기차로 눈길 돌리지만...'주행거리' 해결과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10.22 14:33

내연기관차와 가격차 좁혀지고 저렴한 모델 출시 이어져
사회초년생 소유 비중 확대 전망...주행거리 불안감은 걸림돌
일각선 "대중화 억제 정책에 제동"

▲충전중인 전기차(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와의 가격이 비슷해지는 ‘가격 패리티’가 가시화되면서 미국 내 전기차를 구매하는 밀레니얼(1980∼2004년 출생자)·Z세대(1996년 이후 출생자) 세대 비중이 점차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전기차의 경우 전기가 휘발유보다 저렴하고 구매비용도 꾸준히 하락하고 있어 사회초년생들에게 매력적인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다만 ‘주행거리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이들도 있는 만큼 전기차가 대중화되기에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저렴해지는 전기차 가격에 낮은 연료비…美 젊은 소비자 눈길


미국 경제매체 CNBC는 22일 자동차시장 분석업체 콕스 오토모티브(Cox Automotive)의 라셸 페투스키 시장조사 부문장 발언을 인용해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가격 격차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며 "앞으로 이러한 추세가 한층 가속화되면서 2∼3년 이내 가격 차이는 더욱 좁혀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에너지 조사기관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도 지난 5월 보고서를 통해 2022년부터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 가격보다 저렴해질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연봉별 전기차를 구매한 소비자 비중. 71%의 전기차 소비자가 10만달러 이상으로 나타났다. (자료:콕스 오토모티브)


콕스 오토모티브는 그간 25세부터 34세의 소비자들은 기후변화 대응 등의 이유로 전기차를 구매하고 싶지만 비싼 가격으로 인해 주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전기차를 구매한 소비자 중 70%는 연봉이 10만 달러(약 1억 1707만원)를 상회한다. 반면 사회초년생들은 학자금 대출상환, 낮은 초봉 등의 이유로 전기차를 구매할 여력이 없다. 특히 다른 차종 대비 가격이 비싼 축에 속하는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들이 판매량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데다 최근에는 포르쉐가 순수 전기 스포츠카 모델인 ‘타이칸’을 공개하면서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전기차는 비싼 차’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고성능 모델인 포르쉐 ‘타이칸 터보 S’의 판매 가격은 미국 시장 기준 최소 15만 8000달러(약 1억 8497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CNBC는 "밀레니얼·Z세대들이 기후변화에 대해 기성세대보다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점은 사실이지만 전기차 구매의 측면에서 이러한 관심을 행동으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콕스 오토모티브는 GM, 폭스바겐, 닛산, 기아자동차 등의 제조업체들이 저렴한 전기차 모델들을 출시하면서 전기차를 구매하는 사회초년생들의 비중도 기존보다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전기차 원가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는 지난 2010년부터 2016년 사이에 70% 급락했다. 이로 인해 전기차 닛산 리프 모델은 가격이 지난 2012년부터 매년 2.5%씩 하락했지만, 내연기관차인 닛산 맥시마 가격은 7.5%씩 올랐다.

전기차 자격이 점차 낮아진데 이어 전기차의 연료 비용이 내연기관차에 비해 저렴하다는 점도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매력적인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콕스 오토모티브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Z세대의 소비자 중 65%는 전기차를 충전하는 비용이 휘발유·경유 가격보다 저렴하다고 답했다.

실제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미국의 평균 휘발유값은 19일(현지시간) 기준 1 갤런(약 3.78리터)당 2.63달러(약 3078원)인 반면 평균 eGallon(휘발유 1갤런을 전기로 환산한 비용) 가격은 1.21달러(약 1416원)로 나타났다. 미국 에너지부는 "미국 가정이 평균적으로 지출하는 총 비용 중 20%가 자동차 운행에 들어간다"며 "전기차를 이용하면 가계 부담도 훨씬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 가격은 휘발유 가격보다 더 안정적이다"며 "같은 거리를 주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전기차에서 소모되는 비용이 내연기관차에 비해 절반도 안된다"고 부연했다.

중고 전기차를 구매하는 것도 좋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온라인 자동차 정보업체 에드먼즈닷컴(Edmunds)에 따르면 중고차 모델은 동일한 새차 모델에 비해 43%∼72%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CNBC는 실제 중고 전기차를 구매한 25세의 브라이언 라클레어를 소개했다. 라클레어는 지난 7월 1만 2000달러(약 1404만원)로 2017 닛산 리프 중고차를 구매하면서 전기차에 입문했다. 2017년 닛산 리프 신차의 생산자권장가격(MSRP)은 3만 달러(약 3512만원)부터 시작된다. 그는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했다는 이유로 1000달러(약 117만원) 추가 지원금을 받았고 자가 전기차 충전을 위해 지역 유틸리티사로부터 별도의 750달러(약 87만원) 인센티브도 지원받았다.

라클레어는 "신형 모델에 탑재되는 배터리와 엔진의 성능은 당연히 좋지만 주행거리가 120마일(약 193km)인 전기차의 경우 40∼50마일의(약 64∼80km) 거리를 통근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나와 비슷한 연령대의 소비자들도 충분히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올해 8월 한 달 동안 전기차를 충전하는데 드는 비용은 총 14달러(약 1만 6389원)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 ‘테슬라 효과’에 주행거리…美 젊은 소비자 주춤

▲테슬라 모델3(사진=AP/연합)


물론 라클레어 만으로 중고 전기차를 구매하는 현상을 일반화시켜서는 안된다는 분석도 있다. 에드먼즈닷컴의 제시카 칼드웰 전무는 중고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극히 드물다고 지적했다. 전기차 2019 BMW i3를 리스한 26세의 윌리엄 라이는 "전기차 배터리는 기술력이 핵심인 만큼 옛날 중고 전기차 모델을 소유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테슬라가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 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중고차를 구매한 라클레어도 "사람들이 전기차에 대해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는 테슬라다"고 인정했다. 전기차 전문매체 인사이드이브이스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미국에서 총 23만6067대의 전기차가 판매됐다.

이 중 테슬라의 모델3 판매량이 11만1650대로 전체의 47% 비중을 차지했다. 모델3에 이어 모델X와 모델S의 판매량까지 고려할 경우 판매 비중은 57%까지 증가한다. 즉 미국에서 전기차를 구매하는 10명 가운데 5명이 테슬라 전기차를 구매한 셈이다.

‘주행거리에 대한 불안감’ 역시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전기차 구매를 꺼리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콕스 오토모티브는 조사결과를 공개하면서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 모델들의 주행거리가 젊은 세대들이 인식하고 있는 수준에 근접했다고 밝혔지만 동시에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여전히 업계가 해결해야할 주요 과제라고 주장한다. 

Z세대 소비자들이 생각하고 있는 전기차의 평균 주행거리가 218마일(약 350km)로 나타난 반면 밀레니얼 세대 소비자들은 전기차가 완충시 248마일(약 400km) 가량 달릴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닛산 리프의 주행거리는 225마일(약 362km)로 알려졌다.

또 CNBC에 따르면 26세의 윌리엄 라이는 주행거리 관련 문제를 두고 오랜 기간동안 고심한 후 2019 BMW i3를 리스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뉴욕에 사는 24세의 이안 브레잘리어는 한때 2019 BMW i3를 리스해 가정충전 등의 금전적인 혜택을 누렸음에도 불구하고 주행거리로 인해 다시 내연기관차로 전환했다. 그는 전기차 충전에 대해 "많은 이익을 얻었다"고 호평하면서도 고속도로에서 운전을 할 때 전기차 주행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쉽게 해소되지 않아 결국 2015 쉐보레 소닉으로 갈아탔다고 설명했다.

고속도로에서 정속운전을 하면 내연기관차의 연비가 좋아지는 점도 브레잘리어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통상 전기차는 제동은 물론 주행 도중에도 손실된 전기 에너지를 회수할 수 있어 고속도로보다는 정체가 심한 교통상황 속에서 연비 효율성이 빛을 발한다. CNBC는 이와 관련 "브레잘리어의 사례는 전기차가 대중화하기까지 아직 해결 과제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이밖에 도심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젊은 세대들은 전기차가 아예 필요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뉴욕시에 거주한 주민 가운데 25∼ 35세의 비중이 17.8%를 차지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뉴욕시는 주민들의 연령대가 젊은 편에 속한다. 칼드웰 전무는 "도심지역의 젊은 세대들은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전기차가 필요없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CNBC는 미국의 일부 주가 전기차 대중화를 억제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들이 전기차를 구매하고 운행하는데 있어서 혜택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패널티를 부과해 전기차에 대한 매력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미국 컨슈머리포트에 따르면 미국의 26개 주(州)는 전기차 운행에 대한 비용을 별도로 청구하고 있으며 이중 11개의 주에서는 전기차 운행비용이 유류세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3개 주는 유류세보다 2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고 12개의 주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법안을 새로 도입할 계획이다. 전기차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주에서 거들이는 유류세가 줄어든 만큼 관련 자금을 전기차 운전자로부터 확보하려는 것이다.

해당 조사내용을 발표한 공동저자인 샤논 베이커 브렌스테터 애널리스트는 "미국 곳곳에서 전기차에 대한 비용을 늘리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며 "조만간 전기차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같은 추세에 대한 반발이 일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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