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천연가스 가격경쟁력은 CRM의 원천이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11.13 12:15

한국도시가스협회 정희용 상무이사(박사)

정희용 상무이사

산업이 발전할수록 기업의 마케팅전략은 혁신을 거듭한다. 수많은 마케팅전략들이 뜨고 지지만 가스산업에 있어서 고객관계마케팅(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CRM)은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가장 중요한 과제로 남을 것이다.

CRM은 통상 지속적인 관계(Loyalty), 고객별 특성 관리,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한 고객정보 관리 및 전사적 관리로 요약된다. 셰일가스 혁명 등으로 촉발된 가스산업의 구조적 변혁으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국내 가스산업에서 고객과의 지속적 관계 설정만이 도시가스 산업의 발전을 담보할 것이다.

도시가스 고객은 수요가 탄력적이든, 비탄력적이든 가격에 매우 민감하다. 특히 산업용은 타 에너지 가격에 수요가 영향을 받는 교차탄력성(cross elasticity)이 매우 큰 특징이 있다.

도시가스 공급량의 약 40%를 점유하는 산업용은 연간 균등 수요로 국내 가스산업의 기저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미 S사 등은 자가소비용 목적으로 연간 20~100만톤의 천연가스를 수입 중이거나 계획 중에 있다. 구매자 우위시장에서 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에 천연가스를 도입하려는 욕구는 계속될 것이다. 따라서 천연가스의 가격경쟁력은 CRM의 원천인 만큼 아래와 같은 가격경쟁력 확보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첫째, 경쟁력 있는 산업용 천연가스요금의 설계가 요구된다. ‘Key world energy statistics 2019’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산업용 천연가스요금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준이다. 산업용의 공급확대는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과 전체 가스요금 인하 등 선순환효과가 있다. 하절기 저장비용 절감에 기여하는 인센티브요금제나 개별소비세 면제 등 차별화된 정책이 필요하다.

둘째, 원료비 연동제의 개선이다. 1998년 8월부터 유가와 환율에 연동되는 원료비 연동제가 시행되었지만, 2008년부터 연동제는 실종되었고, 2012년 말 5조5000억 원이 넘었던 미수금은 2017년까지 폭탄으로 돌아와 정산을 했다. 그러나 2018년부터 다시 동결사태가 지속되면서 금년도 2분기 말 미수금은 1조3858억 원을 넘어섰다. 7월 연동제가 작동되었으나 아직도 미수금은 상당한 수준에 이른다.

규제당국에 의한 자의적 연동제 유보는 시장가격 교란으로 불확실성만 증가시킨다. 정부의 정책 신뢰도 훼손도 불가피하다. 따라서 불필요한 재량을 최소화하고, 원칙과 기준에 따라 연동제를 엄격히 준수하여 가격신호(price signal)가 신뢰를 주어야만 시장가격 기능이 제고될 수 있다.

셋째, 천연가스 가격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가격전망 서비스가 요구된다. 국내 주력 산업들이 에너지 다소비업종으로 이루어진 만큼 제조원가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에너지비용에 관한 정보는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원료비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낮을 경우 제조원가 산정의 어려움은 물론 산업의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도매사업자는 국제 거래 관행만 내세우지 말고, 최소한의 원료비 전망 서비스는 제공하길 희망한다.

마지막으로 천연가스 직수입의 과실이 전체 소비자에게도 분배되도록 하는 원료비제도의 설계가 필요하다. 구매자 우위시장을 이용하여 특정 업체만 채리피킹(Cherry picking)식의 과실을 독식할 경우, 향후 국제 가스시장 여건 변화 시에는 감내하기 어려운 혼란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벌 석유 및 원자재가격 평가회사 Platts는 액화천연가스(LNG)가 상품화되면서 점차 장기계약시대는 종료하고 더 유연한 조건, 단기계약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발전사와 민간의 직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산업용 수요처의 직수입 의향 물량이 연간 300만톤에 이른다는 추정도 있다.

산업용 천연가스 가격이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수요이탈은 물론 가정용을 포함한 모든 용도의 요금인상이 불가피하다. 나아가 국내 가스시장 전체가 혼란에 빠질 수 있음을 엄중히 인식해야 한다. 천연가스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가격 수준, 연동제 개선 및 가격전망 서비스가 삼위일체로 개선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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