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내는 미래자동차 개발...글로벌 완성차업계는 '감원 칼바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11.21 16:09

전기·자율주행차 개발 빨라지며 R&D 인력확대로 공장폐쇄 늘어

현대차, 전기차 전용라인 설치 후 2025년까지 16개 모델 45만대 생산

獨 콘티넨탈 5400명 구조조정 등 차 부품업계 감원 폭풍 휘몰아쳐

완성차業, 고용안정 대책 고심

▲폴크스바겐 전기차 ID.3 공장 방문한 메르켈 독일 총리(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글로벌 완성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 등 미래자동차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내연기관 사업부문에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칠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가 발표한 전기차 대규모 투자 계획 속에는 비용절감을 위한 ‘인원 감축’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특히 업체들이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의 연구개발(R&D) 인력을 늘리기 위해 내연기관차 중심인 생산·관리 조직을 줄이고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내연기관에 대한 부가가치는 앞으로 계속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 독일, 완성차에 이어 부품 업체도 감원 발표


대표적인 ‘자동차 강국’으로 꼽히는 독일의 경우 완성차 업체 뿐만 아니라 부품 업체까지 감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전기차 제조 공정은 내연기관차에 비해 간소화된 만큼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인력과 부품이 덜 요구되기 때문이다. 독일의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전환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내연기관 엔진 부품 공장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또한 유럽연합(EU)이 도입하는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도 내연기관 업계에 악재로 거론되고 있다. EU는 올해 5월 28개 회원국과 유럽의회 간 협의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21년보다 37.5%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EU는 2021년까지 전체 신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km당 95g이 넘지 못하도록 규정한 바 있다.

이에 독일의 주요 자동차 부품인 콘티넨탈은 2028년까지 5040명을 감원하겠다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날 유로뉴스는 "배출가스 규제가 내연기관 엔진에 대한 수요를 위축시킴으로써 엔진과 부품 제조량을 서서히 줄이겠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내용에 따르면 콘티넨탈은 내연기관 엔진의 유압 부품을 생산하는 로딩의 공장을 2024년에 폐쇄한다. 이에 따라 이 공장에서만 520명이 감원된다. 또, 디젤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림바흐-오베르프로나 지역의 공장에서도 850명이, 바벤하우젠 공장에서도 2200명이 2028년까지 감원될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 외에도 미국 뉴포트 뉴스에 위치한 내연기관 엔진의 유압 부품 공장에서도 720명이 감축되고 이탈리아 피사 소재 공장은 750명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독일의 최대 완성차 업체인 폴크스바겐은 최근 2024년까지 600억 유로를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기존에 발표한 150억 유로 규모의 투자계획을 훨씬 웃도는 금액이다. 또 폴크스바겐은 앞으로 75종의 전기차와 60종의 하이브리드차 모델을 개발하기로 했다. 폴크스바겐이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과 영업이익 제고를 위해 2023년까지 7000명을 감축하겠다고 올해 3월 밝힌 점을 고려하면, 업체의 신규 투자계획으로 인해 추가적인 감원이 뒤따를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도 이달 14일 전기차 시대 등 자동차 시장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22년 말까지 감원을 통해 10억 유로 이상의 비용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다임러는 구체적인 감원 계획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으나, 경영관리 부문 인력의 10%를 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언론은 다임러의 내부 이메일을 인용해 1100명의 인력이 감원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임러는 감원을 통해 확보한 재원으로 배기가스 규제 등에 대응하고 친환경 차량 투자에 사용하겠다고 설명했다.

다임러는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여파와 배기가스 조작 혐의에 따른 벌금,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투자 미비 등으로 실적 부진을 겪고있다. 다임러는 지난 9월 배기가스 조작 문제와 관련해 관리·감독 의무를 태만했다는 이유로 독일 검찰로부터 8억 7000만 유로(1조1200억 원)의 벌금을 받았다. 다임러는 또 중국의 경기 둔화 속에서 직격탄을 맞으면서 올해 2분기에 12억 유로(1조 544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9월 말까지의 영업이익은 25억 유로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독일 정부도 업계 흐름에 걸맞게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려는 모양새다. 독일 정부는 최근 전기차 보조금 확대 및 자동차 연료에 대한 탄소 배출량 가격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기후변화 대응 법안을 마련해 연방하원에서 통과시켰다.


◇ 전기처 전환에 따른 구조조정…글로벌 업체들도 풀어야할 ‘숙제’

▲현대차 생산라인(사진=현대차)


주목할 점은 자동차 업계의 구조조정 한파가 단순 독일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국내 대표 완성차 기업인 현대자동차 역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한국의 현대자동차는 올해 전기차 생산이 6만대가 넘어서고 2021년에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첫 차량을 생산한다. 현대차는 또 2024년에도 전기자 전용 라인을 설치하는 등 2025년까지 전기차 16종, 45만대를 생산할 계획을 밝힘에 따라 고용안정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앞서 외부 자문위원회는 현대차가 올 2025년까지 20~40% 가량의 인원을 축소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5만여명 수준인 국내 생산 인력을 3만~4만명으로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자문위는 특히 4차 산업혁명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면 노사가 공멸하기 때문에 상호협력을 바탕으로 고용 안정과 경쟁력 향상에 힘써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변수는 ‘강성 노조’의 반발이다. 전기차 시대가 열리더라도 단체행동을 일삼는 노조의 입김에 인원 감축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경쟁 환경 변화가 불가피한 만큼 노조 역시 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측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고용 안전 쪽에 초점을 맞춰 인위적인 인력 감축은 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행히 조만간 베이비부머 세대의 대규모 정년퇴직 시기가 다가오는 만큼 인원 조정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카드가 생긴다. 현대차 노조는 올 2025년까지 조합원 1만 7500여명이 정년퇴직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와 달리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의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이미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았다. GM은 지난해 11월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GM은 당시 북미 5곳과 해외 2곳 등 모두 7곳의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북미에서 1만여 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포드는 지난 6월 유럽 직원의 20%에 해당하는 1만 2000명을 감원하고 유럽 내 공장 6곳을 폐쇄하겠다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아울러 비용절감과 수익성 제고를 위해 전 세계 사무직 근로자의 10%인 7000명 감원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닛산자동차는 오는 2022년까지 전체 생산능력의 약 10%를 삭감, 생산 부문에서 약 1만2500명을 줄일 계획이다.

반면 스웨덴의 볼보는 구조조정이 아닌 합병을 통해 전기차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볼보는 2020년대 중반까지 글로벌 판매량의 절반은 배터리 전기차, 나머지 절반은 하이브리드차(HEV)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볼보는 최대주주인 중국 지리(Geely·吉利)와 엔진사업부를 합병해 독립적인 사업부를 설립하겠다고 지난달 초에 밝혔다. 볼보는 엔진사업부 신설 목적은 전기차 개발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설 사업부에는 볼보에서 약 3000명, 지리에서 약 5000명이 합류할 예정이며 내연기관과 관련한 연구·개발(R&D)을 비롯해 구매, 제조, 재경 등의 인력이 포함된다.

하칸 사무엘손 볼보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합병에 따라 엔진 부문에서 감원할 필요성이 없어졌으며 상당한 비용 절감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는 "내연기관 시장은 앞으로 성장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번에 근본적인 구조 개편을 선제적으로 단행한 것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매우 적절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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