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할 곳 없다" 미래에셋 IMA 막히고 사모펀드도 '꽁꽁'...금융소비자 '답답'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11.22 10:11

종합투자계좌, 원금보장-모험자본 공급-높은 이율 ‘1석 3조’

국내 1위 미래에셋대우, 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 혐의 결론

발행어음, IMA 등 신규사업 ‘대주주 적격성’ 심사로 제동걸릴듯

사모펀드 가입요건 상향조정...투자자 상품 선택지 축소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국내 금융사 최초로 종합투자계좌(IMA)를 출시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미래에셋대우가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신규 사업에 제동이 걸리면서 앞으로 금융소비자들 투자 선택의 폭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이 최근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손실 사태로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데 이어 종합투자계좌(IMA), 발행어음 등 증권사 신규 사업에도 잇따라 제동을 걸면서 가뜩이나 저금리 시대에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투자자들 역시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당국의 이같은 행보는 저금리 시대에 맞춤형 상품으로 소비자 선택권을 강화하고 모험자본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금융 정책 방향성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 공정위, 미래에셋그룹 ‘일감 몰아주기’ 결론...‘발행어음-IMA 사업 ’빨간불‘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미래에셋그룹이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행위로 총수 일가에 부당한 이득을 제공했다고 결론을 내리고 시정명령 등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미래에셋그룹에 발송했다. 특히 심사보고서에는 공정위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미래에셋그룹을 검찰에 고발하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만일 공정위가 박 회장을 검찰에 고발할 경우 미래에셋대우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로 인해 발행어음은 물론 종합투자계좌(Investment Management Account·IMA) 사업도 진출할 수 없게 된다.

초대형 투자은행 육성을 통한 기업금융 활성화

▲금융위원회가 2016년 8월 발표한 ‘초대형 투자은행 육성을 위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 개선방안’ 주요 내용.(자료=금융위)


우리나라 자본시장에 발행어음과 IMA의 사업이 등장한 것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당국은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방안’을 발표하며 자기자본에 따라 발행어음, 종합투자계좌(IMA) 등 신규사업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국내 증권사는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상품을 공급하는 한편 잠재력이 높은 기업에 모험자본을 적극적으로 공급해 증권사를 ‘한국형 골드만삭스’를 키우겠다는 복안이었다.

이 중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요건을 갖춰 초대형 IB로 지정된 대형 증권사에만 허용해주는 상품이다. 증권사는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을 자기자본의 2배까지만 발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의 50%는 기업대출, 부동산금융 등에 투자해야 한다.

발행어음은 결국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인 증권사에 허용된 ‘IMA’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관문 중 하나다. 금융당국은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한 증권사만 IMA를 영위할 수 있도록 했다. 즉 증권사가 자기자본 8조원대 요건을 갖췄더라도 발행어음 사업을 건너 뛰고 IMA 사업만 영위하는 것은 금지한다는 의미다. 이는 발행어음을 통해 충분히 리스크 관리 능력을 키우고 자기자본을 키운 증권사에게만 IMA를 허용하겠다는 의도다. IMA는 증권사가 고객에게 예탁받은 자금을 운용해 그 수익을 고객에게 지급하도록 만든 상품이다. 즉 증권사가 자사의 신용을 담보로 고객들에게 받은 자금을 기업대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모험자본 공급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 IMA, 원금보장-은행보다 높은 수익 제공...금융소비자 혜택 강화



IMA는 기존 증권사들이 영위하는 발행어음 사업보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IMA는 고객에게 원금을 보장하면서 은행 금리 이상의 수익을 지급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시중에 나와있는 기존 CMA 계좌의 경우 증권사가 머니마켓펀드(MMF) 등 원금보장상품에만 투자할 수 있지만, IMA는 기업대출, 회사채 등 보다 다양한 원금비보장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또 발행어음의 경우 자기자본의 두 배까지만 발행할 수 있지만, IMA는 한도 제한 없이 모험자본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시중에 나와있는 또 발행어음은 조달 자금의 50% 이상을 기업금융에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정한 반면 IMA는 전체 자금의 70%를 기업금융에 활용할 수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즉 증권사 입장에서는 한도에 제한을 받지 않고 발행어음보다 공격적으로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동시에 투자자들에게는 저금리 시대에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줄 수 있고, 기업들 역시 자금조달이라는 갈증을 해소할 수 있어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평가다.

국내 한 금융사 관계자는 "IMA는 발행어음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금융사의 사익 추구보다 오로지 ‘금융소비자’와 ‘모험자본 공급’에 초점을 맞춘 상품이다"며 "국내 증권사들이 모험자본을 공급할 수 있는 안목을 기르고 글로벌 투자은행(IB)들과 어깨를 견주기 위해서는 IMA 같은 신규 사업이 필수적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국은 증권사가 IMA로 모험자본을 공급하는데 있어서 여러 리스크가 따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인 증권사에만 해당 사업을 허용하도록 했다. 발행어음 사업의 자기자본 한도인 4조원보다 무려 2배나 높은 수준이다. 현재 초대형 IB로 지정된 대다수의 증권사 자기자본은 4∼5조원대다. 많은 증권사들이 IMA의 잠재력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면서도 쉽게 진출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 자기자본 한도 때문이다.


◇ 국내 첫 ‘자기자본 9조’ 미래에셋대우,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발목


미래에셋 사진사진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미래에셋센터원.(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이 가운데 미래에셋대우는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자기자본 8조’라는 물적 요건을 갖추면서 IMA를 영위할 수 있는 유일한 사업자로 기대를 모았다. 실제 미래에셋대우는 금융당국의 ‘모험자본 공급’과 ‘한국형 골드만삭스 육성’이라는 방침에 적극 부응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통해 몸집을 불리는 한편 실적을 꾸준히 끌어올려 양적, 질적 성장을 꾀했다.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은 2년 전인 2017년 1월만 해도 자기자본 6조7000억원에 불과했지만 올해 9월 말 현재 9조900억원으로 증권사 최초로 9조원을 돌파했다. 2년새 자기자본을 무려 35%나 불린 셈이다.

그러나 글로벌 IB의 핵심이자 금융소비자에게도 높은 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 IMA 사업에 유일하게 진출할 수 있는 미래에셋대우마저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결정으로 인해 불투명해졌다. 만일 공정위가 박 회장을 ‘총수일가 사익편취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경우 미래에셋대우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로 인해 발행어음은 물론 IMA도 영위할 수 없게 된다.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거나 ‘대주주’에 결격 사항이 생길 경우 사안에 따라 최대 5년까지 신규사업 인가가 불가능하도록 돼있다.

당국이 신규 사업을 허용할 때 대주주 적격성을 얼마나 꼼꼼하게 따지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삼성증권이다. 자기자본 4조원대 사업자인 삼성증권 역시 대주주 재판 절차로 인해 2년 전 금융당국으로부터 발행어음 심사가 전면 보류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삼성증권의 최대주주는 지분 29.39%를 보유한 삼성생명이고,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이건희 회장(20.76%)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생명 지분 0.06%를 보유한 특수관계인으로, 사실상 삼성증권과 지분상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 그러나 당시 당국은 본인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해 그 수가 가장 많은 경우를 대주주로 보도록 규정한다는 점을 들어 이재용 부회장도 삼성생명의 실질적인 대주주라고 판단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증권사에 신규사업을 인가할 때 가장 꼼꼼하게 따지는 부분이 바로 이 대주주 적격성 여부이다"며 "만일 증권사 대주주가 소송에 휘말리기라도 한다면, 해당 증권사는 3심에서 최종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 신규 사업을 영위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 ‘대주주 적격성’에 금융소비자 권익 강화 뒷전...각종 상품 규제 강화

여의도 증권가

▲서울 여의도 증권가(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주목할 점은 증권사들의 신규 사업이나 상품 출시에 제동이 걸릴 경우 이것에 따른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금융소비자’라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금융 정책을 설계할 때 ‘금융소비자 보호와 편의성 제고’를 최우선으로 놓는다. 금융당국이 증권사에 발행어음이나 IMA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것이 곧 소비자들의 편의성 강화와 금융시장 발전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저금리 시대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많은 금융소비자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당국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이유로 IMA, 발행어음 등 증권사의 신규 사업에 제동을 거는 것은 오히려 대한민국 금융시장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금융당국이 사모펀드의 최소 투자한도를 기존 1억원에서 3억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제기되는 가운데 또 다시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에 피해를 줄 만한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3억원 미만의 금융자산가들은 사모펀드에 투자하고 싶어도 투자할 수 있는 길이 막힌 상황에서 IMA 같은 유망한 상품에도 투자할 수 있는 ‘선택지’가 없어졌다"며 "투자자들이 기존에 나온 투자 상품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될 경우 이 자금들은 결국 ‘자본시장’이 아닌 부동산으로 쏠릴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한편에서는 금융당국이 ‘법적 요건’을 무시하고 특정 증권사에 신규 사업을 허용해주는 것은 과도한 특혜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IMA 사업은 그간 국내에서 영위하지 못한 새로운 영역이기 때문에 당국 역시 신규 사업을 인가하는데 있어서 신중할 수 밖에 없다"며 "대주주 적격성 요건 등을 무시하고 1위 사업자에게 신규 사업을 허용해주면 과도한 특혜 논란에 직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나유라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