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가는 ‘할랄’ 시장 … 손발 안맞는 인증제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5.04.26 17:25

▲내수침체로 국내 여러 기업들이 블루오션인 할랄 시장 개척을 위해 힘쓰고 있는 가운데, 할랄 인증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진=연합뉴스)

[에너지경제 한상희 기자] 내수침체에 빠진 국내 식품기업들이 신개척 시장으로 무슬림 문화권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국내 할랄 인증제도의 어러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어 불만을 낳고 있다.

현재 국내기업이 해외시장 개척 차원에서 어렵게 국제 할랄 인증을 획득한다고 해도 국내에서는 통용되지 않아 할랄 인증 자체를 표기할 수 없는 형편이다. 만일 내수 제품에 해외 할랄 인증마크를 사용하게 되면 국내에서는 식품위생법 상 허위·과장 광고로 처벌받게 된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해외 할랄 인증 신청서 접수부터 인증 수여여부 결증까지 2년 여의 시간을 들여 획득한 할랄 인증을 국내 사용을 포기하거나 재인증 받아야 하는 이중부담을 떠안고 있다.

말레이시아 JAKIM(이슬람개발부)에서 국내 최초로 식품 할랄 인증을 획득한 CJ제일제당의 김민규 품질안전센터장은 "말레이시아 시장 진출 시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 할랄 인증을 취득해도 기업들은 국내 판매나 수출에 어려움이 많다"며 "대한민국 정부 혹은 공공기관이 인증하는 마크를 제외한 다른 마크는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모두 허위·과대광고에 해당하기 때문에 할랄 인증 제품을 국내에서 판매할 수 없어 해외수출용 할랄 제품을 역수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할랄시장은 이제 막 진출하는 단계라 평가를 내리기는 힘들겠지만, 한국이슬람중앙회(KMF) 할랄인증의 신뢰성 제고와 국내 시장에서 해외 할랄 인증 마크 허용에 대한 논의는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국외 할랄 인증을 받은 제품이라도 해도 국내 유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할랄 인증 마크만 빠진 동일한 제품을 팔더라도 무슬림 식당이나 유통점에서는 이를 신용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노출된다. 조영찬 펜타글로벌 대표는 "할랄인증은 마케팅, 홍보의 차원이 아니라 이슬람 시장 진출을 위한 최소한의 형식 요건이기 때문에 인증마크가 없는 제품은 할랄 식품 전문점이나 할랄 인증 식당에서 판매·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또 석준호 CJ 식품글로벌 해외영업팀 대리는 "할랄 인증마크가 없는 상품을 일반 식당이나 매장에 판매할 수는 있겠지만 무슬림 소비자들이 제품에 사용된 재료나 도축, 생산 과정에 대해 믿고 구매할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의 할랄 인증은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의 인증이 유일하다. KMF 인증은 할랄 인증이 가장 엄격한 말레이시아에서는 JAKIM과 상호 동등성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KMF 인증의 국제적 인지도가 낮아 이슬람국가인 말레이시아가 교부하는 국제 인증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김상수 할랄협회 전문위원은 "말레이시아 정부로부터 KMF가 동일한 정도의 공신력을 갖는다고 인정받았지만 정작 말레이시아 업체들은 KMF에 대해 들어본 적 없다며 국제 인증을 받아오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할랄 시장은 아직 우리에게 낯설지만 지난 2012년 1조880억 달러로 오는 2018년에는 1조6260억 달러(약 1706조원)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거대시장이다. 인증 과정이 엄격하고 도축 과정에서의 생명존중 사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미국과 유럽의 친환경시장에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기업들은 할랄 시장 공략을 위한 행정적 지원과 함께 합리적인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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