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도시바 위기, 한국 원전 수출엔 기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02.21 19:06

이익환 전 한전원자력연료사장

이익환

▲이익환 전 한전원자력연료사장

차세대 기술인 제3세대 원전기술 APR 1400의 신고리 3호기가 지난해 연말 준공돼 운전에 본격 돌입했다. 이 원전은 단일호기로는 가장 대형인 140만kW급이며 최신의 안전성과 최고의 기술을 접목, 설계수명도 종전 40년에서 60년으로 크게 늘어났다. 한국을 포함해 제3세대 원전을 운전하는 나라는 프랑스와 미국 정도다. 프랑스 아레바(AREVA)는 유럽형 제3세대 원전(EPR)을 독일의 지멘스와 공동으로 개발해 핀란드에 2005년 처녀 수출을 한 바 있으나 당초 준공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몇 차례 지연된 끝에 2018년에 가동키로 했으나 이 또한 미지수다.

공기와 건설비가 2배로 늘어난 상태로 두 국가 간에 국제소송이 진행되고 있어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처음 건설을 중국으로 정하고 수출했으나 목표 공기가 상당히 지연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은 2009년 UAE에 4개의 원전을 처음으로 수출한 원전이 바로 지난해에 가동한 신고리3, 4호기와 같은 모델로, 제3세대 원전이다. 현지 바라카(Barakah)에 건설되고 있는 이 원전들은 1호기가 당초 목표한 2017년 5월에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막바지 공정에 들어간 상태다.

1970년대 이후 상당 기간 국내 건설업체가 이곳 중동을 무대로 달러를 벌어들여 국내 중화학공업 발전을 뒷받침하였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나는 최고의 부가가치를 갖춘 원자력이 중동에서 제2의 중화학공업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전조는 충분하다. 이미 요르단에 원자력연구원의 연구로 기술이 수출돼 설계, 건설에 이어 2016년 성공리에 가동해 한국의 기술이 현지에서 입증됐고, 이웃인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소형 원전 스마트(SMART, 약10만kW급) 2기를 건설하기로 양국이 합의하고 설계가 진행 중이다.

올해 한국 원자력산업은 과연 어떨까? 국내 원전의 성공적인 건설 및 운전은 물론, 해외 원전수출사업에도 변화가 있는 한 해가 될 것이다. UAE 원전 1호기 140만kW가 준공돼 송전선로를 통해 전기가 공급되면, 그것 자체로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어 우리의 수출전선에 큰 호재로 작용할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나도 원전 현장에서 오래 근무한 경험을 갖고 있지만 목표 공기를, 그것도 국내가 아닌 외국에서 달성한다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

가장 큰 어려움은 언어의 이질성과 이로 인한 200여 개의 하청업체를 톱니바퀴와 같이 맞물려 관리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핀란드의 공기 지연의 사례가 바로 말해 준다. 한국의 저력은 과거 열사의 땅에서 선대가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기술진의 잘 조련된 내공에서 이뤄낸 기적 같은 결과로 평가된다. 또 하나의 기회는 일본 도시바의 후퇴를 들 수 있다. 도시바는 미국의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사를 합병해 원전 건설 사업에 전력하였지만 경영 결과가 뜻대로 되지 않아 수조원의 부채를 안고 정리한다는 내용이 불과 얼마 전에 보도됐다.

이 회사가 추진하던 영국 원전프로젝트 대상자를 한전에 타진하고 있다는 내용까지 뉴스에 올랐다. 한국으로서는 호재다. 정부가 금융 조달에 적극적으로 지원해 준다면 한국은 2009년에 이어 재차 수출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싶다. 정부와 해당 업체는 적극적인 수출 상담에 나서야 한다. UAE의 바라카 원전프로젝트 준공과 관련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에 대해 대단한 업적, 기술의 개가라 평가한 바 있는데, 체코, 남아공, 영국 등 절호의 수출 기회를 반드시 잡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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