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


김상조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의 재벌개혁안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키워드가 일감 몰아주기와 순환출자인데 현대차그룹이 이들 과제를 모두 안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까지 겹쳐 있어 현대차그룹은 이들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재계 등에선 지주회사 전환으로 ‘규제 대응’과 ‘후계 구도’를 모두 잡을 수 있다고 추정하지만 , 최소 수조 원에 이르는 지분 정리 비용 등을 고려할 때 현실화시키기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상조 위원장이 지난달 인사청문회 자료 등을 통해 “취임 후 기업집단국을 신설해 대기업 내부거래와 일감 몰아주기를 감시하겠다”고 밝히자 재계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계열사(상장사)의 기준이 총수일가 지분 30%에서 20%로 강화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자산 10조 원 이상 대기업집단에 속한 계열사의 경우 총수일가 지분이 20%만 넘어도, 다른 계열사와 내부거래를 통한 부당 지원 여부를 집중적으로 감시받는다는 얘기다.

수혜 계열사의 매출 중 특수관계 법인(다른 계열사) 비중이 30%를 넘고 수혜 계열사의 지배주주·친족의 직간접 지분율이 3%를 넘으면 일감 몰아주기 이익에 대한 증여세도 내야 한다.

이럴 경우 현대차그룹은 물류 계열사 현대글로비스와 광고 계열사 이노션이 다시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현대차그룹. (사진=연합)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부자는 지난 2015년 2월 당시 새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준(총수일가 지분 30%) 적용을 앞두고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을 통해 현대글로비스 지분 13.5%를 팔았다.

특히 정 부회장은 이노션 지분도 8% 처분해 절묘하게 두 회사에 대한 총수일가 지분율을 29.9%로 맞추고 규제를 피했다.

그러나 김상조 위원장이 청문회에서 “상장사 규제 지분율 기준인 30% 문턱을 피하려고 29.9%로 맞추면서 편법으로 규제를 벗어난 기업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 만큼 현대차그룹 측은 내부거래를 줄이거나 추가로 지분을 매각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현재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정의선 부회장이 23.2%, 정몽구 회장이 6.7%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노션의 경우 대주주가 정몽구 회장의 딸 정성이 고문(27.9%)이고, 정 부회장(2%)까지 총수일가의 전체 지분율은 29.9%다.

현대글로비스와 CEO스코어 등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 매출 중 계열사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70%, 54%에 이른다.

순환출자 고리 해소도 숙제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현대차-기아차-모비스-현대차’, ‘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모비스-현대차’ 등 4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이 구조를 통해 주력 계열사 현대차에 대한 낮은 지분율(각 5.17%, 2.28%)만으로도 전체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총수일가가 계열사에 대한 지분을 사재로 사들이면 순환출자 고리가 해소되지만 한국투자증권 측은 7조 20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증권업계 일각에선 현대차·기아차·모비스를 각각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누고, 3개 투자회사를 합친 ‘지주회사’를 세워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방식을 유력한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이 시나리오에 필요한 비용이 1조 7000억 원으로 다른 시나리오보다 적기 때문에 가장 현실적”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대차 분할, 기아차 분할, 모비스 분할, 모비스-글로비스 합병 등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증권업계에선 시나리오에 따라 최소 4조 원(모비스 분할)에서 11조 원(현대차 분할)까지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다만 이 같은 자금문제에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가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아차 투명경영위원장을 지낸 남상구 고려대 명예교수는 “기본적으로 순환출자 구조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고, 정부도 이 부분을 요구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정책팀장은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부회장 승계 절차 과정에서 편법(일감 몰아주기)을 통해 정 부회장의 지배력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며 “앞으로 주요 재벌 가운데 가장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이수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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