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해외자원 개발 총체적 위기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06.18 17:47

유인창 경북대학교 지질학과 교수

[EE칼럼] 해외자원 개발 총체적 위기 

▲유인창 경북대학교 지질학과 교수


국제유가 등락에 대한 전망이 아직도 크게 엇갈리고 있으나 그 미세한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그간 지속됐던 저유가 영향으로 어느 정도 시장 수급이 개선되고 있어 더 이상의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예측으로 무게 중심이 기우는 모습이다. 문제는 2020년 이후에는 국제유가가 완연한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며, 2030년에는 또 한 차례 3차 슈퍼사이클(super-cycle)을 경험하게 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시기가 문제이지 고유가 시대가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는 전망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추진한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부실과 저유가 시대의 후폭풍으로 인해 에너지 공기업들이 제 역할을 못하는 가운데 박근혜 정부에 들어와 에너지 공기업들의 해외자원개발 사업 축소는 예견됐던 일이다. 그나마 에너지 공기업 기능조정안으로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명목상 유지하는 셈은 됐으나 우려의 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세계적 경기침체와 저유가 상황에서 수십조 원의 혈세가 들어간 해외자산이 헐값에 팔리고 있다는 사실과 현재 우리나라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중국과 일본의 공격적이고 선제적인 투자 흐름과 역행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중국과 일본은 저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싸진 지금이야말로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적기로 판단, 일본의 해외자원개발 투자액은 2014년 기준으로 일본은 11조 4006억엔으로 한국의 약 13.7배 이상, 중국은 712억1000만 달러로 한국의 약 10.5배 이상을 투자를 하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는 원유가격이 하락한 시기를 이용해 해외에서 자주개발한 원유의 도입률을 40% 이상으로 높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상황은 일본, 중국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6년간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대한 총 투자액은 2009년 57억 달러, 2010년 91억3000만 달러, 2011년 103억5000만 달러, 2012년 88억 달러, 2013년 75억6000만 달러, 2014년 68억 달러 등으로 2009년 이후 증가했다가 2011년을 정점으로 4년 연속 하락하고 있다. 이에 더해 국내 기업의 신규 해외유전 개발사업 참여 현황도 2009년 31건, 2010년 25건, 2011년 41건을 정점으로 2012년 18건, 2013년 8건, 2014년 3건으로 급감했으며 신규사업의 급감에 따른 국내 기업의 해외유전 개발사업으로 확보한 추정 매장량도 2009년 38억 배럴, 2010년 37억 배럴, 2011년 64억 배럴에서 2012년 55억 배럴, 2013년 43억 배럴, 2014년 30억 배럴 이하로 급감 추세가 이어져 오고 있다.

따라서 2017년 국내 기업의 해외유전 개발사업에 의해 확보될 수 있는 매장량은 10억 배럴 이하로 감소할 전망이다. 10억 배럴 이하 정도의 매장량은 석유자급률 1.3%대 이하인 2000년도 이전의 수준으로 떨어지는 반면에 2017년 국내 석유 소비량은 하루 약 280만 배럴 수준 이상으로 증가, 경제성장률 둔화와 함께 유가의 등락에 따른 국내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자원 확보 전쟁이 나날이 치열해지는 상황 속에서 자원외교 국정조사, 공기업에 대한 예산 삭감 등으로 인해 신규 투자가 사실상 중단됐을 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의 사업 투자 중단, 고용시장 위축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런 국내 상황의 여파로 2015년 발간된 세계에너지평의회(WEC)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에너지 지속가능성 지수 중 에너지 안보는 2013년에 비해 15단계가 떨어져 129개 회원국 중 2014년에는 103위, 2015년에는 101위로 평가되면서 하위 20% 이내, 그야말로 최하위권으로 추락했다.

주변국인 중국이 18위, 일본이 48위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에너지 안보의 급락 추세는 정부와 국내 기업들이 신규로 해외유전 개발사업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당분간 하위권에 머무를 수밖에 없으며, 2017년 이후에는 120위권 밖으로 밀려날 수도 있어 국가에너지 안보에 총체적 위기라 할 수 있다. 이런 국가에너지 안보의 총체적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해 나갈 전략과 정책의 수립은 고스란히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몫으로 떠올라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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