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탈원전 정책 현실성 부족…전문가 그룹과 소통" 지적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06.19 15:38

신재생에너지 생산원가 비싸 …탈석탄·석유 등과 밸런스 필요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열린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축사하면서 원전정책을 밝히고 있다. 국내 최초 상업용 원자력발전소인 고리1호기는 40년만인 이날 0시를 기해 영구정지에 들어갔다.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고리 1호기 가동 영구정지는 탈핵 국가로 가는 출발"이라며 원전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동시에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19일 오전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현재 수명을 연장해 가동 중인 월성 1호기는 전력 수급 상황을 고려해 가급적 빨리 폐쇄하겠다. 설계 수명이 다한 원전 가동을 연장하는 것은 선박 운항 선령을 연장한 세월호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는 안전성과 함께 공정률과 투입·보상 비용, 전력 설비 예비율 등을 종합 고려해 빠른 시일 내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말해 신고리 5·6호기에 대한 건설 중단 가능성도 시사했다.

대신 신재생에너지와 LNG발전, 태양광, 해상풍력 등 대체 에너지 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원전과 함께 석탄화력발전을 줄이고 천연가스 발전설비 가동률을 늘리는 것과 동시에 노후한 석탄화력발전소 10기에 대한 폐쇄 조치도 임기 내 완료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미국 등 선진국의 80% 수준인 원전해체 상용화 기술력 확보에 필요한 연구소를 설립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한 것은 원전 해체를 단순히 현 정부의 과제가 아닌 장기적인 국가 의제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 현실적·기술적·과학적 고민부터  

▲고리원전 1호기 모습. (사진=연합)



하지만 이에 대해 전문가 그룹은 걱정과 우려를 나타내는 상황이다.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문 대통령 주변에는 과학적 사실과 이해도가 높은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며 "후보시절 청사진처럼 내놓은 정책을 현실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밀고나가는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몇 가지 이유를 들어 문 정부가 내놓은 ‘탈원전, 신재생 강화’ 정책을 비판했다. 우선 신재생 에너지의 생산비가 너무 비싸 지금은 경제성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현재 에너지 생산 단가는 원자력이 kwh당 발전 단가가 50원 미만이고, 석탄발전은 70원 이상, 풍력은 120~130원, 태양광 300~400원에 달한다. 이를 어떤 재원으로 대체할지 막연하다.

둘째 국내 전력생산 중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21%로 화력 발전에 이어 두 번째다. 문 정부가 30년 이상 된 석탄화력발전소 10곳, 노후 원전 5~6기의 가동을 중단한다고 하는데 화력발전량의 10%, 원자력발전량의 15~20%를 대체할 수단이 필요하다.

셋째 신재생 에너지의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리려면 신재생에너지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탈원전 정책의 속도와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 특히 신재생 에너지 생산을 위해 외국 설비를 들여오는 것은 국부를 유출할 뿐이다. 국내 기술 발전을 위해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넷째 태양광이나 풍력은 밤이나 바람이 없을 때 전력 생산을 못하기 때문에 예비발전소를 돌려 전력을 공급해야 한다.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재원 마련을 지적했다. 에너지기술연구원 분석 결과, 국내 발전량의 20%를 신재생 에너지로 대체할 경우 166조 5000억원 가량 추가비용이 든다. 이는 예비발전소와 전력망 강화 비용은 빠진 것으로, 예비발전소 비용까지 더하면 240조원 가량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교수는 "아직 우리나라는 신재생에너지를 위한 전력망 자체도 허술하다. 전력망에 대한 대대적인 보완작업부터 필요하다"며 "이제 ‘쇼(Show)통’은 그만하시고 전문가들과 ‘소통’ 할 것"을 문재인 정부에 주문했다. 


◇ 신재생 에너지 측 환영 분위기  

반면 탈원전을 주장하던 이들은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을 일제히 환영하면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성호 전 에너지공단 신재생센터장은 "문 대통령이 기존의 계획대로 원전과 석탄을 폐지 축소하겠다는 것은 당연한 결정"이라면서도 "재생에너지 20% 시대에 맞게 에너지 정책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전과 석탄은 경직성 전원이라 재생에너지 20% 시대에 설비과잉 우려가 있어 국가적 낭비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단순히 구호로 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제도와 재원 마련, 기존 전력망 활용방안까지 고려해야 하는 종합예술"이라고 말했다.

영화 ‘판도라’자문위원과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김익중 동국대 교수도 "지금이라도 탈원전의 길로 들어서게 돼 다행"이라고 문 대통령의 발언을 반겼다.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대해서는 "길이 없는 게 아니라 가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방법론은 이미 선진국들에서 다 나왔고 정치권에서 결단만 하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이 원전을 25년 동안 50개, 미국이 10개 줄였지만 전력수급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며 "우리도 그대로 실천만 하면 되는데 안 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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