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차량호출업체 우버의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 (사진=AP/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차량공유 업체 우버를 설립해 전 세계에 공유경제 혁명을 몰고 온 트래비스 캘러닉 최고경영자(CEO·40)가 20일(현지시간) 결국 불명예 속에 사퇴를 결정했다.
성추행·성차별 논란을 일으킨 가운데, 투자자들의 반란에 어쩔 수 없이 회사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난 것. 그의 사임은 이날 우버 투자자들의 압박이 있은 지 몇 시간 만에 나왔다.
이날 앞서 우버의 주요 투자자 가운데 5곳은 "우버의 전진"이라는 제목의 편지에서 캘러닉이 CEO에서 즉시 사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우버의 최대 주주 가운데 하나인 벤처캐피털 회사 벤치마크를 포함한 투자자들은 이런 내용을 담은 편지를 캘러닉 CEO에게 전달했다.
편지에서 투자자들은 캘러닉이 즉각 사임해야 하며 회사는 리더십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썼다. 캘러닉은 1명 이상의 우버 이사와 논의했으며 일부 투자자와 몇 시간에 걸쳐 의논한 후 물러나는 데 동의했다. 그는 우버 이사회에는 남기로 했다.
캘러닉은 성명에서 "우버를 세상 어떤 것보다 사랑한다. 내 인생에서 어려운 시기인 지금 우버가 싸움으로 혼란에 빠지지 않고 다시 성장할 수 있도록 투자자들의 사임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캘러닉이 2009년 세운 우버는 수개월 전부터 리더십 위기에 빠졌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사내 문화가 엉망이 된 주된 사례였다.
지난 2월 우버의 전 엔지니어가 회사에서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캘러닉의 수난은 시작됐다. 우버는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자율주행차 부문인 웨이모의 기업 비밀을 훔쳤다는 이유로 소송당했다. 우버는 단속을 피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사용에 관해 연방 당국의 조사도 받고 있다.
캘러닉은 2013년 사내 직원 간 성관계를 부추기는 음란성 이메일을 보냈다는 사실이 NYT에 의해 폭로됐다. 또 그의 전 여자친구 개비 홀츠워스는 캘러닉 CEO가 2014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룸살롱을 다녀왔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캘러닉은 지난주 무기한 휴직에 들어갔지만, 우버에 거액을 쏟아부은 일부 투자자들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 투자자는 캘러닉이 물러나야 우버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의 사임을 요구한 주주는 초기에 우버에 투자한 벤처캐피털 회사들을 비롯해 뮤추얼펀드 한 곳이다. 벤치마크 외에 퍼스트라운드캐피털과 로워케이스캐피털, 멘로벤처스, 피델리티인베스트먼츠를 합해서 우버 주식의 4분의 1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몇몇 투자자는 의결권이 많은 형태의 주식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들은 우버 의결권의 40% 정도를 차지한다.
캘러닉의 사퇴로 누가 우버를 이끌고 갈지 하는 문제가 떠올랐다. 캘러닉은 여전히 우버 의결권의 과반을 지키고 있어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우버에서 캘러닉이 물러난 것 같은 일은 실리콘밸리에서는 흔치 않은 편이다. 투자자들은 창업가들을 치켜세우는데 회사가 급성장할 때는 더욱 그렇다. 스타트업이 위태로울 때만 주주들은 투자금을 지키기 위해 움직인다.
우버의 기업가치는 700억 달러(한화 80조 450억 원)에 가깝게까지 불어나 가장 값비싼 스타트업으로 꼽혔는데 회사의 가치가 떨어지면 투자자들은 수십억 달러를 잃을 수 있었다.
우버는 2009년 설립 이후 110억 달러(12조 5785억 원) 이상을 모았다. 주주들은 이날 편지에 서명한 벤치마크 등을 빼고도 TPG캐피털, 사우디아라비아 공공투자펀드, 블랙록,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으로 다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