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 (사진=연합) |
금융권 수장 자리의 공백이 장기화 되면서 각종 금융 현안과 정책들이 표류하고 있다. 특히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금융위 부원장 등이 확정되지 못하면서 오는 8월로 예정된 정부의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제대로 마련될지 의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취약계층 채무조정안 등을 만드는 데 핵심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한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금융위원장 인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임종룡 위원장은 지난 5월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하지만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고 그의 거취를 결정할 임명권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넘어간 상태다.
임 위원장은 아직 직함을 유지하고 있지만 특별한 업무를 하지 않고 있어 금융위는 45일동안 위원장 부재 상태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금융위원장 공백이 장기화 될 경우 관련 유관기관장 인사도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인선 지연은 금융정책 부재로 이어지고 있다.
우선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활용할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로드맵 수정 작업이 문제다. 금융위는 올해초 DSR 도입이 금융권 대출 심사에 변화를 수반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공식 규제제표로 도입하지 않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고 가계부채 증가세가 높아지자 DSR을 간접적 감독지표에서 직접적 규제로 변화시킬 분위기다.
또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150%로 유지하기 위한 소득증대 방안도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과제지만 수장이 없어 추진력을 상실한 상태다.
이와 함께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최대 10%까지만 보유하는 은산분리 규정을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서만 완화해 지분한도를 34~50%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특례법이 상정돼 있다. 현행법은 금융사가 아닌 산업자본이 의결권이 있는 지분을 금융위의 승인을 얻어 최대 10%까지만 보유할 수 있고 이 중 의결권은 4% 이내에만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완화한 것이다.
이 법안 역시 금융위원장이 임명되지 못하면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에 지난 4월 출범한 케이뱅크는 추가 증자가 절실함에도 법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증자가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역시 올해안에 제3의 인터넷은행을 추가 인가하겠다는 계획 역시 차질이 생기게 됐다.
핀테크와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 산업시대의 기술 적용도 마찬가지다. 금융위는 지난해 10월 금융규제 테스트베드 시행과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금융과 융합하는 ‘2단계 핀테크 발전 로드맵’을 올해 1분기 중 마련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수장의 공백으로 기한이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유관 기관장 인사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난 2월 수출입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긴 최종구 전 서울보증보험 사장으로 인해 SGI서울보증보험 사장 자리가 현재 4개월째 공석이다. 또 금융위과 관여하는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등의 기관장 임기도 만료를 앞두고 있다. 장남식 손해보험협회장은 오는 8월, 하영구 은행연합회장과 이수창 생명보험협회장은 각각 11월, 12월에 임기가 종료된다.
이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유관기관장들이 전 정부의 색채가 강해 금융위원장이 새로 취임하면 정리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금융위원장의 인선이 늦어지면서 금융권에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표류하고 있다"며 "현 정부가 금융정책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복현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