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들수첩] 대학 서열화, ‘중앙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06.22 07:35

교육팀 복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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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서열화가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 순위에 민감한 학부모들이 많아 각종 순위에서 상위권에 포진하기 위해 대학 입장에서도 눈치싸움이 치열한건 맞아요."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가 기자에게 한 숨을 쉬며 대학 서열화에 대해 이렇게 토로했다. 소위 대학 줄세우기가 강한 우리 사회에서 입시제도도 문제가 있지만 이를 해결할 수 대안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 다는 것이다.

최근 중앙대학교 교수들이 세계대학순위 평가 과정에서 자료 조작과 부정행위를 한 사실에 대해 총장단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학 측은 "기업체 인사 담당자가 직접 답변해야 하지만 평가 실무 담당자가 직접 졸업생 평판도를 작성해 제출했다"고 해명했지만 이에 중앙대 교수협의회는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비리 대학으로 낙인 찍히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앙대가 어쩌다 대학순위까지 조작했을까. 그 이유는 우리나라 대학입시의 대부분에 일부 상위 대학에 지원자들이 몰려 경쟁이 치열하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학벌이 20살 이후 60년 이상의 인생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전문 기술을 보유한 경우를 제외하면 학벌이 좋은 사람이 좋은 직장으로 소위 대기업이라고 불리는 곳에 취업한다. 여러 가지 통계들은 취업률과 학벌이 관계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사회에서 낮은 학벌로 대기업에 입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은 중소기업에 안착한다.

또 대학 역시 대학 교육역량 강화사업 등 각종 재정지원을 할 때 취업률이 핵심 평가지표로 활용되기 때문에 취업률도 부풀려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대학을 광고하고 있다.

여기에 학부모들 역시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한 사교육 열풍이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지만 내 자식에게 만큼은 관대하다. 이름 있는 대학을 보내기 위해 부모들은 학생부종합전형, 논술, 면접 등 어떤 대입제도를 내 자식에게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 혈안이다. 또 기업은 대학이 어떤 학생들을 선발했고 학습 과정에서 무엇을 깨달았는지 보다는 학벌을 보고 선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 서열화는 과연 누가 만든 것인가. 새로운 교육제도를 도입해도 여전히 상위권만 바라보고 있는 교육 현장, 임금격차와 사회적 지위가 벌어져 있는 노동시장, 학벌로 개인의 이미지를 판단하는 사회적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대학만의 문제라고 치부하기엔 한계가 있다.

‘적폐 청산’을 강조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새로운 입시 제도가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 서열화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적폐 청산을 외친 새 정부가 대학 서열화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학 서열화에 갖힌 입시제도, 순위를 조작하기 위해 혈안인 지성의 전당이 반복적으로 만들어질 뿐이다.

복현명 기자 hmbo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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