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재난 방송이 날씨 피해를 줄인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06.22 11:13

반기성 기상청 센터장


올 여름도 순탄하게 지나갈 것 같지 않다. 때 이른 무더위가 5월에 닥치더니 6월은 폭염과 가뭄으로 난리다,. 이제 본격적으로 장마가 시작되면 곳곳에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도 발생할 것이다. 장마가 끝나도 게릴라성 집중호우에, 역대급 폭염에, 태풍까지 줄줄이 기다린다. 이런 자연재난에 의한 피해를 국민들이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자연재난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예방, 초기 대응, 효율적 사후처리가 있다. 예방조치로는 자연재해에 관한 조기경보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자연재난에 가장 취약한 계층을 대상으로 한 사전예방 정책을 펼쳐야 한다, 이 정도만 제대로 되어 있어도 피해는 크게 줄어든다.

2004년 9월 강력한 허리케인이 카리브해를 연달아 강타해 아이티에서만 3000명이 사망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이티 옆나라인 쿠바에서는 단 한 명의 사망자도 없었다. 쿠바의 사망자가 없었던 비밀은 바로 재난방송이다. 지역사회에 뿌리를 둔 재난대비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쿠바의 수상이었던 피델 카스트로가 무려 다섯 시간 동안 허리케인 생방송을 했다는 거다. 국가지도자의 호소에 국민과 정부가 혼연일체가 되어 허리케인에 대한 대비를 했다.

역사상 가장 피해가 컸던 태풍은 1970년 11월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했다. 이 태풍으로 3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죽었다. 1991년 역시 방글라데시 삼각주 지역을 덮쳤던 태풍으로 13만8000명이 죽었다. 방글라데시는 워낙 가난하고 저지대 국가라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적극적인 재난대비 경고방송이나 전파를 통해 피해를 줄이는 방법을 활용했다.

태풍이 북상하면 국가방송망 뿐 아니라 동네조직망까지 동원하여 미리 국민들이 피난이나 대비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한 가지 정책만으로 지금은 강한 태풍이 내습해도 사망자가 몇 천 명밖에 나오지 않는다. 조기경보시스템이나 재난방송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려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대학에서 기상예보학을 강의하면서 학생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기상예보를 잘한다고 해도 500mm 내릴 호우가 100mm 내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정확한 기상예보를 해 주어야 재난 당국에서 이를 바탕으로 대비를 하게 된다. 또 재난방송에서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전파할 때 피해는 최소화 할 수 있다. 즉 천재는 막을 수는 없어도 피해는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재난방송은 지진에도 활용할 수 있다. 1975년 중국 요령성 지진 때는 대지진을 사전에 예측했다. 당시 이 지역의 우물에 거품이 끓어오르고, 쥐가 쥐구멍에서 나와 취한 듯이 비틀 비틀대고, 뱀이 동면하는 곳에서 나와 얼어 죽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동물들의 이상행동과 미진이 계속 관측되자 중국지진당국은 적극적인 재난방송을 실시했다. 국가재난방송과 거리방송을 통해 전 주민 대피령을 내렸다.

저녁때 강한 지진이 엄습하면서 전체 건물의 98% 이상이 파괴되고 온 시가지가 불탔다. 그러나 주민들이 대피했기에 수십만의 사상자가 발생했을 강한 지진에서 겨우 300명의 희생자밖에 발생하지 않았다.

폭염도 재난방송으로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2003년 폭염이 유럽을 강타했다. 전 유럽에서 7만 명 이상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프랑스에서 3만5000명,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도 1만 명 이상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벨기에에서는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없었다. 무슨 차이였을까?

벨기에는 폭염을 재난으로 규정하고 국민들이 미리 대비하게 재난방송을 끊임없이 해 주었다. 그리고 사회적 약자나 소외계층의 노약자들은 미리 국가에서 보살펴 주었다. 여름을 맞아 실질적인 국가재난방송망이 운영되는지를 다시 확인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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