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들수첩] 엔씨소프트 사태의 핵심은 ‘공매도’가 아니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06.28 11:23

증권부 나유라 기자


"이미 우리는 그간의 사태로 인해 정황 증거로는 (혐의를 잡기가)어렵다는 사실을 여러 번 확인했잖아요. 이번 사태 역시 별다른 처벌 없이 넘어갈 확률이 높죠."

최근 만난 투자업계 관계자는 엔씨소프트 미공개정보 관련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주식시장에 공매도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작년 9월 말 한미약품과 베링거인겔하임간 계약 해지 공시가 나온 시점을 전후로 공매도 물량이 사상 최대치로 쏟아지며 공매도 세력들은 상당한 차익을 올렸다. 지난해 11월 대우건설이 딜로이트안진으로부터 의견거절 감사보고서를 받기 직전에도 공매도 거래량이 대우건설 상장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번 엔씨소프트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20일 엔씨소프트가 리니지M에서 거래소 기능을 제외한 채로 출시한다는 소식이 퍼진 것이 발단이었다. 이로 인해 이날 엔씨소프트 주가는 전일 대비 11.41% 하락한 채 마감했고, 공매도 물량은 19만625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엔씨소프트 주식을 대거 내다팔았고, 개인투자자만 8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순매수하며 큰 손실을 봤다.

당국은 배재현 엔씨소프트 부사장이 주식을 전량 매도한 점을 주목하며 미공개정보 이용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투자자들로부터 배 부사장의 주식 매도와 공매도 등을 두고 항의 전화가 쏟아지자 즉각 대응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투자자 시선은 곱지 않다. 공매도 세력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공매도를 한 것인지, 아니면 운 좋게 타이밍이 맞았는지를 밝혀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만약 밝혀내더라도 보여주기식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번 미공개정보 이용 사태가 단순 ‘공매도 실효성’ 논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공매도는 주가에 거품이 끼는 걸 막아주고 하락장에서 유동성을 높이는 순기능이 있다. 그러나 이것이 미공개정보로 인해 악용될 경우 개인투자자들은 앉은 자리에서 뺨을 맞을 수 밖에 없다.

엔씨소프트 사태의 핵심은 ‘공매도’ 존재 여부가 아니다.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이득을 취한 이들이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 원인 제공자를 빠른 시일 내에 찾아내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엄격한 조치를 취하는 것, 그것이 바로 개인투자자를 살리고 시장을 살리는 일이라는 것을 당국은 명심하길 바란다.


[에너지경제신문 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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