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들 수첩] 정계와 재계를 바라보는 법원의 시선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07.12 15:26

정경부 박기영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4월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박 전 대통령은 5월 23일, 이 부회장은 4월 7일 1차 공판을 시작으로 각각 34회, 38회에 걸친 공판이 이어지고 있다.

일반적인 형사 사건의 경우 2~3차례에 걸친 공판을 끝으로 1심 판결이 나오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많은 공판횟수다. 하지만 정·재계 1인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끊이지 않는다. 박 전 대통령 공판이 있는 날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출입구에는 공판을 방청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긴 줄이 생긴다. 417호는 대법정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가장 큰 법정 중 하나다. 417호는 과거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등이 재판 받았던 곳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의 공판장도 방청객으로 가득 찬다. 공판 시작 2~3시간 전부터 공판장 입구에는 입장을 예약한 가방이 줄을 잇는다. 방청석도 항상 모자라 많게는 2~30명이 서서 공판을 방청한다. 지금까지 이 부회장에 대한 공판이 진행되는 곳은 서울중앙지방법원 510호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가장 작은 소법정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공판이 열리는 법정의 배정은 피고인과 재판의 중요성에 맞춰 대·중·소 법정으로 나눠 배정된다고 한다. 한때 국민의 대표였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공판과 일개 사기업의 ‘사실상’ 총수인 이 부회장에 대한 공판은 ‘다른 수준’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는 박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어르신들이 매일 같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이들의 주장에 대한 정당성은 논외로 치더라도 그만큼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는 사안이란 뜻으로 풀이된다. 반면 이 부회장을 옹호하는 시민단체는 찾아볼 수 없다.

정·재계 전·현직 1인자에 대한 공판 과정 차이는 정계와 재계를 바라보는 우리나라의 통념의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법정 배정부터 시민의 반응, 심지어 증인 출석 여부까지 달랐다. 이 부회장은 증언을 거부하긴 했지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반면 반 전 대통령은 건강상의 이유로 이 부회장에 대한 공판에 증인 출석을 거부했다.

다만, 두 공판의 중요성이 다르더라도 이 부회장에 대한 공판을 방청하기 위해 참석한 국민들이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은 문제다. 이 부회장에 대한 공판은 자정을 넘기는 일이 잦았고, 40여차례에 가깝게 진행됐다. 좁은 소법정은 매번 수십명이나 되는 방청객으로 가득차 출입문조차 닫을 수 없다. 방청객들은 강도 높은 더위와 불편을 겪어야 했고, 심지어 뒤쪽 자리는 심리 내용도 잘 들리지 않았다. 

이 부회장에 대한 공판이 소법정을 벗어난 것은 38번째 공판이 진행된 12일이다. 이날 이 부회장에 대한 공판은 박 전 대통령 공판이 열린 417호 대법정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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