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미래에셋증권 합병 후 PBS 역량 퇴색"
▲미래에셋대우. |
[에너지경제신문 나유라 기자] 미래에셋대우가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PBS(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 업무를 개시한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미국 PBS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미래에셋대우가 처음이다. 다만 최근 국내 시장에서 미래에셋대우 PBS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어 미국에서 어떠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 뉴욕법인은 현재 PBS 사업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업무 개시에 앞서 시범운영을 하고 있다.
미국 PBS 인력은 약 20여명으로 구성됐다. 미래에셋대우는 미국 PBS 진출을 위해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미국법인에 2억5000만 달러(2900억원) 가량을 유상증자했다. 당초 5월 중 PBS 업무를 개시할 예정이었으나 사업 준비 과정에서 일정이 다소 늦춰진 것으로 전해졌다.
PBS란 헤지펀드 운용에 필요한 증권대차, 신용공여, 담보관리, 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복잡한 헤지펀드 매매를 한 곳에 집중해 거래 및 청산서비스를 일괄적으로 처리한다. 미래에셋대우를 비롯해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증권사 6곳이 한국에서 PBS 사업을 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국내 증권사 중 처음으로 헤지펀드 본고장인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래에셋대우 PBS 시장 진출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의 국내 PBS 시장 점유율은 11.06%로 5위에 그쳤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4월까지만 해도 3위를 유지했으나 한국투자증권, KB증권에 밀리며 점유율도 하락세다. 국내 PBS 시장이 이제 막 시작단계에 있기 때문에 해외 IB와 비교하면 인력, 자본금도 미미한 수준이다. 해외에서 IB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하게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PBS 사업이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시장에 진출한 것은 성급한 것 같다"며 "과거 합병 전에는 대우증권이 PBS에서 두각을 보였으나, 미래에셋대우 출범 이후에는 색깔이 많이 약해졌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과 국내 헤지펀드는 성격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평가도 있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주로 롱숏전략을 구사하는 반면 미국에서 롱숏 전략은 전체 수익에 1~2%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다. 미국 헤지펀드는 FICC, 벤처투자, ECM, DCM 등 전략이 다양하기 때문에 미래에셋대우가 다른 PBS 사업자들이 넘보지 못하는 특화된 전략을 내세우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갖고 있는 주식을 PBS에 가장 기본 업무인 증권대차에 활용한다면 해외 시장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국내 헤지펀드 전문가는 "해외 사업자들이 하지 않는 작은 물량을 받거나 수수료 경쟁을 벌이는 것도 가능하다"며 "오히려 파이가 크기 때문에 미국에 진출한다면 할 수 있는 영역은 더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작년은 채권 등 안정형을 위주로 하다보니 비중이 컸다"며 "현재는 단순히 점유율을 늘리는 것보다는 롱숏 등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아직 본격적으로 업무를 개시하지 않았고, 시장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미국과 한국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