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들수첩] 탈원전 정책, 급할수록 돌아가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07.19 08:54

세계는 결국 바람과 태양 등 고갈되지 않는 에너지원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그러나 향후 50년안에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날것이라고 믿는다는 것과 국가의 에너지 정책 확립은 별개의 문제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지난달 19일 고리원전 1호기가 공식 폐쇄됐고, 지난 14일에는 신고리5·6호기에 대한 공사도 3개월간 일시중단됐다.

전기요금 인상 논의가 가장 활발하지만 이는 사실 당장 발생하는 일은 아니다. 에너지수급은 수요에 맞춰 5-6년 앞서 설정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전력수급의 안전성이다.

앞서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원전 건설을 연기한 후폭풍은 차차기 정부에 몰아닥쳤다. 바로 2011년 대규모 블랙아웃 사태다.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도 차기 혹은 차차기 정권에서 뒷감당을 해야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태양광도 쉽지 않은 선택지다.

뉴욕타임스 가디언 등 외신들은 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의 단가가 같은 그리티 패리티를 달성한 지역도 있다며 낙관론을 펼치지만 중국 미국 등 유휴토지가 넓고 일조량이 풍부한 지역이다.

가령 미국과 중국의 경우 사막 등에 태양광 시설을 짓기 때문에 설비비용을 제외한 제반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하지만 땅덩어리가 좁은 우리나라의 경우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바로 ‘토지비’다.

원자력문화재단에 따르면 1000㎿ 발전설비용량에 필요한 부지면적은 풍력발전(202㎢)이 원자력의 336배, 태양광(44㎢)은 7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차적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설계수명기한이 지난 원전을 운행 중단하는 것과 다수의 협력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건설 중인 발전소를 중간에 임의로 중지하는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호텔에서 기습적으로 이사회를 열어 밀실 방식으로 결정됐다는 사실을 차치하고서라도, 정책 신뢰도가 크게 위협받기 때문이다. 정권에 따라 언제든 바뀔수 있고 중단될 수 있는 사업은 리스크가 큰 만큼 기업이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다.

문 정부의 탈원전 모델인 독일은 25년 동안의 공론화 과정을, 스위스는 무려 33년간 5차례의 국민투표를 통해 탈핵을 결정했다. 우리 정부도 당장 원전을 폐기하는 방식이 아니라, 재생에너지에 대한 보조금을 늘리고 전기차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등 보다 점진적인 차원의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

한상희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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